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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 Nov 08. 2020

반성문

나는 마지막 남은 사과 조각을 동생과 나누지 않았다고 눈을 부릅뜨고 분노를 퍼붓자 5살 그녀는 닭똥 같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물고 삼키지 못한다.


살인의 뿌리인 분노를 지극히 작은 자인 아이들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쏟아내고도 ‘나는 꽤 괜찮은 부모’라고 자부한다. 아이들을 Abuse, 구타하는 것은 나라에서 형사처벌받는 범죄지만 정신적으로 구타하는 범죄는 저지르고 나서도 맛있게 밥을 먹을 수 있다. ‘나도 사람이니 그럴 수 있지, 뭐’


이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이 그들에게 정당하지 않은 분노/행동/감정들을 쏟아내어도 묵묵히 받기만 할 뿐 저항도 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부모들이 하는 모든 말들과 모든 행동, 드리고 감정들을 편견 없이 불평 없이 온몸과 온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살짝 만지기만 해도 모양이 바뀌는 하얀 밀가루 반죽같이 연약하고 순수한 이 작은 존재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빚어내고 교육할 것인가를 생각하기보다 두 달 후에 스키장을 가서 입을 옷이 있는가 하는 고민을 한다.


‘육아는 너무 힘들다’고 아이들이 듣는 데서 거침없이 말한다. ‘이 여자랑 사는 것은 너무 힘들고 피곤해요.’라고 남편이 남들에게 말하는 것을 듣는다면 당장 집 나가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를 것이면서 말이다.


누가 자식들을 부모의 보물이라고 했던가. 누가 부모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자식들을 사랑한다고 했던가. 나에게 핸드폰 들여다볼 시간을 주지 않는다고, 내가 혼자 커피 마실 시간이 없다고 그들을 귀찮아하고 피곤해한다.


요즘 내 목숨을 나라와 민족을 위해 바치는 애국심은 동화책에서만 나오는 이야기 같다. 멀지 않은 미래에 ‘모성애’라는 단어도 동화책에서 나오는 이야기같이 들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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