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루에도 백번씩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백번씩 빠져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라. 정말 모르겠다만,
최근에 빠졌던 사랑 중에 가장 강렬했던 한 장면을 떠올려보려고 한다.
오래된 침대에서 눈을 뜨니 아침 여덟 시 이십 분. 부랴부랴 씻고 나가도 여덟 시 오십 분. 그날따라 날씨가 맑았고, 선선했고, 하늘이 높아 하얀 구름이 더 하얀 그런 날이었다. 부랴부랴 씻고 현관문을 나섰다. 여덟 시 오십 분. 서둘러 걸어야 사무실에 늦지 않게 도착한다. 여덟 시 오십 분, 여덟 시 오십 분, 여덟 시.. 아아!!
일층 주차장에 내려앉은 조각 햇살에 뒹굴며 이리저리 몸을 굽고 있는 점박이 고양이 한 마리. 보자마자 여덟 시 오십 분이고 나발이고 다시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 깡통을 들고 나온다. 접시를 닦고, 깡통을 열어 사료를 접시에 부으려는데, 구석에서 쳐다보는 순둥 한 노란색 고양이와, 얼룩이 고양이. 우리 점박이 고양이 친구들이구나. 접시 옆에 놓인 스테인리스 그릇에 사료를 나눠 담았다. 살살 다가와 사이좋게 찹찹찹. 날씨 좋은 날에 집 앞에 풀잎 무성한 공터에 모여 함께 뒹굴며 놀다가 문득 친구들에게 '얘들아! 출출한데 떡볶이 먹을래? 내가 쏠게'라는 식으로 내가 사는 곳에 왔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 하늘과 햇살과 공기와 온도와 고양이와 고양이와 고양이와 북향집에서 방금 나온 곰팡이 인간이라니. 우연히도, 어쩌다가, 마침내 이렇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구나 싶었고, 하루 종일 그 장면을 떠올리면 흐뭇하고 설레고 뿌듯하고 따뜻해졌다. 그래 여기 이게 사랑이지.
별게 있을까. 영원한 사랑이라는 둥,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라는 둥 둥둥 둥이고 나발이고. 언제 올까 싶었던 서른을 지났고, 다음은 마흔이다. 사랑에 빠졌다가 빠져나오고. 여전히 꾸준히 무엇인가를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는 나에게는 대체 불가한 사랑의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