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한다고 먹는 것도 맘대로 못 먹는데 코로나로 밖에도 못 나가서 답답하다. 먹고 싶고 놀고 싶는 걸 참느라 의지력 소모가 너무 크다. 이렇게 의지력 부족으로 허덕대던 나는 강철의 아버지를 만났다. 그는 마누라 친구의 남편이었다. 일반적으로 마누라들끼리 만나면 옆에서 뻘쭘하게 허허 웃으며 술이나 한 잔씩 하는 게 남편들의 역할이지만, 그 친구에게는 좀 남다른 면이 있었고 나 역시 그랬다. 난 마누랭구의 친구와 친해지면서, 그녀의 남편과도 친해졌다. 특히 남편들끼리는 서로 꽤 좋아했는데, 그 친구가 날 왜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그 친구를 보며 좋았던 점은 부지런하며 본인의 사업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사업이 올해 초에 망했다. 무역업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코로나를 버티지 못했다. 부인 혼자만의 수입으로는 생계를 지속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부인도 임신, 출산, 육아로 몸이 많이 상해있었다. 총체적인 난국에서 그 친구가 시작한 일은 택배업이었다. 트럭을 한 대 사서 새벽 배송업에 투신했다. 저녁 8시에 자서 새벽 1시에 일어난다고 한다. 아침까지 배송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쯤 부인이 출근하고 전담 육아를 한단다. 저번에 봤을 때보다 살이 15kg쯤 빠져 있었는데 아주 건강해 보였다. 사업할 때와 다르게 스트레스가 적고 몸을 많이 움직이며 규칙적인 수면 덕분이란다. 혼자서 아들 둘을 데리고 서울 대공원에 다녀온 적도 있다고 했다. 그 친구 생활시간축을 조금 옮기면, 12시 넘겨 잠들어서 5시 반에 일어나는 내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근데 난 왜 그 친구처럼 못하나 자괴감 들고 괴로웠다. 출퇴근 시간 등으로 내 근무시간이 조금 더 기니까, 거기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모를 수면 시간을 늘려서 보충한다면, 10시에 자서 4시에 일어나면 딱 좋겠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4시부터 6시쯤까지 내 시간을 가진 다음 근무하고 육아하면 딱 그 친구처럼 살 수 있지 않을까? 아침에 일어나서 스트레칭이랑 가벼운 맨손 운동 20분 하고, 1시간 20분 동안 글 쓰고 20분 출근 준비하면 어떨까? 인생에서 남과의 비교는 금물이라 하였으나, 본받고 싶은 게 있을 때는 남과 비교도 해 가면서 나 자신을 쪼을 필요도 있다. 10시에 침대에 누울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유인 요인을 개발해야겠다. 이런 게 마음먹는다고 그냥 되는 건 아니다.
그 집 둘째 아들이 참으로 대인배였다. 우리 딸이랑 그 집 첫째가 주변에서 알짱 알짱거리고 우당탕탕 떠드는데도 아랑곳 않고 주무시더라. 본인 잘만큼 자고 깼다. 그동안 그 집 첫째는 우리 딸랭구에게 장난감을 다 양보해 주면서 1시간 반이 넘도록 어른들에게 평온한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우리 넷은 신나게 떠들었다. 정말 할 말이 많은 네 명이었다. 우리 동네에 자연 친화적 유치원이 많다고 한다. 산이 근처에 있고 학부모들의 학구열도 제법 강해서 벌어진 현상 같다. 얘기해보니 딸랭구가 다섯 살이 되는 내년에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옮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원래는 어린이집 1년 더 다닐 생각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교우관계 형성도 원만치 않고 엄마들끼리 육아정보를 교환하거나 마음을 풀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다. 육아는 결국 스스로 해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외롭다. 애기와 부모에 따른 각자의 육아법과 마음 다스리는 법이 있을 테지만,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과 얘기만 해도 위안이 된다. 세 녀석을 놀이방에 풀어주고 두 시간 수다 떨었던 경험이 너무나 짜릿해서, 자주 놀러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