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소..그리고 정리 그리고 위로
내 기억에 남아있는 첫번째 글쓰기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써냈던 독후감이다.
나에게 남아있는 초등학교 기억은 거의 없다.
늦은 하교길 오르막길을 걸으면서 봤던 해질녁 노을이 예쁘다 생각했던 것
그리고 독후감으로 첫 상을 타고 난 후,, 운동장 위에 서 있던 내 모습
이 두가지는 내가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몇 안되는 내 기억들이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 아이가 아니었다.
학교에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라고 했다. 상을 타기 위해 썼던 글은 아니었는데,
아마도 나는 그냥 있는 그대로, 성실히 책을 읽고
읽고 난 후의 감정이나 생각을 적어야 한다고 해서 성실히
따라 적었던 기억이 난다.
잘 썼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나에게 지나가는 일상 중 하나였는데,
나에게 상이 주어지다니.. 아…나에게 이런 점도 있구나,
이렇게 쓰면 되는 거구나 하며 생각에 잠겨 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어떤 상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전교생이 모여있는 운동장에서 받았던 기억으로 봐서는
나쁘지 않는 상이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1학년,
같은 반 친구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나는 슬플 때마다.. 잘 모를때마다, 답답할 때 마다
글을 적고 또 적었다. 그렇게 적다보면 두페이지, 세페이지가 넘어가곤 했는데
누군가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깊은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 중 하나였을 것이다.
지금은 남겨놓기 위해서 글을 쓴다.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살아내고 있는지에 대해
기억하기 위해 쓴다.
또는 위로받기 위해 쓴다. 글쓰기는 나를 위한 위로이자, 나에게 보내는 확신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떠오르는 내 생각의 파편들을
글 속에 박아두고, 정처없이 규칙없이 휘몰아쳐 내 머릿속을 뒤집어놓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떠오르는 생각들에 대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행동이고, 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