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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Nov 15. 2020

개방형 오피스가 정말 좋은 걸까.

한 때 구글, 페이스북 등 잘 나가는 IT 기업의 사무실이 주목받은 적 있었다. 그들의 창의력은 칸막이가 높게 쳐진 사무실이 아닌, 칸막이가 없고 휴게 공간과 같은 개방형의 오피스 구조에서 나온다는 것이 제법 설득력 있었다. 그래서 최근에 만들어진 사무실에는 소통과 창의력을 강조하며 칸막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막상 내가 회사원이 되고 보니 어느 정도는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공간에서 일할 때 업무 집중도가 높았다. 공동체가 강조되는 한국인의 특성도 있는 것 같다. 외국인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니 오픈된 공간이어도 다른 사람 신경 쓰지 않고 일할 수 있는데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국민들은 오히려 개인적인 공간이 있어야 조직 내에서 개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개방형 사무실 구조는 장단점이 있었다. 우선 소통하기가 편하다. 그런데 이 소통이라는 것도 좋게 보면 그렇지, 나쁘게 보면 지나다니면서 다른 사람의 모니터를 다 볼 수 있기에 정작 일하는 사람은 감시받는다는 기분이 든다.

장점은 이 단점과 이어지는데 감시받는다는 기분이 드니 다른 짓을 못하고 오직 일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감시받는 기분은 사무적인 일을 할 때는 괜찮은데 창의적인 일을 할 때는 산만해져서 불리하다.

예전에 알쓸신잡으로 주목받은 유현준 건축가의 강의에서 사무실 구조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었다. 개방형 오피스가 붐이 일면서 칸막이가 없는 사무실이 많아졌는데 사람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개인적인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가령 책꽂이를 칸막이처럼 쓴다던지, 다른 직원의 시선이 맞닿는 곳에 책을 쌓아놓는다는 지 하는 식이다. 또 사무실 구조는 위계구조와 관련이 있어 부장의 자리는 다른 직원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안쪽에 있고 말단 직원일수록 상사들의 시선이 잘 닿는 곳에 위치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공유 오피스는 이런 시선의 배려가 없는 것 같다. 효율적인 공간 사용과 '공유'라는 그 하나의 목표 아래 그저 벽을 따라 일렬로 책상을 나열해놓는다. 누구도 시선을 피해 갈 수 없는 사무실 인테리어는 현대형 사무실 판옵티콘 같아 숨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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