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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만월 Dec 18. 2023

사람들이 생각보다 열심히 산다.

나는 조금만 열심히 살까보다.

그냥저냥 시간을 흘려 보내듯이 살고 있다.

힘든 일은 돈을 버는 곳에서만 하려고 노력하고

쉬는 동안에는 최대한 나를 늘어지게 둔다.


잘 씻기고 잘 챙겨먹이고 잘 재우고

약도 챙기고 일기도 챙기고 책도 챙기고.

나를 열한살짜리 꼬마라고 생각했을 때

그럭저럭 적당히 지저분한 방에서 그럭저럭 읽을 거리들을 주고 그럭저럭 장난 칠 고양이와 그저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도록 아무 간섭도 하지 않지만


뭔가 부족한데

그게 뭔고 하니

그 열한살짜리 꼬마에게 절대로 말을 걸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가 누구와도 대화하게 두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가 말을 잊을 때 까지 그저 책과 티비와 고양이와 가둬두는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말을 좀 걸어야겠다.


싶어져서


브런치를 다시 열어 시덥잖은 일기를 적어내린다.


안부를 물어도 좋겠지.


나를 돌보는 일은 어떻니.

내가 돌보고 있는 나는 잘 지내고 있니

나를 돌보는 나는 잘 지내고 있니


이렇게 고양이랑 책이랑 간식거리랑 가둬진 나는

외롭기는 커녕

억울하기는 커녕

은은한 해방감으로

은은하게 행복한데


이게 맞나 싶네.


생각보다 잘 지내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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