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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만월 Sep 10. 2018

예민함이라는 무기

오랜만에 독후감

독후감이랄지 후기랄지

그런것들 쓰는게 익숙치 않다.

감상이라고 끄적이다 보면

맨 뜬구름 잡는 소리나 하게 되니까.


어쨌든 오늘은 독후감.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바쁘기도 했고,

바쁠 수록 시간이 나면

더 정신없는 것에 정신을 팔아

바빴던 일들을 잊고 싶었으니까.

도통 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

어제 가까스로 책을 샀고,

손 대자 마자 모두 읽었다.  


자기계발서 싫어한다. 진지하게 싫어한다.

이럴땐 이래라 저럴땐 저래라 하는 것도 싫고

네 인생과 내 인생이 엄연히 다른데

어따대고 네 인생을 내 인생에 적용하라느냐!

하는 마음이 쑥 치밀고 만다.

허나 모순적이게도

손 대어서 끝까지 읽는 책도 자기계발서,

가장 집중해서 읽게 되는 책도 자기계발서,

흥칫뿡 남발해가며 읽긴 해도

어쨌든 며칠간 뇌리에 남아 떠도는 것도 이런 책들.


예민함이라는 무기

라는 책 제목을 듣자 마자

사야겠다 싶었다.

그냥 오랜만에 책을 끝까지 읽고 싶었던

마음에서였다.

게다가 예민함이 무기라잖아.

한 예민 하는 사람 아니던가 나 또한.


남 보기를 주인님같이

나 보기를 돌같이 하는

호흡과도 같은

내 패턴의 원인이 바로

바로 예민함이었단다.


'예민함이 무기' 라고 책 제목에 떡 붙여놓는 바람에

웬 떡이냐,

'예민해서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감히 '무기'라니  

간만에 자존감 좀 충전해보자 싶어

카드긁고 책을 손에 든 나같은 한 낱 불나방에게

이 책은

원펀치 쓰리강냉이 날리는데.


예민함은 졸라 강점이지만

요즘 사회엔 그닥 쓸모가 없고

조절 못하면 졸라 주변에 민폐주니까

니 그 예민함을 활용해서

졸라 잘 해봐.


응.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요약이다.

스포??

몇 가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문답을 통해

예민한 인간으로 찍힌 독자는

이래라 저래라 하는 저자의 손가락에

놀아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여튼 용한 책이다.


당분간은 그 손에 놀아날 작정이다.


웬만해선 안쓰는 독후감을

오밤중에 써내리는 이유는

이 책이 나를 아프게 했기 때문이다.

일년 남짓의 심리치료를 하는 동안

내내 주어졌던 과제도

스스로 경계를 시험하고, 설정하고, 책임지는 것.

어째 이 책 전체에 녹아있었다.

파편 뿐이라

왜 이모양인지 당췌 모르겠던 스스로가

조금은 꿰어졌다.


한 번 더 읽어볼 작정이다.

그 동안 살면서 생각했던 것들,

불쾌하고 불편하고 감당이 되지 않았던 것들을

왜 감지하지 못하고 밀어 붙였는지,

무엇 때문에 스스로를 가둬놓고 괴롭혔는지,

조금씩 정리해 볼 참.


예민한 부모에게 자란

예민한 아이가

예민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까지

박탈 당했던 것 들을 찾으라고


시키니까

해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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