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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의별짓 Feb 02. 2022

집으로 가는 길..

코로나19 시대의 귀국길

이토록 조마조마한 순간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실시간, 분 단위로 클릭했다.


"올 거야, 나 아는 후배 부모님도 새벽에 왔다고 하더라고...".  "그치? 오겠지?"


애써 불안한 마음을 숨기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면서도 손가락은 연신 클릭질을 반복했다.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 오빠가 내 방으로 달려왔다.


"나 방금 검사 결과받았어. 너 왔는지 확인해봐!".  난,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켰다.

"헐.. 난, 아직 안 왔는데?". 

"그래? 왜 안 오지? 흐음.. 근데, 나 방금 받았으니까. 아마 너도 곧 올 거야."


새벽 3시! 오빠가 내게 묻는다.

"너 아직 안 왔어? 내 후배도 1시쯤 받았다고 하는데..."

"하아.. 안 왔어!"

"어떡하지?"

"우선 가보자! 가는 길에 오지 않을까?, 가면 뭔가 방법을 찾을 수도 있고.."


그렇게 새벽 3시 반, 아주 작은 희망의 끈을 붙잡고. 오빠랑 조카와 함께 공항으로 출발했다.


"6시 57분 서울행 비행기예요. 목요일 오후 3시 30분에 CVS에서 PCR 검사를 같이 받았는데, 저는 오늘 자정에 네거티브로 결과가 왔는데, 아직 동생 결과가 안 왔어요. 검사 결과가 곧 올 것 같긴 한데, 어떻게 해야 하죠?"

"PCR 결과가 없으면 비행기를 탈 수 없습니다. 그리고 검사 결과지는 프린트해오셔야 해요. 현재 시간이 4시 조금 넘었으니까, 6시까지 PCR결과지 갖고 오시면 비행기는 탈 수 있어요"


눈앞이 깜깜했고, 머릿속은 텅 비어버렸다.


"우선, 집으로 가자! 여기선 할 수 있는 게 없다. 집이랑 공항이랑 30분 정도 걸리니까, 가는 길에 결과 오면 프린트해서 다시 오면 되고, 안 오면 비행기를 변경하자."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아무렇지 않은 듯, 대화가 이어져 갔지만, 말할 수 없는 예민함이 차 안 가득했다.


 '미국이란 곳이 연말연시 휴일에 진심인 곳인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나?', '아니 오빠 결과가 먼저 나오냐고!!', '아하... 회사엔 뭐라고 말하지? 이런저런 눈치 다 무시하고 와버렸는데.. 뭐라고 얘기햐냐고!!.'


온갖 잡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10분, 30분, 1시간.... 결국 PCR 결과는 오지 않았다. 새벽 6시, 그때부터는 항공권 변경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확실히 검사 결과받는 순간부터 72시간이야?"

"맞다니까!! 아직까지는 검사 결과 발급일 기준 72시간이야. 안 그럼 나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나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몰라 ㅠ. 왜 또 이건 변경이 안 되는 건데!!"


분명 변경/취소 가능한 항공권으로 구입했는데,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변경정보 입력 후, 최종 버튼을 클릭해도 승인이 나질 않는다. 이제 곧 비행기가 뜰 시간인데, 전화는 도통 연결이 되지 않고, '에라 모르겠다!' 그냥 항공권을 취소했다. 


오전 7시 30분. PCR 결과는 아직 오지 않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직항 탈래! 화요일에 출발하는 걸로 발권하면 되겠지?"

"그래, 그리고 좀 자라! 새벽부터 이래저래 고생했다."

"근데 왜 결과지 안 오냐고? 같은 날, 같은 시각, 같은 곳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혹시 나 누락된 거 아냐?" 

"그렇지 않을 거야! 새벽에도 결과가 왔다는 건 일을 하고 있다는 거니까, 우선 좀 쉬고, 기다려보자"


그렇게 방으로 들어가 잠시 잠을 청하려 하였으나, 허무함과 불안감, 황당함이 뒤엉켜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검사를 안 받은 것도 아니고, 시간 맞춰 검사도 했고! 양성인 것도 아니고, 결과 안 와서 비행기를 못 타 다니!!" 


오전 9시, 10시, 11시... 시간은 계속 흐르는데, 검사 결과는 계속 오지 않았다. 


"진짜 1~2일 안에 나오는 거 맞아?" 

"맞다니까!!" 

"근데 왜 나는 안 와?, 나 진짜 누락된 거 아냐?"

"아무래도 1/1일에 일을 안 한 것 같아. 그리고 지금 미국에 오미크론 때문에 검사하는 사람들도 너무 많아서 늦어지는 것 같은데., 어쨌든 나도 왔으니까 누락되거나 그렇지 않을 거야! 근데 결과 통보 기준 72시간은 맞아?"

"맞다니까!!!" 

"그럴 줄 알았음 조금 일찍 검사를 받을 걸 그랬어"

"내가 12/31, 1/1일 있는데, 괜찮겠냐고 하니까 괜찮다며!!" 


오후 1시, 아무래도 안 되겠다. 아무리 늦게 나온다고 하더라도, 같은 날,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검사를 받은 오빠와 나의 검사 결과 통보 시간이 13시간 차이가 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언니, 나 그냥 돈 주고 검사받는대라도 가볼까 봐요. 언제 나올지도 모르겠고, 누락된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계속 기다리고 있는 게 너무 힘들어요" 

"그래 고모! 그게 맘이 편하면 근처 병원에 한번 가보자" 


한 10분 정도 운전해서 도착한 병원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우선 키오스크를 통해 COVID19 검사 등록을 해두고, 안내데스크에 문의했다. 


"검사 요청자가 너무 많아서, 여행 목적의 COVID19 검사는 하지 않아요. 그리고 검사를 하더라도 결과받으려면, 일주일 정도 기다려야 해요"


하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귀국길이 이렇게 험난할 줄 누가 상상이라도 해봤겠냐고!!


허무함과 불안함, 황당함은 슬슬 짜증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서로에게 말을 줄이고, CVS의 통화연결음만 듣고 있었다. 


"진짜 전화 연결 안 된다!" 


오후 3시 30분! 몸이라도 써야 잊어버리겠지 라는 생각으로 오빠 내외 차를 청소하던 중, 오빠가 내게 말을 건넸다. 


"야 너 앱 확인해봐! 너 결과 나왔다!" 


You have a negative Covid-19 test result!


"왔어!!! 와!! 이걸 받으려고 하루 종일 맘고생한 거 생각하면!!"

"거봐, 누락된 건 아니라고 했잖아!! 이제 가기만 하면 되겠다."


그렇게 기쁨을 나눈 것도 잠시, 검사 결과지가 이상했다. 


"근데 오빠, 지금 나한테는 검사 결과 통보 시각이 중요하잖아. 근데 그건 어디서 확인할 수 있어? 검사받은 날짜는 있는데, 결과 통보한 날짜는 없어"

"그럼 지금 내가 받은 문자를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그때부터 다시, 1339, 대한항공, CVS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PCR 검사 결과지에 결과 통보 시각이 쓰여있으셔야 해서, 만약 결과지에 결과 통보 일자가 없다면, 검사받은 기관에 연락하셔서 받으셔야 해요. 만약 이메일 등의 다른 증빙을 제출하시기 되면, 그 확인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세요."


진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이렇게 어려울 수 있을까?


CVS는 온종일 전화 연결 안 되고, 다시 검사받아보자니, 검사 결과가 언제 나올지도 모르겠고, 내일은 8cm 이상 눈이 온다는데, 기상 악화에 진심이 미국에서 내일 근무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아!! 진짜 어쩌란 말인가? 이런 시국에, 연말연시에 미국에 오는 게 아니었나? 아니, 하라는 대로 시간 맞춰서 척척히 준비 잘해서, 가기만 하면 되는데, 이게 뭔 일이야 대체!! ' 


그렇게 CVS에 전화를 100번은 했을까? 저녁 6시! 어렵사리 한 직원분과 연결이 되었다! 


"내가 오늘 3시 30분쯤 결과 통보를 받았는데, 결과지에 통보받은 날짜가 없다! 나한테는 이 날짜가 무지 중요하다! 이 날짜가 찍힌 검사결과지를 받고 싶다" 


한 15분 정도 통화했나? CVS 직원이 보고 있는 결과지에는 검체 시각, 연구소 정보, 결과 통보 시각이 있다면, 이걸 받을 수 있는 팩스번호를 알려달란다. 팩스는 본인이 바로 보낼 수 있는데, 이메일로 보내려면, 지금 이메일 보내는 부서의 사람들이 다 퇴근해서 내일 다시 전화연결을 해야 된다. 


이 전화를 다시 연결하라고?? 안 되겠다는 생각에 오빠가 본인 회사 팩스번호를 불러주었다. 


그리고 1시간 정도 떨어진 오빠네 회사로 이동하면서 우리 모두는 한마음이었다.


 "제발 팩스여!! 잘 도착해 있어라!" 


그렇게 저녁 8시, 나는 결과 통보 일자가 담긴 PCR 검사 결과지를 드디어 손에 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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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주변에 너무나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졌다. 출국 당시만 해도, 제3국 여행 갈 때 예방접종 받듯, 코로나 검사라는 절차 하나가 추가된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빠네 가족이 있어 조금은 만만한 미국에 갔으니, 큰 어려움 없이 PCR 검사받고, 돌아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결국 비행기를 못 타고, 하루 종일 조건에 맞는 결과지를 받기 위해 맘 조렸던 그 시간은, 너무나도 일상적이었던 해외여행이 이제는 정말 당연해지지 않을 수가 있구나를 몸소 느끼는 시간이었다. 


일상의 회복이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 시간이 오래될수록, 어쩜 지금의 이 상황이 당연시되는 건 아닐까? 


돌아오는 귀국길! 보통은 휴가가 끝나는 아쉬움으로 가득했다면, 이번 귀국길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안도감과 그리고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당연하지 않을 자유로움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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