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금만 열심히 살까보다.
그냥저냥 시간을 흘려 보내듯이 살고 있다.
힘든 일은 돈을 버는 곳에서만 하려고 노력하고
쉬는 동안에는 최대한 나를 늘어지게 둔다.
잘 씻기고 잘 챙겨먹이고 잘 재우고
약도 챙기고 일기도 챙기고 책도 챙기고.
나를 열한살짜리 꼬마라고 생각했을 때
그럭저럭 적당히 지저분한 방에서 그럭저럭 읽을 거리들을 주고 그럭저럭 장난 칠 고양이와 그저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도록 아무 간섭도 하지 않지만
뭔가 부족한데
그게 뭔고 하니
그 열한살짜리 꼬마에게 절대로 말을 걸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가 누구와도 대화하게 두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가 말을 잊을 때 까지 그저 책과 티비와 고양이와 가둬두는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말을 좀 걸어야겠다.
싶어져서
브런치를 다시 열어 시덥잖은 일기를 적어내린다.
안부를 물어도 좋겠지.
나를 돌보는 일은 어떻니.
내가 돌보고 있는 나는 잘 지내고 있니
나를 돌보는 나는 잘 지내고 있니
이렇게 고양이랑 책이랑 간식거리랑 가둬진 나는
외롭기는 커녕
억울하기는 커녕
은은한 해방감으로
은은하게 행복한데
이게 맞나 싶네.
생각보다 잘 지내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