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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누우리 Aug 16. 2022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많이 울었던 날은 언제인가요?

내가 자서전을 쓰고 싶은 이유

가장 많이 울었던 날을 떠올려 보니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네요. 


아버지가 암에 걸리셨다는 전화를 받은 순간 두 다리에 힘이 빠져 휘청거렸어요. 그날 정말 슬프면 눈물이 안 난다는 것을 알았어요. 아버지가 시한부 판정을 받으셨다는 것을 알고 설 연휴에 뵈었는데 그냥 하루 종일 계속 눈물이 났어요. 어쩌면 이번 설이 아버지와 마지막 설이 된다는 생각에 아버지가 한 말씀 한 말씀하실 때마다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돌아가신 후에는 아버지가 쓰신 글을 볼 때마다 계속 눈물이 나요. 예전에는 아버지가 쓴 글을 보고 눈물 나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쓰신 글을 보면 보고 싶어서 울고, 글을 쓸 때 아버지의 마음이 더 전해져서 울게 되네요. 그리고 이렇게 아버지에 관한 글만 쓰면 또 웁니다. 돌아가신지가 9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아버지 이야기를 하게 되면 슬픈 감정은 아니지만 눈물부터 나옵니다. 그냥 몸이 반응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 영원히 볼 수 없다는 것은 정말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일입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언젠가 볼 수 있다는 것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것은 다릅니다. 제가 아버지를 기억하는 한 저와 함께 계시다는 것을 알지만, 아버지의 말씀을 더 이상 직접 듣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마음 아픕니다. 살아계셨으면 이번 주 쓰신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을 텐데요. 


아버지는 늘 꿈이 있는 분이셨습니다. 항상 도전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죽음을 맞이하셨을 때 아버지는 사람이 태어나서 책 세 권을 쓸 필요가 있는데 자서전, 에세이, 자기 분야의 전문 서적이라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다른 것은 특별하게 미련은 없는데 전공분야의 책을 못다 쓰고 마무리하는 것이 다만 아쉽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책을 쓰라고 하시지는 않으셨지만 이 말씀을 듣고 저는 책 3권이라는 인생의 목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번 자서전 쓰기에도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가장 아픈 눈물이고, 가장 소중한 유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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