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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LER Jan 26. 2023

4화, 식사하는 커플

첫번째 vip

4화, 식사하는 커플

첫번째 vip


카페를 오픈하고 첫번째 vip 손님이다. 이 커플은 vip라고 하면 서운해 할 것 같다. 멤버쉽이 있다면 무조건 VVIP 등급을 넘어 다이아몬드 타이틀 까지 주고 싶다. 카페에 식사를 하러 오는 것 같다. 


그들과의 첫 만남은 조용히 시작 됬다. 오픈한지 일주일 정도 되어갈 때, 평일 오후 5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거뭇거뭇한 옷을 입고 남자답게 생긴 남자와 그와는 대비되게 외소한 여성 한분이 들어왔다. 메뉴 설명도 조용히 듣고, 그림자 처럼 다가와 매장에서 가격대가 가장 높았던 핸드드립 게이샤 원두를 고르고, 에스프레소, 스트라파짜토, 로마노, 크램을 포함해서 총 5가지를 주문했다. 


단 둘이 와서 마실만한 카페인 양이 아니었다. 


핸드드립을 먼저 달라는 부탁으로 게이샤를 첫번째로 코스처럼 준비 했다. 두번째로 에스프레소와 스트라파짜토. 세번째로 로마노, 크램을 말이다. 총 세번을 그들 앞에 섰지만 매장이 어두워서 그랬나, 그들의 낯빛은 밝지 않았다. 기대했던 맛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던 차에 남자가 다가왔다. 


"에스프레소랑 로마노 한잔 주세요"


다행이 먹을 만은 했나보다라고 생각하며 안심하던 찰나 남자가 주문이 아닌 다른 말을 걸어왔다. 


강인한 인상의 남자는 놀랍게 살짝 수줍은 첫마디를 건넸다. 

"저희가 너무 많이 주문하죠. 죄송해요" 


그의 말투에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풀리며 부드럽고 걱정스럽게 답했다. 

"아뇨 저야 좋죠. 근데 카페인 과다 되실까봐 걱정이죠"


또 한번의 수줍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오랜만에 제대로된 커피를 마셔서요"


조금 과장하자면, 눈물이 살짝 맺히며 답했다. 

"아 너무 감사합니다"


나머지 커피도 마무리하고 친절한 감사인사와 함께 이 커플은 떠났다.


그렇게 일주일이 더 지났을 까. 커플 중 여성분이 먼저 매장으로 들어왔다. 인사와 함께 그녀가 첫마디를 수줍지 않게 건넸다. 

"바로 또 오고 싶었는 데, 몸이 조금 아파서 늦었어요!"


생각보다 외향적인 성격인 것 같다라는 생각과 함께 고마움이 밀려들어왔다. 하지만 난 수줍기 때문에 소심하게 답했다.

"정말요?! 감사해요" 


뒤늦게 남자도 들어오고 주문을 하는데 저번과 비슷한 양으로 커피를 주문하고 재주문까지 했다. 그들이 매장을 방문하는 텀이 조금씩 줄어들었고 나와의 실질적 거리도 좁혀왔다. 나름 핸드드립 스테이션과 더불어 바테이블을 만들어 놨는데, 거의 앉는 손님은 없다. 


그들도 처음에는 바테이블과는 멀리 떨어져 앉았지만, 방문 세 번만에 바테이블로 들어왔다. 매번 식사하는 것 처럼 커피를 마시는 이 커플과는 기본 1시간은 수다를 떨며 지내는 관계가 되었다. 


카페를 시작하게 되면 꾸는 꿈들이 있다. 과연 나에게도 친구처럼 자주 방문하며 대화를 나누며, 결혼할 때 청첩장을 받을 수 있는 손님이 있을까. 나는 이제 그들과 청첩장을 줄 지는 모르겠지만, 달라고는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욕심이지만 먼 미래에 폐점하는 그 날까지 함께 했으면 좋겠다. 

그들이 떠나는 날, 조금 많이 슬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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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N COFFEE RO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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