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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Nov 22. 2020

가슴속 3천 원을 품고 다녀야 하는 계절

직장인의 소확행

이직을 하게 되면서 대중교통 수단이 버스에서 지하철로 바뀌었다.

버스는 답답하지 않은 대신 도로 사정에 영향을 많이 받는 반면 지하철은 답답한 대신 시간을 잘 지키기 때문에 후자의 이유로 지하철을 선택했다.

오랜만에 지하철을 이용하니 풍경이 새로웠다. 자판기는 이제 미니 편의점 같아졌고 하겐다* 아이스크림 자판기는 신박하기까지 했다. 신문 가판대는 사라졌으며 대신 새로운 음식의 유혹이 가는 곳마다 펼쳐졌다. 내가 이용하는 노선과 환승 구간은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분식집과 빵집이 있다. 아침을 거른 출근길이나 퇴근 후 저녁 시간에 지나가면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가볍게 먹을 수 있으니 그 유혹에 이끌려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을 쉽사리 찾을 수 있다.

나 또한 어찌 예외일 수 있을까. 지나가면 풍겨오는 빵 냄새를 맡거나 어묵 국물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모습을 보면 먹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그러다가도 살찔 걱정에 그 마음을 꾹꾹 눌렀다. 그 냄새는 가히 어렸을 적 지하철에서 나는 델리만쥬 냄새만큼이나 유혹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직장인의 소확행이 생겼다. 지하철 빵집과 분식집을 들르는 것이다. 지하철 시간에 맞춰 출근하면 근무 시작 전까지 여유가 생기는데 그때 먹을 빵을 사서 커피 한 잔과 함께 티타임을 종종 갖는 것이다. 사무실에 다행히도? 여러 숨은 공간이 있어 나만의 티타임을 가질 수 있다. 하루 종일 사람들과 부대끼는 직장인에게 나 같은 내향적인 사람들은 그런 시간이 소중하다.

때로는 퇴근길에 역내 분식집에서 어묵을 먹는다. 내가 가는 곳은 초중고교 주변에서만 보던 컵볶이도 있어서 부담 없이 먹고 싶은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컵볶이를 먹고 있노라면 학생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난다. 사실 성인이 되면 분식집 갈 일이 많지 않은데 이렇게 먹을 때마다 맛있는 것을 보면 분식은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것 같다. 가면 사람들이 옹기종기 서서 먹고 있는데 단연 인기는 어묵이다. 추운 겨울날 어묵 하나면 따뜻한 국물까지 원 없이 먹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인 메뉴다.

먹으면서 보니 예전에는 컵볶이도, 어묵도 기본 가격이 500원이었는데 이제는 1,000원이다. 또 현금만 받는 포장마차형 분식집도 직장인 지갑 트렌드에 맞춰 카드 결제가 가능했다. 겨울에는 주머니에 현금 3,000원은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말도 다 옛말이 되어가는 듯하다. 물가만 오르고 내 월급은 오르지 않는 건지 평생의 의문이면서도 1천 원의 소확행이 즐거운 직장인이다.

copyright ©️그림 All right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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