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족한 사원이었다. 전공과는 다른 진로를 찾아보겠다며 시작한 일은 홍보 마케팅 쪽이었고 성향이나 역량면에서 채워야 할 부분이 많았다.
이직을 많이 한 편이다 보니 다양한 상사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오늘은 무서웠던 상사 2가지 유형을 말하고자 한다. 첫 번째 유형은 혼내서 무서운 상사다. 혼내고자 할 때는 '잠깐 이야기 좀 할까요?'라고 운을 띄웠고 그래서 '잠깐'의 'ㅈ'만 나와도 '하.. 오늘 또 잔소리 듣는 날'이라는 것을 예상해야 했다. 조언은 그 사람이 원할 때 하지 않으면 잔소리가 된다는 것을 그와 같은 꼰대들은 절대 알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 분은 위계질서를 중요시한 분이셨기에 자신의 능력이 위라는 것을 과시하고, 인정받고 싶어 했다. 내가 있던 곳은 스타트업에서 갓 벤처가 된 회사이기도 했거니와, 평등을 지향하는 쪽으로 사회 분위기는 바뀐다 하여 나는 어리석게도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이행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였다. 회의에서 상사의 말에 반박을 할 때마다 몇 배의 응징이 되어 두고두고 돌아왔다. 이때 깨달았다. 우선 상사에게는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반박은 공손하게, 따로. 아무리 그래도 상사의 태도는 자주 부당했고, 난 결국 이직을 하게 됐다. 그리고 매일매일 그 회사에 저주(?)를 내리고 있다. 제발 망하라고. 이렇게 간절히 바랬던 적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다른 한 유형은 조근조근 웃으면서 할 말 다 하는 상사다. 진심 이렇게도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한 번은 점심시간에 회사 복지에 대해서 화두를 던지셨다. 한 사원이 이 것, 저 것 건의를 하다가 좀 과하다 생각이 드셨는지 '스타트업은 능력이 없는 사원은 기다려주지 못한다'라는 말로 우선 일이나 잘하고 요구하라는 말을 대신했다. 또 다른 점심시간에는 음식을 주문하는데 같이 먹을 음식들로 사원들끼리 선택해서 주문 내역을 담았다. 그런데 주문하던 찰나 자기 것은 왜 안 물어보냐고 하셨다. 여기서 1차 멘붕이 왔지만 상사는 아무렇지 않은 척 아니라고, 괜찮다며 주문하라 했다. 주문음식이 도착했는데 그분은 단 한. 입. 도 드시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지막이 '먹을 게 없네'라고 하셨다. 음식 주문 담당이었던 나는 먹는 게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는 채 점심을 먹었다.
월급에는 상사 참는 비용이 포함돼 있다. 내가 상사가 될 때까지 참아야 하는 인내심에 대한 비용이자, 난 더 훌륭한 상사가 되기 위한 수련 비용이다. 상사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난 지금 당장 그분들보다 인성은 좋을지 몰라도, 역량면에서는 더 좋은 상사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팀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일을 가져오고, 그 일들을 팀원들에게 나누고, 점검을 하고 이런 것들은 단순히 의지로만 되는 것이 아니었다. 결론은? 이 수련 기간(?)동안 버텨서 인성이나 능력에서 훌륭한 팀장이 되어 좋은 성과를 내는 팀을 만드는 것이다.(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