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K Apr 14. 2016

낯가리는 우리아가

이제 내일이면 육개월. 아가가 낯을 가리기 시작했다. 밤에는 엄마없이 자려고 하지 않으며 새벽에는 자다가도 눈을 떠 엄마가 있는지 확인한다. 낯선 사람이 다가올땐 입을 삐죽거리며 울먹이고, 그러다 안기라도할때는 앵 하고 울음을 터트린다.


결혼 전 아니 우리 아가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는 그런 다른 아가들의 모습들이 좋게 보이지 않았다. 엄마만 찾는 그 모습이 괜히 엄마의 탓인것같아 보이기도 하고. 오히려 사랑을 덜 받아서 그런것같기도 하고. 그때는 나중에 내 자식은 꼭 저렇게 키우지 말아야지 했었는데.


그런데 막상 우리 아가가 낯을 가리기 시작했을때 나는 내 입가의 미소를 감출수 없었다. 24시간 아가와 붙어있게된 전업엄마의 상황은 전에 원하거나 계획했던 것이 아닌것 만큼, 나도 모르게 이러한 아기의 모습들이 지난 육개월의 육아에 대한 보상처럼이나 뿌듯하게 느껴진다면 지혜롭지 못한 생각일까.


서툴고 부족하기만한 엄마인데도 찾아주고 매달려주는 아가가 고맙기도 하고. 한 생명이 나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여 생존한다는 사실이 기이하기도 하기도 하고. 왠지 내가 아가를 사랑해주는것보다 내가 더 사랑을 받는것같아 행복하기도 하고.


그래서 아빠의 걱정을 무릅쓰고 낯 가리는 아가의 모습을 즐기고있다. 이래서 내가 그토록 혀를 끌끌찼던 극성엄마의 길로 이미 들어선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나만을 위해 치열하게 오랜 세월을 달려온 내가 이렇게 누군가를 위해 산다는 사실은 나에겐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모든 인간의 본능, 누구나에게 있는 모성애때문이라고 한들.....그렇게나 나는 이기적인 인간이었는데! 엄마가 된다는건 그렇게 신기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