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묘일기 0
작년 11월은 로이가 그야말로 무지개다리 직전까지 다녀왔었다. 뒷다리 쪽에 상처가 생겨서 병원에 데려갔는데, 잔뜩 심각한 표정으로 의사는 종합검진을 지금 바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로 두면 오늘 밤에라도 쇼크가 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급하게 종합검진을 진행하고 받은 결과는 참담했다. 신장 수치가 4구간에 해당할 정도로 나빠져 있었는데, 4구간의 기대수명은 35일이었다. 그 상태로 아무 조치를 하지 않으면 2022년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의사는 당장이라도 입원시켜서 여러 가지 치료를 해야 하지만 그러면 고양이도 집사도 모두가 고통스러운 시간만 보내다가 끝날 수도 있으니 그걸 권하고 싶진 않다고 했다. 병원에선 수액 처방을 하고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 하면서 체력이 조금 회복되면 그때 약 처방을 해보자고 했다. 사람으로 치자면 항암 치료마저 버텨낼 수 없을 정도로 체력이 떨어진 상태라고 했다. 하긴 몸무게가 2.2kg이었으니... 의사말로는 최소한 3kg까진 회복을 해야 한다고 했다. 수액을 다 맞고 돌아오자마자 닭가슴살을 삶았다. 삶은 닭가슴살은 로이가 제일 좋아하는 특식이다. 그래서 가끔 먹이곤 했는데 이젠 뭐든 먹여야 하니 매일 삶아 먹인다.
그리고 건식 사료를 아예 치워버리고 습식 사료로 바꾸고 닭가슴살을 매일 삶았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수액을 2주에 한 번씩 맞아도 될 정도가 되었을 때 약 처방을 시작했다. 나날이 회복하는 모습에 의사도 기뻐서 너무 좋아졌다며 계속해서 나를 격려했다. 매달 한두 번씩 하는 일은 마트에 가서 닭가슴살을 사서 45g 단위로 소분을 하는 것과 습식사료를 10캔 구매하는 거다. 퇴근 후에 닭가슴살을 삶아서 습식사료 반 캔을 섞어서 주면 딱 적당하다는 걸 한 달째 될 때 깨달았다. 야근이 아닌 이상은 항상 퇴근 후에 어느 일정도 잡지 않고 집으로 간다. 저녁을 챙겨줘야 하니까.
그렇게 두 달을 하고 1월에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았다. 결과는 신장은 3구간으로 들어와서 꽤 호전됐고, 몇몇 항목은 정상 수치에 가깝게 나왔다. 하나만 먹었던 약을 3개로 늘렸다. 그중에 하나는 다른 약과 최소 두어 시간은 겹치게 주면 안 되는 거라 그걸 아침에 주고, 퇴근 후에 다른 하나, 잠들기 전에 마지막 하나를 먹인다. 너무 귀찮지 않나 싶겠지만, 늙은 동물과 함께 사는 건 이럴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 그리고 익숙해지면 그냥 루틴처럼 자연스럽게 하게 돼서...
브런치에 로묘일기라는 타이틀로 글을 쓰는 이유는 로이의 얼마 남지 않은 묘생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묘와 하루하루를 보내는 수많은 집사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고, 앞으로 그 길을 걷게 될 예비 노묘 집사들에게도... 건강을 회복했다고 해도 18살의 늙은 고양이는 언제 무지개다리를 건너도 이상할 것이 없기 때문에 무언가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는 살아줬으면 좋겠다. 2022년 겨울은 넘겼으니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가 있는 10월까지 버티는 게 두 번째 목표다. 그리고 이미 짐작했겠지만, 로묘일기는 로이의 이름 앞글자를 따서 노묘일기에 붙인 타이틀이다. 한자로 늙을 로 자가 있어서 묘하게 잘 어울리는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