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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유청 Apr 24. 2024

그렇게 새 해를 맞았다

로묘일기4

2023-1-7

큰 위기를 간신히 잘 넘기고 새해를 맞았다. 그리하여 로이는 18살(2005년생)이 됐다. 무지개다리 문턱까지 다녀왔던 작년 11월엔 솔직히 올해를 넘길 수 있을까 싶었는데, 기어이 새 해를 맞았다. 2005년 생이지만 우리 집엔 2006년에 왔으니 나이는 18살 같이 산건 17년이 됐다. 몸무게도 조금 늘고 쇠했던 기력도 점차 회복하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18살 노묘는 언제 안녕을 고해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니까 잘 지켜봐야지. 암튼 잘 먹고 잘 버텨서 2년 더 살고 대학교까지 가보자. 일단은 2023년을 넘기는 게 과제.


그렇게 로이는 18살이 되었다.


새 해가 되면 수액 맞는 주기를 한 달로 늘렸으면 했지만, 아직은 좀 더 관리해해야 해서 2주로 유지하기로 했다.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고 간단하게 혈액검사(신장수치 위주로)를 진행했다. 아직은 크레아틴 수치가 높은 편이지만, 그레도 3구간으로 내려와서 지난번(4구간) 대비 좋아졌다. 그리고 그 외 여러 항목도 지난번 검사대비 정상수치로 나와서 의사쌤도 좋아하시고.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나만큼 좋아해 주는 의사쌤을 보면서 병원을 참 잘 만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집사의 나약한 마음을 돈벌이로 생각하는 장사치들이 꽤 있는 게 사실이니까.


수액을 맞고 온 로이. 왠지 좀 더 건강해진 느낌.


역시 사람이던 짐승이던 식욕이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아가는 요즘. 아무리 수액을 맞고 그래도 밥을 잘 먹지 못하면 기력이 쇠할 텐데, 로이는 식욕이 떨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챙겨주는 밥과 간식은 빼놓지 않고 잘 먹는 편. 잘 먹는 정도가 아니라 슬슬 식탐도 보이기 시작해 대견하고 기쁘달까. 건강해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거 같아서. 공주에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친구의 추천으로 알밤모찌를 사 왔는데 로이의 식탐이 폭발해 버리고. ㅎㅎㅎㅎ. 알밤모찌를 반으로 갈라서 접시에 두고 먹으려고 하는 찰나에 로이가 관심을 보이길래 사진이나 한 컷 찍어야겠다는 심산으로 스마트폰을 집에 들었는데, 포토타임을 가질 겨를도 없이 알밤모찌를 한입 가득 물어버린 로이. 놀라서 급하게 모찌를 뺏고 접시를 멀리 밀어 두었다. 18살 노묘가 이런 식탐이라니, 기쁘다니까.


공주산 알밤모찌를 공격하는 로이의 식탐. ㅎㅎㅎㅎ.  


그리고 페이스북이 알려준 오늘. 이건 내가 페이스북에서 제일 재밌어하는 기능이다. 왜냐면 그간 페이스북에 쌓은 로이의 기록을 보여줘서. 몇 년 전 로이의 사진을 꺼내보는 재미는 꽤 쏠쏠하니까.  오늘의 과거는 8년 전인 2015년 로이의 모습이다. 저때도 이미 10살이라 노묘반열에 진입했었지만, 지금과 비교하면 진짜 청년냥 그 자체. 맑은 눈동자와 부드러운 모질 쌀알처럼 깔끔한 아랫니 까지. 이째 좀 더 잘해 줄걸 하는 약간의 후회도 있지만, 뭐 나름 잘했으니 여기까지 잘 살아온 거겠지라고 생각한다.


페이스북이 얼려준 8년전 오늘. 젊은 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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