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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LER Feb 15. 2023

3화, 유럽의 과거 에스프레소

파리의 기억

3화, 유럽의 과거 에스프레소

파리의 기억


가게를 오픈하고 한달 후,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갔다. 


신혼여행은 당연 프랑스 파리. 에스프레소의 본토인 이탈리아를 가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옆나라 유럽이니까" 어느정도 느낌은 받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걸었다. 밤9시가 넘어 숙소에 도착했다. 파리의 공기만 맛보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6시에 눈을 떴다. 다행히 나의 색시도 마침 일어나 있길래 서둘러 준비하고 어두컴컴한 아침거리를 나섰다. 


숙소 골목길에 위치한 카페에 들어갔다. 영어를 정말 못하더라. 겨우겨우 블랙퍼스트 메뉴인 크루아상과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첫 에스프레소. 잔 가득 채워진 에스프레소 위에 크레마가 옅게 떠있다. 작은 스푼으로 크레마를 밀어내고 한모금. 에스프레소가 맞나 싶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강렬함은 사라지고, 에스프레소 블랜드를 드립으로 내렸을 때와 비슷한 질감과 맛이 느껴졌다. 맛잇었다. 크루아상은 ... 할말이 없다. 최고였다. 


영어를 못하니 더 시키고 싶어도 시킬 수 없는 아쉬움을 남기고 다른 가게로 넘어갔다. 다행히 영어를 하셨다. 오믈렛과 연어샐러드를 시키고 에피타이저로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좀더 두꺼워진 크레마를 안고 나온 에스프레소. 첫모금의 강렬함이 드디어 찾아왔다. 하지만 강렬할 뿐 쓰지 않았다. 비터스윗이 이런 거라는 정확한 인지를 이때 처음했다. 


비터스윗. 블랙커피에 필수불가결로 따라다니는 컵노트. 아름다웠다. 당장 내 카페로 달려가 다시 에스프레소를 내려보고 싶었다. 파리에서의 일주일. 최소 하루에 두 잔씩은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내가 감동받았던 에스프레소는 과거의 것이라는 걸 많이 느꼈다. 카페에 들어서면 오래된 바 안에 젊은 여성분이 밝게 맞아준다. 자리를 안내해주고 주문을 받고 직접 에스프레소도 내려준다. 안봐도 뻔하다. 전문 바리스타 수준의 스킬이나 센서리를 통해서 최고의 맛, 최선의 맛을 이끌어내기 위해 수 많은 세팅을 거쳐 나온 결과물이 분명 아닐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 정도로 그들에게 프로의 포스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내가 틀렸을 수도 있지만 분위기가 그러했다. 


그렇게 최고의 에스프레소 한잔이 나온다. 그녀들이 내려주는 에스프레소는 내가 상상했던 유럽의 에스프레소와 정확히 일치했다. 단순하다. 에스프레소를 위한 샷이 추출된 것이다. 스페셜티 원두처럼 커피체리 본연의 과일맛이 두드러지고 피니쉬가 클린하게 떨어지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아니다. 에스프레소 한잔에 난 유럽을 경험했다.


관광지에 위치한 멋들어진 카페들이 아니라 골목에 몇 십년은 된것 같은 카페로 들어가라. 그 곳이 유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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