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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us Mar 23. 2016

짝꿍 바꾸는 날이 싫어요.

변화가 부담스러운 당신에게.

'맨 앞줄부터 나와서 하나씩 뽑아.'


담임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 이윽고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교탁을 빙 둘렀고 수북이 쌓인 제비들을 바라봤다.  고민 없이 제비를 움켜잡은 아이들은 자신의 뽑은 번호와 칠판에 적힌 자리 번호를 번갈아 보며 곧 바뀔 자리를 확인했고 몇몇은 쉽사리 제비를 뽑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습으로 서있었다.  나 역시 알 수 없는 긴장감에 요동치는 심장을 억누르며 주위 눈치를 살피고 있었지만 결국 하나를 집어 들었다. 마침내 자리가 모두 정해지면 우리는 결과가 좋든 싫든 자신의 책과 가방을 챙겨 변경된 자리를 찾아가 둥지를 틀었다 아직 버리지 못한 미련과 함께.


모두에게 해당되는 경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위에 묘사한 내 학창 시절 경험은 대다수가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상황이다. 나는 학창 시절 주기적으로 이런 행사 아닌 행사를 치렀고 그렇게 일정 간격을 두고 원하지 않았지만 자리를 옮겨 수업을 듣곤 했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짝 바꾸는 날'은 적잖이 부담되고 꺼려지는 날 중에 하나였다. 이미 익숙해진 내 책상, 위치, 짝을 떠나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이 내게 설렘보다는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참 대수롭지 않은 것들인데 왜 그땐 그렇게 부정적 느낌으로 다가왔을까 하면서도 어려서부터 변화 또는 새로운 무언가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 지금이 좋아.'


 왜 나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무언가 바뀌는 것에 상당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일까?

아마도 첫째는 '안정'이라는 어항 안에서 나가고 싶지 않은 심리가 나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 일 것이다.  가령 출근길로 3년간 이용했던 경로보다 10분 더 빠르다는 새 경로를 알게 되어도 바로 다음날 출근길로 선뜻 새로운 경로를 선택 하기는 힘들 것이다.  경로상으로는 10분의 여유가 있다지만 그 외의  변수가 있을지 모르는 새로운 길로 향하는 것보다는 이미 몸에 익숙하고 사람들의 유동량, 교통량 등에 대한 정보가 뚜렷한 경로가 심리적으로 훨씬 더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안정감'을 추구하는 심리는 비단 작은 일상 안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란 점을 알 수 있는데 요즘 2,30대의 사람들이 직업을 선택하는데 다른 어떤 것보다도 안정성을 추구하고 있는 부분이다.  올해 공무원 9급 공채 시험에는 22만여 명이 몰렸고 경쟁률은 사상 최대인 53.8대 1을  기록했다고 한다. 일류 대학교를 졸업하거나 대학원까지 지내던 고학력자들 조차도 자신이 전공하거나 관심 있는 학문의 심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삶을 출발하기보다는 공무원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사회적 움직임을 지켜보며 젊은이들이 천편일률적으로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린다며 부정적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사실 이런 흐름은 국가적으로 손해인 것임에도 분명하지만 그 누구도 개인의 선택을 비난할 권리는 없다. 그들 또한 그 결정을 앞두고 수많은 생각에 잠겨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취업에 대한 불안감 상승을 초래한 사회적 환경에 책임을 묻고 개혁할 방안을 생각해야 할 듯하다.  우리 사회 안에서 이와 비슷한 예들은 꽤나 많이 볼 수 있다. 예비 의사들이 피부과나 성형외과 쪽을 선호하여 외과 쪽 인력이 부족한 상황, 아이를 낳아 키우며 고생하기보다는 부부끼리의 좀 더 넉넉한 삶을 원해 출산율이 저하되는 상황 등등. 이렇듯 우리 사회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을 개개인의 탓이라 말할 수 없고 그렇게 여겨서도 안된다.  선택할 수 있다면, 조금 더 편하고 득이 되는 쪽을 좇는 게 당연한 이치 아니겠는가?

 두 번째 이유는 삶에도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만의 생각, 행동에 패턴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것은 좋은 습관으로 혹은 나쁜 버릇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습관이나, 버릇, 이어져온 생각의 흐름은 좀처럼 쉽게 바꿀 수가 없다.  삶에서 볼 수 있는 관성의 법칙은 조직생활 내에서의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는데, 학교나 회사 또는 군대에서 오랜 기간 같은 패턴으로 생활하다가 '수뇌부' 다시 말해 리더의 위치가 바뀌면 그들이 내놓은 새로운 정책과 규율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적응될 때까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는 개인이 의도한 변화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가령 살을 빼려 할 때도 기존에 갖고 있던 자신의 식습관, 생활패턴 등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지치게 되고 이를 꾸준히 버티지 못하면 실패하기도 한다.  


왜 기존의 것을 역행하는 새로운 시도와 변화가 어려운 것인지는 분명하다. 위에 언급했듯 안정감을 뒤로하고 알 수 없는 변수와 위험 앞에 맞서야 하고 또 그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순탄치는 않다는 것을 이미 본인의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사람은 자신의 일반적 생각, 행동 패턴 등의 변화를 쉽게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크게는 자신의 재산, 명예, 생명 등을 담보로 위대한 도전에 나서는 특별한 사람들은 우리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다. 얼마 전 이세돌과 알파고의 다섯 번째 대국에서 이세돌의 패배가 아름 다웠던 이유는 더 이세돌에게 유리하다고 평가된 '백 돌'을 잡지 않고 불리한 '흑돌'을 선택하여 인간의 도전을 멋지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다만, 대 부분의 보통 사람이었다면 주저 없이 불리한 싸움에 도전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승리의 가능성이 높았던 백돌을 잡고 대국에 임했을 것이다. 우리는 대 다수의 보통 사람이기에 변화나 도전으로 주터 오는 부담감을 정면으로 극복하려는 태도보다는 상쇄시키는 방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유리한 백돌을 잡았다고 비겁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변화에 대한 부담감 덜기.


생명체라면 의도했든 안 했든 살면서 크고 작은 변화와 마주한다. 특히나 타의에 의한 변화에 적응해야 할 때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불편하고 피곤함을 느낀다. 한 번쯤 경험해봤을 텐데, 학교나 회사 또는 군대에서 수뇌부가 바뀌면 그들의 새로운 정책과 규율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적응될 때까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는 개인이 의도한 변화에도 똑같이 적용되는데 가령 살을 빼려 할 때도 기존에 갖고 있던 자신의 식습관, 생활패턴 등을 하나하나 바꿔야 하기 때문에 힘이 든다. 또 많은 이들이 이런 과정을 버티지 못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피할 수 없는 부담감을 줄일 수 있을까.


먼저 악수를 청해보자.

어차피 짝이 바뀌어야 한다면,  새로운 짝에게 먼저 인사하자는 이야기이다. '저 책상이 좋았는데..' '저번 짝이랑 더 친했는데..' 라며  돌아오지 않을 시간에 푸념하는 것을 멈추고 새로운 짝과 어떻게 잘 지내볼지 궁리하는 게  100배는 나을 것이다. 당신이 소속된 팀의 팀장이 바뀌어 골치 아파졌다? 당신이 지금 생각한 대로 이미 당신의 골치는 아프다. 대세가 바뀔 틈이 보이지 않는다면 왜 이렇게 됐는지 중요하지 않다. 바뀐 팀장의 업무 스타일을 누구보다 빨리 흡수하여 그의 눈에 들어올 방법을 연구하는 게 더 현명하다. 가능하다면 빨리 Before를 놓고 After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더 쉬운 길로 돌아가기.

어느 목적지를 향하든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수도 많을 것이다. 이미 닦여져 있는 길, 가로질러 갈 수 있는 오르막 산길 , 돈을 지불하고 갈 수 있는 고속도로 등등.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상황에  조금이라도 더 편한 길은 있기 마련이다. 어차피 가야 한다면 더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야 한다. 살을 빼기 위해 변화를 결심했는가? 다이어트를 위해 조금 먹고 적당히 운동할지 평소처럼 먹고 쓰러질 때까지 운동할지 이것은 당신의 선택이다.  결과적으로 칼로리 소비가 공급을 앞서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네가 못난 게 아냐, 그게 당연한 거야.'


삶에 있어서의 매일매일이 똑같다면 정말 지루한 인생이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인생은 우리에게 수많은 변화와 도전에 직면하게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도 누군가는 해고당해 새로운 직장을 찾고있고, 누군가는 훈련소에서 군인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누군가는 멋진 프러포즈를 위해 피아노 학원에 등록한다.  인생에 있어 클 수도 작을수도 있는 이런 변화는 당신에게 가끔은 설렘으로 가끔은 떨칠 수 없는 부담과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때때로 당신이 느끼는 부담과 불편함은 당신이 소극적이고 모자라서가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도전과 변화앞에, 지금 당신이 느끼는 중압감과 두려움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 것을 온전히 극복하거나 지우려 하기보단 다가오는 스트레스를 인정하고 최소화시키기 위한 생각과 마음가짐을 통해 자신만의 끊임없는 변화를 꾀했으면 한다.  멋진 당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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