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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유청 Oct 19. 2021

부드럽게 넘어간 두 번째 면

비사이드그라운드

카세트테이프의 뒷면인 B-SIDE에는 주로 잔잔한 음악이 담긴다.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잔뜩 힘을 준 곡을 A-SIDE에 담는다면 B-SIDE는 편안한 분위기로 구성한다. 그래서 뮤지션의 취향을 오롯이 담은 곡은 의외로 B-SIDE에 많다. 대중성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어도 뮤지션이 하고 싶었던 음악을 선보이는 영역. 카페 ‘비사이드그라운드(B-SIDE GROUND)’는 취향이 오롯이 담긴 두 번째 면이다. 성수동에서 ‘커피식탁’을 열었던 사장님들의 두 번째 이야기가 담긴 공간. 성수동이란 핫 플레이스에서 대중에게 존재감을 알렸던 커피식탁이 A-SIDE였다면, 강릉에 문을 연 비사이드그라운드는 두 번째 면이다. 삼 남매 사장님들의 취향을 오롯이 담은 공간.

성수동이란 핫 플레이스에서 대중에게 존재감을 알렸던 커피식탁이 A-SIDE였다면, 강릉에 문을 연 B-SIDE GROUND는 두 번째 면이다.


비사이드그라운드를 처음 찾아간 건 가오픈 기간이었던 2019년 5월 이었다. 호기심과 설렘, 축하하는 맘을 잔뜩 안고 갔었다. 출입문을 열자마자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반갑게 인사했다. 성수동에 있을 땐 모닝커피를 마실 때 거의 매일 보는 얼굴들이었는데, 정말 오래간만에 보니 반가웠다. 커피식탁에서 만들어준 마지막 커피를 마신 게 1월 말 이었으니, 4개월 만의 만남. 매일 같이 봤던 사이에서 4개월의 공백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시간이다. 그러니 문을 열자마자 발을 동동 구르며 호들갑을 안 떨 수가 없지. 근황 토크를 마치고 바로 이름에 대해 물었다.


“왜 비사이드그라운드에요”

“아! 이렇게 물으니 반갑네요 ㅎㅎㅎㅎ.”

“네?”

“요즘엔 다들 음원을 들으셔서 B-SIDE의 존재를 모르시는 분도 있어요, 그럴 때 처음부터 다 설명을 해야죠”

“아! ㅎㅎㅎㅎ”

“그런데 아직 뭔가 느낌이 딱 정립이 안된 거 같아요 이름을 정하긴 했는데...”

“그래도 느낌이 좋아요, 전체적인 분위기하고도 잘 어울리구요”


이날은 커피와 바나나 크림 토스트를 먹었다. 바나나 크림 토스트는 비사이드그라운드를 열면서 추가한 메뉴다. 팬이 없던 이전 커피식탁의 주방에선 할 수 없었던 메뉴. 공간이 변하고 넓어짐으로 그동안 참았던 취향을 가득 담고 있다는 점이 느껴지는 메뉴였다. 그때 딱 떠올랐다. B-SIDE의 느낌을. 아무래도 대중적이고 힘이 잔뜩 들어간 타이틀이 아닌 밴드 멤버의 취향을 오롯이 담은 음악으로 구성하는 게 B-SIDE니까. 비사이드그라운드는 이전보다 공간이 넓어져서 취향을 담을 여지가 훨씬 많다. 주방 공간만 해도 커피식탁에 비해 배 이상 넓어져서, 메뉴도 자연스레 늘었다. 공간구성, 메뉴 등 취향을 아낌없이 담은 것을 보며 비사이드그라운드라는 작명은 정말 기막힌 선택이 아닐까 싶었다. 커피를 일부러 한 잔 더 마시고 강릉역에서 서울행 KTX에 타서 인스타그램에 이 느낌을 사진과 함께 바로 올렸다. 그리고 며칠 후에 사장님에게 “우리가 정리하지 못한 걸 해주신 거 같아서 고마워요”라는 문자를 받았을 때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친구라는 건 서로의 업적을 존중하고 축하해 주는 존재니까.


커피식탁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넓은 주방. 공간이 변하고 넓어짐으로 그동안 참았던 취향을 메뉴에도 가득 담고 있다는 점이 느껴졌다. 
이날은 커피와 바나나 크림 토스트를 먹었다. 바나나 크림 토스트는 비사이드그라운드를 열면서 추가한 메뉴다. 팬이 없던 이전 커피식탁의 주방에선 할 수 없었던 메뉴.


그 뒤로 강릉에 갈 때마다 비사이드그라운드는 필수 방문 코스였다. 물론 커피식탁처럼 매일 갈 수는 없었지만. 출장으로 갈 때도 시간을 내서 들렀고, 여행을 갈 때도 마찬가지. 이제는 강릉으로 여행을 가려고 하면 와이프는 당연하게 “이번에도 갈 거지?”라고 묻는다. 얼마나 만에 가던, 언제 가던 항상 일관성 있는 환대가 넘쳐서 너무 좋다. 그리고 갈 때마다 게속해서 새로운 공간이 생기는 것 같아서 재밌다. 두 번째 갔을 때는 3층의 셀렉트 숍, 그다음엔 스튜디오, 그다음엔 지하에 셀렉트 숍. 솔직히 말하면 지하공간을 마련해 셀렉트 숍을 옮기고 스튜디오를 3층에 구성하는 건 사장님들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서만 봤다. 특히 지하공간의 벽을 뜯어냈을 때 드러난 타일을 봤을 때 이건 살리시겠구나 싶었는데 역시나.


비사이드그라운드는 계속해서 무언가가 채워지는 아카이브 같아서 그런 변화를 보는 것도 재미다.


비사이드그라운드는 계속해서 무언가가 채워지는 아카이브 같아서 그런 변화를 보는 것도 재미다. 간판도 전면에 길쭉한 직사각형 모형의 박스사인에 측면 돌출은 내부조명이 없는 방식으로 흰색 철재에 이름과 공간 안내를 적어 두었었다. 지금은 그린톤으로 전면 간판과 둘출의 컬러를 통일했고 박스 형태로 해서 야간에 조명이 들어오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린톤의 돌출간판은 사진으로만 봐도 너무 간결하고 가독성이 좋아서 다시 한번 사장님들의 감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수많은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직접 지하와 3층을 둘러볼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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