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미상이 교토 시내 안과를 들렀다 오는 길에 산주산겐도 앞길의 한산한 모습을 찍어 보내주셨다. 정신이 아찔해질 만큼 덥고, 끝없이 고요했던 2013년 여름의 교토가 떠올라 한참을 감상에 빠져 바라다보았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다시 가고 싶은 곳, 교토의 최신 모습.
사실 오카미상과 다시 연락이 닿은 것은 수개월 전의 일이다. 교토 시절 일하던 료칸의 공식 페이스북을 우연히 찾아 무심히 스크롤을 내리던 중, 그녀가 내 앞으로 남긴 전언을 발견했을 때는 적지 않게 놀랐었다. 벌써 8년 전의 일인 데다, 전부 합쳐봤자 일 년도 채 머무르지 않았던 곳에서 아직도 내 소식을 궁금해하고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워킹홀리데이 막바지에 꽤 상심하여 귀국한 뒤로는 더 이상 라인 메신저 앱도 사용하지 않았고, 일본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 중에 현재까지 연락을 주고받는 것은 도쿄 시절 내게 늘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사토코와의 이메일이 유일하다.
어느 해의 크리스마스엔가는 내쪽에서 료칸으로 카드를 보내본 적도 있지만, 답장이 오지 않아 그렇게 인연이 끝난 것으로 믿고 있었는데. 내게 남긴 전언에는 ‘바쁜 시즌을 보내고 나니 주소가 적힌 봉투를 잃어버렸다’라는 변명이 적혀 있었다. 그녀답다고 해야 할까. 나이가 무색하도록 늘 에너지 넘치게 움직이던 왈가닥 오카미상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녀도 이젠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겠지.
세상은 그 누구도 쉽게 상상하지 못했을 모습으로 아주 단기간에 변해버렸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많이 있다. 가까운 곳이 아닌 먼 외국에서도 아직 내 소식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에 무한한 위안을 얻는다. 혹 다시 만날 기약은 없더라도,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픈 따스한 마음. 인류가 오랫동안 영위해 온 삶의 방식이자, 변하지 않을 보편성일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