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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만월 Nov 09. 2018

또로롱

손톱만 한 금성이

달의 반대편에서 노을과 함께 저물어 갈 때 

이 곳에도 가을이 오는가 보다

잠시 놀랐다가 

모든 것이 피고 지는 이 세상 

잠시라도 머무르게 된 것이 

참으로 기묘하게 느껴진다.


선선한 바람은 

경쾌한 소리를 몰아오고 

아무리 들어도 불편하지 않은 

그들의 목소리는 

모든 군더더기를 훑어간다


금세

해가 저물고 

조용히 신월이 떠오를 때에도 

잠자코 안에 들어앉아 

떠오르는 모든 것에 잠수해 있느라 

아무것에도 닿지 못했는데 

문을 열고 나가  잠시 쐰 바깥공기처럼 

이 곳에 잠시 머물게 된 것이 이상하고도 감사하다


노을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눈을 잠시 감았는데 

하얀 구름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검은 내 눈 속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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