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소확행
이직을 하게 되면서 대중교통 수단이 버스에서 지하철로 바뀌었다.
버스는 답답하지 않은 대신 도로 사정에 영향을 많이 받는 반면 지하철은 답답한 대신 시간을 잘 지키기 때문에 후자의 이유로 지하철을 선택했다.
오랜만에 지하철을 이용하니 풍경이 새로웠다. 자판기는 이제 미니 편의점 같아졌고 하겐다* 아이스크림 자판기는 신박하기까지 했다. 신문 가판대는 사라졌으며 대신 새로운 음식의 유혹이 가는 곳마다 펼쳐졌다. 내가 이용하는 노선과 환승 구간은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분식집과 빵집이 있다. 아침을 거른 출근길이나 퇴근 후 저녁 시간에 지나가면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가볍게 먹을 수 있으니 그 유혹에 이끌려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을 쉽사리 찾을 수 있다.
나 또한 어찌 예외일 수 있을까. 지나가면 풍겨오는 빵 냄새를 맡거나 어묵 국물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모습을 보면 먹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그러다가도 살찔 걱정에 그 마음을 꾹꾹 눌렀다. 그 냄새는 가히 어렸을 적 지하철에서 나는 델리만쥬 냄새만큼이나 유혹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직장인의 소확행이 생겼다. 지하철 빵집과 분식집을 들르는 것이다. 지하철 시간에 맞춰 출근하면 근무 시작 전까지 여유가 생기는데 그때 먹을 빵을 사서 커피 한 잔과 함께 티타임을 종종 갖는 것이다. 사무실에 다행히도? 여러 숨은 공간이 있어 나만의 티타임을 가질 수 있다. 하루 종일 사람들과 부대끼는 직장인에게 나 같은 내향적인 사람들은 그런 시간이 소중하다.
때로는 퇴근길에 역내 분식집에서 어묵을 먹는다. 내가 가는 곳은 초중고교 주변에서만 보던 컵볶이도 있어서 부담 없이 먹고 싶은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컵볶이를 먹고 있노라면 학생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난다. 사실 성인이 되면 분식집 갈 일이 많지 않은데 이렇게 먹을 때마다 맛있는 것을 보면 분식은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것 같다. 가면 사람들이 옹기종기 서서 먹고 있는데 단연 인기는 어묵이다. 추운 겨울날 어묵 하나면 따뜻한 국물까지 원 없이 먹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인 메뉴다.
먹으면서 보니 예전에는 컵볶이도, 어묵도 기본 가격이 500원이었는데 이제는 1,000원이다. 또 현금만 받는 포장마차형 분식집도 직장인 지갑 트렌드에 맞춰 카드 결제가 가능했다. 겨울에는 주머니에 현금 3,000원은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말도 다 옛말이 되어가는 듯하다. 물가만 오르고 내 월급은 오르지 않는 건지 평생의 의문이면서도 1천 원의 소확행이 즐거운 직장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