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홀릭... 6년 전, 나를 일컫는 대표 수식어였다. 당시, 하는 일을 좋아하기도 했고, 회사 분위기가 이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키우자는 분위기였기에 1시간, 2시간, 하루, 이틀 내 시간을 일에 양보했었다. 그러다 보니, 집보다는 회사에서, 취미보다는 일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렇게 나는 워커홀릭이 되었다.
번아웃과 YOLO라는 그렇듯한 핑계로 1년이란 휴식기를 갖고, 다시 일을 시작했을 때, 내 목표 1순위는 "적당히" 일하자였다. 일에만 너무 매몰되지 말고, 스스로에게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어 주는 건강한 라이프를 만들고 싶었다. INPUT 없이 OUTPUT만 만들어 내는 상황이 반복되면 쉽게 지칠 수 있으니, 일에 쏟아낸 만큼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선에서 "적당히" 일하고 싶었다. 한 몇 년은 그렇게 지내는 듯했는데, 결국 나는 다시 워커홀릭이 되어버렸다. 특히, 2021년의 난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위태로운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오기"라고 말하고 싶다. 직장 상사와의 트러블로 인해, "언더독"으로 구성된 조직원을 부여받았다. 당시 나의 감정은 "억울함"과 "분함", 그리고 "치사함"과 "오기"였다. "언더독의 효과"로 본때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미친 듯이 몰아쳤다. 때마침 운도 잘 따라줘, 하나, 둘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당싱 상황에서 감당하기 버거웠던 수준이었는데, 지기 싫은 마음에 보란 듯이 해내고 싶었다.
"너 없이도 나 충분히 할 수 있어"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참 별일 아닌데, 왜 그렇게 애를 썼는지 모르겠다. 나름 산전수전 겪을 만큼 겪어봐서 일희일비 안 한지도 오래됐는데 말이다. "절대 지면 안돼"라는 사명감에 둘러싸여 미션 클리어하듯 하나 둘, 일을 처리하는 내 모습이 마치 홀로 남겨진 격전지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해 총을 쏘는 저격수 같았다.
전투가 끝난 지금, 나에게 남겨진 건 몇 푼의 성과급 정도다. 돈 몇 푼 더 받자고 미친 듯 몰아쳤던 게 아닌데, 누굴 위해, 무엇 때문에 지난 시간을 "일"에 몰두했던 것일까? 지난 2021년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마흔이란 나이가 주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생의 나침반을 찾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는데, 결국 "일"에 치여 하나도 지킬 수가 없었다. 과거 워커홀릭으로 살 때는 나름 성취감도 느끼고 했는데, 지난 2021년은 가장 원색적이고 서글픈 한 해가 되어버렸다.
어리석었다.
2022년을 시작하는 지금, 건강한 워라밸을 위해 다시금 결심한다!
감정에 치우치지 말자! "일"은 그냥 "일"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