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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의별짓 Jan 08. 2024

쉬운 듯 어려운 넛지 마케팅

넛지(nudge)

-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으로 강요하지 않고 유연하게 개입함으로써 선택을 유도하는 방법


공공 캠페인을 처음 시작할 때 사수에게 처음 추천받은 도서가 바로 넛지였다. 노란색 표지에 코끼리 그림이 그려진 두꺼운 하드커버책. 두께만큼 무거웠고, 무거운 만큼 쉽게 읽히지 않았다. 결국 완독 하지 못한 넛지는 내방 책장 안에 고이 꽂힌 채, 제안서 작성이나 캠페인 사례 발표할 때 찾아보는 사전이 되었다.


내게 넛지는 쉬운 듯 보이는 실현하기 어려운 아이디어 중 하나다. 대부분의 클라이언트가 '넛지효과를 활용한 캠페인 아이디어'를 요청하나, 다수의 이야기를 응집하여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게 이들의 요청은 마치 이차함수 같다. 


넛지마케팅은 타깃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메시지를 전달하고, 목적에 맞는 타깃 행동을 유도한다. 대표적인 예가 남자 소변기 안 파리 스티커다. 소변기 안 작은 파리 스티커 하나로 소변기 주변으로 튀는 오물의 80% 이상을 줄였다는 이야기는 놀라면서도 웃음을 자아낸다. 


넛지의 핵심은 재미와 가치가 공존하는 데 있다. 단순히 재미만 요구하기보다는, 그 행동으로 인해 얻게 되는 가치가 수반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진행한 'HOPE SOAP' 캠페인이 그 예다. 비위생적 환경에서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는 아이들에게 장난감이 들어가 있는 비누를 나눠주었다. 비누 속 장난감이 갖고 싶었던 아아들은 자연스럽게 손을 씻게 되었고 그로 인한 질병 예방 등의 효과를 보았다. 


이렇듯 재미와 가치를 공존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끄집어낼 수 있을까? 나는 항상 여기서 헤맨다. 뭔가 색다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질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사례들을 살펴보면 표현방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다만, 타깃층의 라이프, 문화, 심리 등을 철저히 고려한 상태에서 아이디어가 나온다. 


최근 재밌게 본 넛지 사례 중 하나는 브라질 자동차회사 피아트의 'SAFETY WI-FI' 캠페인이다. 

브라질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75%이며, 이 중 92%가 택시 승차 시 뒷좌석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피이트 자동차는 사회공헌 활동 일환으로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SAFETY WI-FI' 캠페인을 진행했다. 브라질 사람들에게 FREE WIFI가 얼마나 중요한 문화적 요소인지를 알았기에 약간의 기술을 접목, 뒷좌석 안절벨트를 착용하는 순간 택시 안에서 와이파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덕분에 해당 캠페인을 진행하는 동안 탑승 승객 전원이 안절벨트를 착용하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두 번째 사례는 일본 우유회사 세키우유의 'milk manga'캠페인이다. 

세키우유의 본고장인 기후현에서 대부분 어린이들이 우유를 충분히 마시지 않아, 필수 영양분 섭취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대부분 아이들이 만화를 좋아한다는 점을 이용, 유명 만화작가와 협업하여 우유병에 흰색 잉크로 만화를 그려 인쇄하였다. 우유를 먹어야만 볼 수 있는 만화인셈이다. 만화가 그려진 병이 소개된 후, 95%의 어린이가 해당 우유를 마시게 되었다고 한다. 


세 번째는 캄보디아의 행운의 철물고기 'Lucky Iron Fish' 캠페인이다. 

개발도상국인 캄보디아 국민들이 절반에 해당하는 인구가 철분 부족에 의한 빈혈을 앓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빈곤층으로 철분 보충제를 구매해 섭취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에 한 사회적기업에서 캄보디아 국민의 철분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요리할 때 음식 재료와 함께 넣고 끓이기만 해도 되는 철물고기를 제작, 철분 영양제의 1/6일 가격으로 판매했다. 특히,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행운을 상징하는 물고기 모양으로 제작해, 철을 넣고 요리한다는 거부감도 줄였다.


위 3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 타깃층의 라이프 스타일과 문화를 기반해 접근했다는 점이다. 무료 와이파이에 적극적인 사람들,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들, 행운을 가져다주는 나라의 상징 등 그들이 소구 할 수밖에 없는 요소를 적절한 재미와 가치를 통해 접근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넛지캠페인은 공급자보다는 수용자 입장에서의 생각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왜 행동하지 않는지, 어떤 이유로 행동하는지 등을 고려한 다음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 그게 시작인 것 같다. 


정리는 쉽다. 하지만, 막상 다시 과제 앞에 주어진다면, 엄청 해메이겠지? 

하지만, 언젠가 꼭 한 번쯤 넛지 캠페인을 성공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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