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많은 치과에 왔다.
청록색 낡은 소파에 모자를 멋스럽게 눌러쓰신 할아버지는 신문지를 챙겨 앉으셨고, 십오 분 전부터 조심스러운 기침과 함께 손을 모으고 앉아계신 할머니와 남은 일분을 기다리고 있다. 9시 30분, 치과의 첫 진료가 시작된다. 치과에 앉아서 나는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은 한 작가의 책을 읽고 있다. 손을 모으신 할머니의 이름이 불렸다. 다음은 내 차례. 마침 넘어간 책장의 소제목은 '노년의 삶에 필요한 세 가지'. 이름이 불렸다. 노년이 된 후에 이 이름은 병원에서나 불릴까? 유통기한이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내 이름에 지나치도록 밝게 대답해버렸다. 이쪽도 저쪽도 의사 선생님도 노년인 노년의 공간에 누워 이를 깎아대는 와중에 나의 노년에 필요한 세 가지가 뭘지를 생각했다면.
진통제와 볕이 드는 창과 책이려나.
10년 전에 이 나이를 먹는 날이 올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오고 나니 10년 전과 다르지 않고, 나의 노년도 별 다를 게 없어 보이니, 지금과 같이 그때도 내겐 진통제와 볕이 드는 창과 책이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