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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의별짓 Jun 19. 2023

진보된 과거는 새로운 문화로 완성된다 : 레트로 코어

SNS를 타고 입소문 난 장인한과 약과는 온라인 구매 페이지 오픈 30초 내 매진되기 일쑤며, 의정부에 있는 오프라인 매장은 새벽부터  오픈런이다. 또한, 지난 4월 CU에서 첫 선을 보인 이웃집 통통이 약과 시리즈는 현재 누적판매 120만 개를 기록하고 있다. 약겟팅이란 신조어까지 만들며, 약과 구입에 진심인 사람들은 SNS를 통해 자신만의 약과 구입 꿀팁을 공유한다. 어떻게 옛 전통과자 약과가 MZ세대 대표 디저트가 될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할매니얼이란 레트로 코드가 숨겨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시대.

토토가, 슈가맨 등 대중매체로 소환된 복고는 추억을 회상하며, 잠깐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소재에 불과했다. 개인적으로도 잠깐 지나가는 유행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LP, 똑딱이, 스티커사진 등의 과거 유물(?)이 SNS를 통해 힙한 아이템으로 인식되면서, 이제 복고는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겐 새로운 놀이문화, ‘레트로’로 정착되었다.


특히, 슬램덩크 등 90년대 문화와  Y2K 패션의 재유행으로 복고는 당시 10대를 보낸 X세대 부모와 현재를 살고 있는 Z세대 자녀가 함께 공감하는 대표적 콘텐츠가 되었다.


이러한 레트로 코드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메타가 발표한 '23년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전년대비 인스타그램에서 '비디오 게임 수집' 관련 대화가 247%, 'Trinitron' 관련 대화가 227% 증가하였다.  또한, 페이스북에서는 'Zip 드라이브' 관련 대화가 447%, '일렉트로어쿠스틱 음악' 관련 대화가 431%, '일렉트로팝' 관련 대화가 303% 증가하였다.


이렇듯, 우리 모두가 레트로에 열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 전, 본 기사에 따르면, 사회학자들은 지금의 레트로 열풍의 원인으로 경기불황을 꼽았다. 계속되는 경기불황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과거에서 안정감과 만족감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H.O.T. 덕후였던 나는 그들의 재결합 콘서트 덕분에 찬란했던 나의 10대 추억으로 한동안 셀럼 가득한 일상을 보낸 적이 있다. 그렇다 보니, 이런 분석에 일정 부분 동감은 한다. 하지만 지금의 레트로 열풍을 설명하기엔 다소 부족하다.


지금의 레트로 문화는 기성세대 추억 콘텐츠로 그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세대를 흡수,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H.O.T. 재결합 콘서트가 그 당시 함께한 세대들이 모여 함께한 추억을 나누는 공간이었다면, ‘인생네컷’은 Z세대 자녀가 과거 스티커 사진을 찍었던 X세대 부모를 데리고 함께 간다는 거다.


또한, 종횡을 넘나드는 이색협업은 MZ세대 이목을 집중시키고, 이들은 ‘SNS 인증’을 통해 놀이화 한다. 곰표맥주, 진로이즈백, 팔도도시락 티셔츠가 대표적 예이다.


다시 말해, 지금의 레트로 문화는 단순 과거를 회상하는 복고의 개념을 뛰어넘은 것으로, 익숙한 요소에 새로움이 더해진 하나의 완성된 별개의 문화인 셈이다. 따라서 지금의 레트로 문화를 주도하는 MZ세대의 갬성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도태될 뿐이다.


지난해 싸이월드가 부활하자 3040세대는 열광했다. 하지만, 기성세대 추억 소환 이외, MZ세대 갬성을 읽지 못했다. 그 결과, 1년이 지난 현재 싸이월드는 이용자 이탈률이 90%가 넘는다고 한다. 복고에 기대어 화려한 재기를 꿈꿨지만, 새로운 세대의 레트로에 편승되지 못한 거다.

 

유행은 돌고 돈다. 하지만, 그만큼 유행도 진화를 해야 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과거 유행이 아무런 진화 없이 돌아온다면, 시대에 외면받기 십상이다. 만약 지금, 레트로 마케팅을 고민하고 있다면, 과거 추억 소환에만 집중하지 말고, 현재 레트로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Z세대의 레트로 갬성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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