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인 내 생각으로 가득 찬 이번 글은 CRM 마케팅과 데이터에 관한 이야기다. CRM은 소구 할 상품과 발송하는 채널에 따라서 유저가 굉장히 다르게 반응한다. 뭐랄까, 업계를 통틀어 표준화하기 어려운 지표들이 많고 각 서비스에 따라 중요하게 바라보는 지표도 제각각이다.
큰 숲을 바라보고 나무를 관찰하듯 CRM도 복합적으로 보는 큰 숲의 데이터와 나무를 바라보는 직접적인 데이터가 있다. 프로덕트와 밀접한 CRM은 봐야 하는 지표가 많은 만큼 마케터 스스로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몸과 머리로 축적해 인사이트를 만들어가야 한다. 물론 데이터가 전부는 아니지만 내가 하는 마케팅을 통해 분석의 프레임을 가질 수 있다면 좋은 마케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달 전에 읽은 <데이터x브랜딩> 책을 통해서도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여러 데이터를 연결해서 새롭게 연결하고 다른 맥락에서 해석해 새로운 틀을 제시하는 내용이 언급된다. 데이터를 바라보는 눈, 인사이트를 추출할 수 있는 여러 인과관계를 통해 설명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CRM에서 중요하게 바라봐야 하는 지표를 10가지 정도 정리했는데 사실 나도 모든 지표를 매일 보지는 못한다. 이번 글을 쓰면서 조금 더 데이터를 크게 3가지 단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CRM 데이터를 연결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앞으로 나아가는 나만의 인사이트를 만들어 가고 싶다.
발송 전 큰 틀에서 바라보면 좋은 지표다. 우리 숲은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나무가 심어져 있고 많은 나무 중 어떤 나무가 힘을 쓰고 있으며 잘 자라나고 있는지 파악하는 일이다.
말 그대로 우리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의 수를 의미한다. 앞단의 사이즈가 커야 뒷단에서 어떤 액션을 하더라도 의미 있는 지표를 볼 수 있는 것처럼 mass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 사실 신규 회원을 데려오는 건 Display Ad와 Search Ad에 집중되어 있지만 CRM도 회원가입의 플로우를 살펴보며 회원 수를 늘리는 여러 가지 액션을 할 수 있다.
회원이더라도 플러스친구와 같은 외부 툴의 회원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채널과 크로스로 회원 수를 증가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전체 회원 수의 데일리 추이를 살펴보고 갑자기 회원 수가 늘어났거나 떨어졌다면 어떤 이유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앞서 말한 전체 회원 수에게 CRM을 모두 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회원가입을 하며 (선택)적 조항인 채널별 수신동의를 하지 않으면 아무리 회원이더라도 마케팅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실제 발송할 수 있는 유저 수와 마케팅 수신 동의율이 굉장히 중요하다. 아무리 회원이 많아도 수신 동의율이 낮으면 CRM에서 큰 임팩트를 내기 어렵다.
앱푸시, 이메일, 알림톡처럼 채널이 많은 CRM은 각 채널별로 도달할 수 있는 모수도 다르다. 우리 서비스에서 주요하게 발송하는 채널의 실 발송 모수를 파악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수신 동의율을 높일 수 있을지 점검해보고 알림 팝업, 수신 동의 플로우 등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CRM의 앱푸시는 발송 비용이 무료라는 점과 다양한 메시지를 빠르게 테스트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하지만 채널을 활용하는 가장 큰 허들이 존재한다. 바로 유저가 앱을 다운 받아야 발송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회원가입을 하고 마케팅 수신동의를 하더라도 앱을 설치하지 않고 계속 모바일 웹 또는 데스크톱으로 로그인한다면 앱푸시를 보낼 수 없게 된다. 특히나 유저가 모웹으로 들어왔을 때 앱 설치를 유도할 수 있도록 앱스토어/구글 플레이와 회원 가입 단에서 플로우를 잘 설계하면 좋다.
물론 이런 부분은 Product Designer의 영역이지만 CRM 마케터도 앱 설치 고객이 늘어나는 접점에 관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웹사이트들이 앱을 설치하면 쿠폰을 주거나 할인 혜택을 소구 한다는 점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회원가입과 앞단의 액션도 중요하지만 상품의 상세 페이지나 프로모션&이벤트 페이지에서도 우리 서비스가 앱도 있고 앱으로 구매하면 좋은 점을 지속해서 건드려 줘야 한다.
전체적인 숲을 알게 되었으니 나무를 세심하게 바라볼 시간이다. 뿌리는 깊이 박혔는지, 잎은 무럭무럭 잘 자라나고 있는지 조금 더 좁게 바라보는 것이다.
CRM에서 빠질 수 있는 함정 중 하나가 발송 모수가 적어서 데이터가 옳더라도 정확한 판단 근거로 삼기 어려운 지표만 볼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이에 해당하는 예시가 바로 도달하는 모수인데 예를 들어 앱푸시의 오픈율이 50%가 나왔다고 하자. 이건 굉장히 높은 수치다. 하지만 받은 사람이 고작 2명이고 그중 1명이 눌러 50%의 데이터라고 한다면 의미 있는 데이터라고 볼 수 있을까?
처음 캠페인을 세팅할 때 나는 모든 캠페인에 힘을 주고 A/B 테스트를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었는데, 리더분께서 '캠페인 인사이트를 파악하기 전에 모수를 어떻게 늘릴 수 있을 것인지 먼저 고민하는 건 어떨까요?'라는 말씀 해주셨고 문제와 우선순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모수가 적은 캠페인이라면 모수를 조금 더 늘릴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Open Rate과 Purchase를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온다면 그때 캠페인에서 세웠던 가설을 생각해본다.
또한 웹훅(webhook) 캠페인의 경우라면 API를 통해 특정 event가 발생하면 트리거로 웹훅이 동작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우리가 실제로 발송하려는 모수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로 CRM을 발송할 경우 메시지 수신거부 이벤트가 일어날 때마다 알기 어렵기 때문에 광고 메시지 수신거부 등록에 대한 webhook 기능을 통해 발송의 도달률도 체크해야 한다.
아마 모든 디지털 마케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그만큼 중요한 지표는 클릭율일 것이다. 클릭률을 바라보는 기준은 산업군과 캠페인의 채널, 상품 특성에 따라서 매우 다를 것이다. 타깃과 시점 등에 따라도 어떻게 달라지는지 변화 추이는 꾸준히 지표를 살펴보고 체득해야 다른 채널의 마케터, 부서와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클릭률의 A/B 테스트를 할 때는 여러 변수를 최소한으로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앱푸시는 텍스트, 이미지, 쿠폰 밸류, 랜딩페이지 등으로 다양한 가설을 세워 실험을 할 수 있는데 정확한 데이터를 볼 수 있으려면 통제 변수를 두어 최소한의 것만 테스트하는 것이 정확한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다.
CRM에서 클릭률은 곧 오픈율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말 세부적으로 본다면 Direct Opens와 Total Opens도 볼 수 있지만 이 지표는 말 그대로 참고용이다.
CRM 메시지를 확인하는 오픈율은 높지만 구매 전환이 낮다면? 오픈율을 높이는 부분까지는 메시지의 문구와 매력적인 이미지, 할인율로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클릭 이후 유저가 구매 또는 원하는 액션을 하지 않았다면 캠페인의 플로우를 다시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발송한 캠페인이 각 운영체제에서 원활하게 구매까지 잘 작동하는지 또는 상세 페이지에서 액션을 유도하는 CTA 버튼의 노출이 약했던 건지 여러 가지 원인 규명할 필요가 있다.
또는 우리가 소구 하려는 목적의 상품이 아닌 다른 상품을 사는 경우가 많다면 유저들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웹과 앱을 통한 전환율도 다를 수 있다. 끊임없이 문제의 가설을 세워 진짜 문제의 원인을 증명하는 연습을 하자.
세션수는 6번의 전환율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많다. 유저가 CRM 메시지를 받은 이후 행동에 대해 세션수로 파악해보는 것이다. 물론 세션을 무한히 많이 하는 것이 구매와 직결되고 의미 있는 유저라고 판단하기는 무리지만 최소 2번 이상의 세션을 일으키는 유저가 조금 더 앱에서 상품을 탐색하고 관심을 보였다고 추리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메시지를 보낼 때만 앱에 들어오는 게 아닌 오가닉하게 자발적으로 (CRM 광고 없이도) 다시 재방문을 하는지도 중요한 지표다. 예전에 29cm PT 담당자분을 만난 적이 있는데 나도 모르게 '29cm 너무 좋아해요! 얼마나 좋아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유 없이 그냥 들어가거든요!'라고 대답했다. 나의 대답에 '그냥'은 여러 말을 내포하고 있었다. 좋아서, 재밌어서, 기대돼서 등 다양한 감정이었다. 오가닉한 재방문을 위해 여행을 생각하면 우리 앱이 떠오를 수 있도록 오랫동안 기억되는 마케팅을 하고 싶다.
마케팅 비용 대비 매출액을 의미하는 ROAS는 CRM에서 굉장히 재미있게 바라볼 수 있는 지표다. 앱푸시, 이메일, 인앱 메시지처럼 발송 비용이 없는 채널은 ROAS를 계산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반면 LMS, 플러스친구, 친구톡과 같은 유료 채널은 ROAS를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각 채널은 발송 건당 비용이 다르기 때문에 각 채널의 ROAS는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 친구톡의 ROAS 1,000%와 플러스친구의 ROAS 1,000%는 다른 수치로 보아야 한다.
나는 CRM 발송 비용이 높으면 높을수록 비교적 객관적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도록 연령과 성별에 따라 캠페인을 나누어 발송하고 세부적인 ROAS를 보도록 노력한다. 또한 발송하는 버티컬 별 Take rate과 들어가는 비용 등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상품 버티컬&채널을 하나로 묶어 꾸준히 발송하고 그에 따른 ROAS를 축적해서 레슨런을 만들어 가곤 한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잎이 떨어지고 나무가 휘청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비와 바람이 숲의 좋은 양분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더욱 울창한 숲을 만들기 위해 서비스의 반대편 데이터와 신호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mass 타깃에게 발송한 후 꼭 확인하는 지표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 uninstalls을 보는데 평균적으로 우리 앱에서 데일리로 발생하는 삭제건에 지표가 튀는 현상이 보이면 최근 발송했던 캠페인을 점검한다.
Uninstalls을 이렇게 디테일하고 예민하게 보는 이유는 앱삭제가 일어나면 더 이상 유저에게 앱푸시를 보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앱을 삭제했다고 회원이 탈퇴되는 건 아니며 다른 채널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유저가 우리 앱이 필요 없거나 메시지가 노이지해서 삭제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대한 삭제를 낮추기 위해 캠페인을 발송할 때 세심하게 필터링을 하고 해당 메시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타깃은 제외를 한다. 어쩔 수 없는 삭제 수는 계속 발생할 테지만 최대한 건수를 낮출 수 있도록 1명의 고객이 받는 마케팅 메시지의 frequency도 조절하면서 daily 발송 제한 조건도 건다.
비즈니스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우리가 매일 같이 데일리로 사용하는 커머스 형태의 서비스가 있고 내가 정말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서비스가 있을 것이다. 서비스에 따라 1일에 1번 들어가는 앱, 1년에 1번 들어가는 앱이 있을 텐데 우리 서비스의 성격에 따라서 서비스 회원의 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매일 사용하는 서비스는 Active 유저 대비 휴면 유저의 비율이 낮을 테고, 그에 반해 주기가 덜한 서비스는 유저가 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물론 서비스에 따라 휴면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는 다르지만 어쨌든 휴면 비율이 높아지는 건 좋은 지표가 아니다. 1년 동안 서비스에 로그인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휴면으로 전환된다.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해 처음 앱에 들어왔을 때, 3개월째, 6개월째 등 시점에 따라서 유저가 서비스에 머물고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선순환 루프를 만들어야 한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명언이 있다. 반복적으로 그리고 관성적으로 내가 생각하기에 이랬으니까 이렇게 하면 효율이 좋아! 라는 생각을 스스로 매일 깰수록 생각에 매몰되지 않도록 계속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매번 새로운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CRM을 만들어가고 싶다.
“The definition of insanity is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gain,
but expecting different resul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