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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예신 Mar 05. 2023

나만의 미적 기준을 가지는 것에 관하여

About my own aesthetics

올해로 클래식에 입문한 지 16년 차가 됐다. 고등학생 때 우연히 예프게니 키신의 라 캄파넬라를 들은 이래로 피아노라는 악기 그리고 낭만주의 음악에 완전히 꽂혔고, 현재까지도 클래식의 세계피아니즘을 탐닉하고 있다. 쇼팽, 리스트, 라벨,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을 발견하고 듣고 외우고 누리는 16년간 권태를 느껴본 적은 딱히 없다.


비록 전공자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클래식을 듣다 보니 적어도 이 영역에서만큼은 나만의 Aesthetics가 생겨나는 게 느껴진다. 내가 풍성하게 반응하는 선율과 악장은 무엇이고, 심드렁해지는 화성과 리듬은 무엇이며, 나도 모르게 발을 구르게 되는 화음이 무엇인지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Bruce Liu

어제는 제18회 쇼팽 콩쿨 우승자인 브루스 리우의 첫 내한 공연에 다녀왔다. 연주 프로그램은 다채로웠다. 리우는 7곡의 앙코르까지 포함해 쇼팽, 리스트, 라모, 바흐, 사티 등 다양한 곡들을 선보였다. 모 외에는 모두 아는 작곡가였다. 나는 리우의 피아니즘에 한껏 반응하고, 선율을 흥얼거리며 연주회를 즐겼다. 나의 미적 기준에 부합하는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때의 즐거움은 그 어떤 형용사로도 완벽하게 표현하기 어렵다.


미적 기준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 행복을 최대한 느끼기 위해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반응하는지 잘 아는 게 필요하다. 그러한 나의 모습을 '언어화'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특히 나와 미적 기준이 비슷한 혹은 너무 다르지 않은 사람과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다면, 코인 가격이 오르는 것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생이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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