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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ding Lady Jun 03. 2021

엄마 결혼반지는 탐내지 말아줘

공주놀이 좋아하는 딸의 반지 원정대

  “엄마는 왜 반지를 끼고 있어?”

  “결혼했으니까.”

  “결혼하면 반지 낄 수 있어?”


한창 꾸미기에 관심 많은 5살 딸은 자기의 반지(곰돌이 반지, 꽃반지 등)들이 있지만 호시탐탐 엄마가 끼고 있는 반지를 탐낸다. 엄마의 반지를 가질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아무나 붙잡고 결혼한다 할 기세다. 그걸 보고 있던 남편이 반지에 얽힌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랑 아빠가 결혼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은색 마녀가 엄마를 잡아갔어. 엄마가 너무 예뻐서 질투가 났던 거야. 아빠는 사랑하는 엄마를 구하러 마녀가 사는 동굴로 들어갔어. 그리고 용감하게 싸워서 은색 마녀를 물리치고 엄마를 구해 냈지. 그런데 그 때, 은색 마녀가 죽기 전 불러낸 금색 마녀와 빨간 마녀가 나타나서 또 아빠와 엄마를 공격하지 뭐야. 이번에는 아빠와 엄마가 힘을 합해서 마침내 마녀들을 다 물리쳤어. 그리고 마녀들이 다시는 사람들을 괴롭히지 못하도록 반지로 만들어서 나누어 가졌어. 이 반지에 있는 세 개의 링은 금색마녀, 은색마녀, 빨간마녀 이렇게 세 명의 마녀가 봉인된 거란다. 그러니까 절대 잃어버리면 안 돼.


문제의 삼색링 결혼반지. 이렇게 생겼습니다.




남편이  아무말 대잔치로 썰을 푸는구나하며 옆에서 피식거리며 휴대폰을 보고 있던 , 문득 고개를 들어 아이의 얼굴을 보았는데, 어라? 아이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표정으로 눈을 반짝이며 듣고 있는  아닌가.  설마  말을 믿는 거니..?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그래서 어떻게 됐냐며 다음 이야기 재촉까지 하는 딸아이를 보면서 남편도 어떻게든 이야기를 지어내서 이어갔던 .


아직 현실과 판타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와 함께 있으니 나도 심으로 돌아간다. 현실에는 동화  등장하는 마녀가 없고, 설령 마녀가 있다 해도  많은 미인들을 놔두고 굳이  잡아갈 만큼의 미모가 나에겐 없고, 백번 양보하여 내가 잡혀갔다 해도  구해낼 체력이 남편에게 있을지...(쿨럭)..모르겠지만,  이야기를 믿는  한 명의 아이 때문에 나는 예쁜 공주님이 되고 남편은 용감한 왕자님이 된다. 우리의 평범한 결혼 반지는 사랑과 용기의 상징이자 남들이 탐내는 절대반지가 된다.


육아를 하다 보면 가끔은 내가  바닥의 개미 다리털 만큼이나 하찮은 존재인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오직 자신이 세상의 특별한 주인공이라 철썩같이 믿는 아이에게, 자신의 엄마/아빠는 자신에 버금가는 특별한 존재이다. 그걸 전제로  바라봐 주는  허무맹랑한 시선이  귀엽고도 힘이 되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살아갈  있는 .


나의 아이야, 네가 가고 싶다면 동화  어디든 나도 함께 뛰어들어 줄게.  위해 공주님은 물론 올라프도 되련다. 그러니까 부디 엄마 결혼반지는 탐내지 말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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