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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호 Sep 07. 2020

굳이 체르니를?

카를 체르니(Carl Czerny, 1791. 2. 21~1857. 7. 15)


피아노 교육계에 있어서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 그 이름만으로 피아노 교칙본 자체를 가리키기도 할 정도로 많은 양의 연습곡을 남긴 작곡가인 그는 모차르트나 베토벤, 혹은 쇼팽이나 리스트처럼 천재 작곡가의 명성까지는 얻지 못하였을지 몰라도, 방대하고 주옥같은 에튀드를 통해 벌써 200년 가까이 전 세계의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을 길러냈다는 이견 없는 업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현대에 들어 체르니 교칙본이 갖고 있는 이러저러한 약점과 한계, 그리고 그 친근함에 비해서 의외로 높은 레벨의 난이도 때문인지 많은 나라의 피아노 교육계에서 점차 구닥다리 취급을 받아가는 실정이지만, 유독 한국과 일본에서만큼은 여전히 체르니 교칙본의 입지가 굳건한 것 같다. 나 역시 독학의 기본 교재로 체르니를 선택했으며, 현재는 체르니 100의 중반부와 함께 체르니 30의 초중반부를 공부하는 중이다. 그리고 이 교재를 선택한 것이 매우 잘한 일이었음을 매 곡을 공부하면서 느끼고 있다.


왜 굳이 체르니여야 할까? 현대에는 체르니를 대체할 만한 훌륭한 교재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피아노 교육계의 많은 장면에서 끊임없이 논의되는 화제다.


아직 피아노 실력이 초보자인 나는 연습곡들의 음악적인 분석 혹은 교칙본의 페다고지적인 관점에서의 분석 따위를 하기는 불가능하지만, 다만 체르니가 어떤 시대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어떤 위치에 있었던 사람인지에 대해 가볍게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교재가 얼마나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을지 쉽게 추측할 수 있다고 믿는다.


체르니는 베토벤의 수제자였다. 고전 시대를 완결시킨 장본인이자 음악의 성인이라고까지 추대되는 그 베토벤 말이다. 혹자는 체르니의 교재는 바로 스승이었던 베토벤의 곡들을 잘 치기 위해서 쓰인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그만큼 체르니의 교재는 고전 시대 피아노 테크닉의 정수를 담고 있는 것이다.

또, 체르니의 제자 중에는 그 유명한 리스트가 있다. 낭만시대 전체에 걸쳐 활약한 모두가 사랑하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리스트. 그의 초절기교 연습곡은 스승 체르니에게 헌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즉, 리스트는 바로 이 체르니의 교수법을 받으며 성장한 피아니스트라는 소리다.


고전시대와 낭만시대를 아우르는 과도기에서 두 천재인 베토벤과 리스트를 연결하는 위치에 있었던 체르니. 피아노라는 악기 역사에 있어서 이만큼 넓고 중요한 영역에 걸쳐진 인물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체르니를 열심히 연습하면 고전시대의 대부분의 곡을 수월하게 연주할 수 있게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낭만시대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토대까지 마련된다는 뜻. 이 얼마나 가성비 좋은 지름길이란 말인가. 왕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악기 배우기에서 그야말로 치트급의 비기가 모두에게 공개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


피아노를 배우고자 한다면, 독학이든 레슨이든 상관없이 체르니를 교재로 선택할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다른 좋은 교재가 얼마든지 있는데 왜 굳이 체르니냐고? 이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200년 동안 검증되어 온 최고의 교재 체르니가 있는데, 왜 굳이 다른 교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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