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ojeong Kang Nov 23. 2016

November Rain

I can find a way, nothing lasts forever

(On my way to work, Hastings-on-Hudson, October 24, 2016)


10월의 뉴욕 헤이스팅스, 맞닿아있는 허드슨 강 저편, 그 기나긴 절벽은 그 지루했던 푸르름을 내몰고는 드디어 새로운 것들로 채워가기 시작했다. 다 마르지 않은 Sap Green에다 Winsor Red Deep, Indian Yellow를 꾹꾹 눌러 찍은 듯 가을은 그렇게 헤이스팅스에 머물렀다. 절벽 위로 펼쳐진 그 맑디맑은 하늘과 그 절벽 아래로 바람과 함께 울렁이는 허드슨 강은 자꾸만 있지도 않은 그 어딘가에 나를 데려다 놓았다. 그렇지만 난 거기에 없었다. 난 길을 헤매고 있었다. 한동안, 한동안, 오랫동안.


오늘도 난 길고도 넓은 허드슨 강 옆으로 놓인 기찻길을 따라 헤이스팅스에서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로 향하는 기차 안에 있다. 넓은 창 너머 매일매일 짙어지는 가을 색은 허드슨 강 수면에서 녹아들기 시작해, 강바닥을 향해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다. 허드슨 강과 달리는 기차를 피해 두서없이 겨우겨우 자란 나무들에게도 가을색이 깃든다. 이렇게까지 빨갈 수 있을까. 조화롭지 못하게 Cadmium Red를 들이부은 Oxide of Chromium의 푸른색을 입은 나무들 위로, 철새 무리들이 위로 아래로 어지러이 날아다니다 저기 저 멀리 가버린다. 안녕. 손을 흔든다. 가버려.


새달의 첫날이 월요일이면 좋으련만 하루를 비껴간 화요일부터 나의 11월은 시작되었다. 어긋나 버린 그 하루는 무대 위에 서서 November Rain를 부르는 동안 너무너무 긴 간주가 흐를 때, 어쩔 줄 몰라하던 그, 아니 그 아마추어 가수를 무대 아래에서 바라보던 피로감 같이 와버렸다. 


가을이 허드슨 강 저편의 절벽을 벗겨내고 있다. 벌거벗기기 시작했다. 가을이 절벽 아래로 쏟아져내려 절벽의 잘라진 면을 다 드러내 놓고 있다. 절벽이 나에게 성큼 다가온 것 같다. 허드슨 강 저편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럼 내가 반가워할 줄 알았니. 가을아, 절벽을 그만 놔두렴. 허드슨 강과 함께 하류로 내려가, 어서.


이제 헤이스팅스는 가을을 떠나보내고 겨울을 맞이한다. 나의 뇌 겉면에 완만히 흐르던 기억의 굴곡은 날카롭고 모난 기억의 비탈길과 계곡이 되어버렸다. 제 맘대로 날뛰던 심장은 놀라우리만큼 일정한 속도로 뛰고 있다. 


겨울잠을 자야 하는 걸까. 


높이 뛸, 멀리 뛸, 오래 뛸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봄이 올 때까지.


다음 주면 락커펠러 센터에 우뚝 선 트리의 점등식이 있다. 나를 축하하는 점등식이다. 나를 초대했다. 모두를 초대했다. 꼭데기 위에 홀로 반짝이는 스왈로브스키 크리스탈을 고개를 쳐들고 바라볼 것이다. 그리고는 끝을 알 수 없는 겨울잠 속으로 쳐들어갈 것이다.


무대 위의 당신이 건반이나 일렉기타를 칠 수 있었더라면.


2년 전 락커펠러 센터의 트리 점등식에 나를 초대했더라면.


So, never mind the darkness

We still can find a way

Cause nothing lasts forever

Even cold November rain

매거진의 이전글 좌우 시력 2.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