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숙 Mar 10. 2017

 교실 바깥에서도 배울 것이 많다

학교 가지 않는 날을 기다리는 아이들

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인  

유발 하라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것의 80~90%는
아이들이 40대가 됐을 때
별로 필요 없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으로
세상이 혁명적으로 바뀔 텐데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그에 대비한 교육을 전혀 못 시키고 있다.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다.

학교 가지 않는 날을 꿈꾸고 있다.


2014년 가을 오후였다.

초등학교 아이들과 방과 후 활동으로 산책갔을 때 한 아이가 말했다.


“선생님, 저 오늘 학교 안 갔어요. 아파서요.”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아이들이 너도 나도 그 아픈 아이를 부러워하는 것이었다.


내가 웃으며 다들 학교에 가는 게 그렇싫은지 물었더니 평소 아주 진중하고 모범적으로 수업에 임하던 또 다른 아이가 말했다.


선생님, 모르셨어요?
학교 안 가고 싶은 아이들이
정상적인 아이들이에요.
학교 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비정상이고요.


그러고 보면 우리 아이들도 매년 추겨울에는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 있었다.

바로 ‘눈 오는 날, 학교 가지 않는 날!’이다. 미국의 겨울방학은 2주 정도로 매우 짧다. 방학이 짧다 보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날씨에 관심이 많아지고, 눈이 많이 오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니 그 날을  매우 기다린다.

추운 겨울의 한 복판에 내린 함박눈은 우리 아이들에게 재미난 추억거리를 많이 안겨준 것이다.

그 날 아이들은 집에서 충분히 쉬며 눈 오는 날을 마음껏 즐겼고, 남편과 나도 덕분에 늑장의 달콤함을 누렸다.


우리 집 아이들은 본인들의 뜻에 따라 현이는 중학교 3학년 때, 솔이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한 학기씩 홈스쿨링을 했다. 현이는 지금도 그때를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기억한다. 충분히 자고 실컷 놀면서도 여섯 과목을

한 학기에 끝냈다. 매일 점심을 먹은 뒤 한 시간씩 농구를 하고, 동네 한 바퀴를 뛰었다.


우리 부부는 저녁마다 여유 있는 현이가 해 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덩달아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현이는 그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고 충분히 쉬면서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많이 좋아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 그 자체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솔이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한 학기를 덴마크에서 교환 학생으로 지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 작가 안데르센의 고향 오덴제에서 홈스테이를 했다.


솔이가 그곳에서 인상 깊게 본 것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교와 직장에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것이다. 솔이도 집에서 학교까지 편도 5km의 거리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전거로 다녔다. 그때 딸아이와 나누었던 대화는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솔아! 덴마크 생활 어때?

“처음에는 낯선 곳에서 혼자 와 힘들었어요. 그리고 음식이 너무 다르고요, 지금은 새로운 경험들에 감사하게 생각하며 이곳 생활을 잘 즐기고 있어요.”

“네가 만난 덴마크 사람들은 어때?”

“엄마, 덴마크 사람들은 삶을 즐겨.”

“어떻게?”

“천천히...”


천천히 음미하는 삶을 직접 경험한 솔이는 덴마크에서 한 학기를 보내고 훌쩍 커서 왔다. 그리고 바로 학교에 가지 않고 한 학기를 로키산맥 숲 속 집에서 홈스쿨링을 했다.

 아침마다 우리 가족이 모두 외출하고 나면 집에 혼자 남아 공부하고 시간을 보냈다. 솔이는 사슴, 여우들을 만나며 집 근처를 자주 산책했고, 지금도 그때를 자신에게 꼭 필요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1 년이 보통 8,760 시간이고 그 가운데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매우 제한적이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는 데 학교는 일부분의 역할을 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부모들이 학교와 사교육 장소인 학원에 대한 너무 큰 의존도에서 벗어나면 좋겠다.


문명의 발달과 함께 위험과 걱정이 많아진 현대 사회에서 아이들을 기르고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결코 혼자의 힘으로는 해결해 나갈 수 없다. 그래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어른들과 아이들의 노력은 마을에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와 학원은 그 일부일 뿐이다.  평생을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교육에 혼신의 힘을 다 바친 이오덕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아이들의 창조력을, 아이들의 목숨을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는가?
그 길은 뻔하다. 아이들에게 삶을 주는 것이다.
교과서와 참고서와 시험공부와 학원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아이들이 저마다 주인이 되어 놀고 일하고 체험하며 살아가게 해야 한다.

부모들은 누구나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교육을 꿈꾼다. 그래서 아이들의 감수성과 창의력, 개성을 살리는 교육을 위해서는 학교나 학원이 아닌 자유로운 열린 공간이 더더욱 필요하다. 우선 부모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고 여럿이 같이 이야기해 나가면 좋겠다.  그리고 뜻을 모아 다양한 형태의 교육 문화프로그램을 만들어 실행해 나가면 좋겠다.


나는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체험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워 나갈 수 있는 시공간이 동네 곳곳에 만들어지길 꿈꾸어 본다.

재미있는 협동 예술을 자유롭게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공간에서 가족이 함께, 이웃이 함께, 지역사회가 함께 교육과 문화의 주인이 되어 서로 도우며 성장해 나가는 꿈을 꾸어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