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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유청 Apr 30. 2024

고양이의 나이란...

로묘일기5

2023-2-21

고양이의 나이란 무엇일까? 예전에 지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고양이는 죽는 날까지 귀여움 하나로 빌어먹다가 가는 존재"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고양이는 나이에 상관없이 계속 귀여우니까. 일관성 있는 귀여운 얼굴. 물론 나이를 먹을수록 조금씩 늙어가는 게 느껴지긴 하지만 사람으로 치자면 팔순에 가까운 나이에도 30대 혹은 40대 정도의 매력을 뿜어낸달까. 가끔 고양이의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 있다. "응? 이때가 이 나이였다고?"라는 생각이 드는 사진을 볼 때마다 그런 감정을 느낀다. 


고양이는 죽는날까지 귀여움으로 빌어먹다 가는 존재, 그말이 딱 맞다. 


2022년 11월 무지개다리 앞까지 다녀왔을 때 브런치에 로이의 남의 생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에 '로묘일기'라는 주제를 생각했고 자료로 쓰려고 틈틈이 사진과 SNS에 올렸던 글을 모았다. 그리고 예전에 찍어둔 사진도 시기별로 폴더를 만들어 정리했는데, 2018년 사진을 보다가 놀라버렸다. 5년 전이었으니 로이의 나이는 14살이었고 충분히 노묘라고 생각했지만 사진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초롱초롱하게 번뜩이는 안광, 장난감을 주시하는 날카로운 눈빛, 그리고 앞다리를 다 동원해 장난감을 손에 쥐고도 뒷발로만 균형을 잡는 운동능력까지.   


장난감을 주시하는 날카로운 눈빛, 그리고 앞다리를 다 동원해 장난감을 손에 쥐고도 뒷발로만 균형을 잡는 운동능력까지.


내 머리로 생각했던 2018년의 로이 모습은 더 늙었던 거 같은데, 사진은 전혀 다른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고양이의 나이란 과연 무엇인가? 로이의 모습을 너무 곡해하고 있는 것 같아서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인간의 사고체계는 역시 전혀 과학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고. 그래서 로묘일기에 사용하는 메인테마를 2018년 사진에서 골랐다. 네발로 서서 어딘가를 골똘히 주시하는 로이의 모습. 초롱초롱하게 번뜩이는 안광은 지금도 놀랍다. 로이의 전성기는 2018년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로묘일기에 사용하는 메인테마를 2018년 사진에서 골랐다. 네발로 서서 어딘가를 골똘히 주시하는 로이의 모습. 초롱초롱하게 번뜩이는 안광은 지금도 놀랍다.


그리고 페이스북이 알려준 오늘은 여지없이 며칠에 한번 로이의 예전 사진을 보여준다. 페이스북을 꾸준히 한 보람은 이럴 때 느껴진다. 물론 감정이 넘쳐흘러 주체가 안 되는 손발이 오글거리는 글도 종종 보이긴 하지만... 암튼 오늘 페북이 알려준 과거의 기록은 11년 전인 2012년 2월의 어느 날이다. 이때는 책상도 한 번에 점프해서 올라갔을 정도로 날렵했던 젊은 시절의 로이. 

 

오늘 페북이 알려준 과거의 기록은 11년 전인 2012년 2월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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