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서전을 쓰고 싶은 이유
가장 많이 울었던 날을 떠올려 보니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네요.
아버지가 암에 걸리셨다는 전화를 받은 순간 두 다리에 힘이 빠져 휘청거렸어요. 그날 정말 슬프면 눈물이 안 난다는 것을 알았어요. 아버지가 시한부 판정을 받으셨다는 것을 알고 설 연휴에 뵈었는데 그냥 하루 종일 계속 눈물이 났어요. 어쩌면 이번 설이 아버지와 마지막 설이 된다는 생각에 아버지가 한 말씀 한 말씀하실 때마다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돌아가신 후에는 아버지가 쓰신 글을 볼 때마다 계속 눈물이 나요. 예전에는 아버지가 쓴 글을 보고 눈물 나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쓰신 글을 보면 보고 싶어서 울고, 글을 쓸 때 아버지의 마음이 더 전해져서 울게 되네요. 그리고 이렇게 아버지에 관한 글만 쓰면 또 웁니다. 돌아가신지가 9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아버지 이야기를 하게 되면 슬픈 감정은 아니지만 눈물부터 나옵니다. 그냥 몸이 반응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 영원히 볼 수 없다는 것은 정말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일입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언젠가 볼 수 있다는 것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것은 다릅니다. 제가 아버지를 기억하는 한 저와 함께 계시다는 것을 알지만, 아버지의 말씀을 더 이상 직접 듣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마음 아픕니다. 살아계셨으면 이번 주 쓰신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을 텐데요.
아버지는 늘 꿈이 있는 분이셨습니다. 항상 도전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죽음을 맞이하셨을 때 아버지는 사람이 태어나서 책 세 권을 쓸 필요가 있는데 자서전, 에세이, 자기 분야의 전문 서적이라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다른 것은 특별하게 미련은 없는데 전공분야의 책을 못다 쓰고 마무리하는 것이 다만 아쉽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책을 쓰라고 하시지는 않으셨지만 이 말씀을 듣고 저는 책 3권이라는 인생의 목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번 자서전 쓰기에도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가장 아픈 눈물이고, 가장 소중한 유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