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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천밴드 Dec 07. 2024

소리 질러도 돼

이곳은 소리 질러도 돼

중 고등학교 메탈음악을 좋아했었다.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를 했는지 의문이지만, 그때는 나도 아주 센 음악을 들으며 공부를 했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음악을 들으며 있을 때면 친구들이 뭐 들어? 했을 때 내 이어폰을 넘겨주면 받으면 친구들은 아니 이런 거 들어? 하면서 의아해했었다.

 

언제 어떤 이유로 메탈을 듣게 됐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스키드로우, 본조비, 딥퍼플, 퀸,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산타나, 너바나 등등 그런 주로 락에 기반한 음악을 주로 들었고, 가장 좋아했던 밴드는 메가데스와 드림 씨어터였다. 물론 메탈리카도 좋아했었다. 메가데스를 가장 많이 들었고, 대학교 때까지도 좋아했었다. 대학교 때는 학창 시절 그토록 동경하던 일렉기타를 배웠고 밴드에도 들어가서 내 전공보다 열심히 음악 활동을 했었다. 

하지만 대학교 졸업하고 일을 하게 되면서 음악을 그렇게 자주 듣지 않았고, 점점 음악은 내 삶에서 멀어져 갔다. 이제는 난 이 그룹을 좋아해, 이 노래는 너무 좋아. 이런 취향이 확고하지 않아 졌고, 돈도 있고 시간도 있지만 콘서트도 가지 않았고, 굳이 찾아서 음악을 듣지도 않았다. 

지금은 음악 이 외에도 너무나 많은 즐길거리가 있고 할 거리가 있어서 그런지 어떤 음악을 집중해서 듣는 건 잘 되지 않는다. 요즘 음악을 잘 안 듣게 되는 건, 일하는 시간 이 외에 집에 있거나 이동시간에도 유튜브나 드라마, 영화, 예능 보는 시간이 대부분이라 이제 음악이 멀어져 가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5도 2촌을 하면서 음악이 다시 나에게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시골에 턴테이블이 있다. 그래서 아침에는 재즈 음악을 듣거나, 여유로운 오후시간에는 클래식을 듣거나 한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 첵 베이커, 마일즈 데이비스 이런 재즈 음악을 주로 듣는데, 음악, 아침, 커피가 잘 어울린다. 물론 아직 LP가 많지는 않지만, LP를 듣고 있으면 무언가 내가 엄청난 마니아나 음악에 아주 조예가 깊은 사람이 된 것 같다. 턴테이블은 중간중간 멈추는 경우도 튀는 경우도 많고, 한 면을 다 들으면 다른 면을 들으려면 턴테이블 쪽으로 다시 몸을 움직여야 돼서 자동 다이어트가 된다. 게으르면 음악을 못 듣게 된다.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은 턴테이블을 사는 것도 좋은 핑곗거리가 될 수 있다!)


검색어만 넣거나, 요즘 인기곡, 요즘은 알아서 내 취향을 분석해서 음악 리스트에 플레이 버튼만 누르면 손쉽게 음악을 듣는 시대에서 내가 물리적으로 가지고 있는 음악에 한정해서 음악을 어렵게 듣는 것이 아주 다르다. LP 한 장을 사게 되면 난 음악을 소유했다는 느낌이 든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아무리 내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놔 두어도 구독해지하면 끝이다. LP로 듣던 스트리밍으로 듣던 같은 음악이지만 듣는 방식과 그 환경은 내가 만들 수 있다. 그 환경에서 음악의 경험도 하나의 음악이 된다. 


그리고, 시골에서는 도시와 달리 음악을 크게 들어도 눈치 볼 필요가 없다. 그래서 음악을 들을 때 볼륨을 최대치로 올린다. 음악을 크게 듣는 것뿐만 아니라 크게 노래를 불러도, 소리를 질러도, 뭘 해도 괜찮다.  


그렇게 음악을 크게 듣거나, 내가 크게 소리를 낼 때면 일종의 자유와 해방감을 느낀다. 도시의 일상생활은 무의식 중에 주변을 인식해 내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게 몸에 배어 있는데, 시골에서는 그 무의식을 벗어던져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된다. 


오늘도 볼륨 최대치로 Chet Baker의 Chet앨범 LP를 들으면서 글을 쓴다.  


유튜브에 쳇 베이커 링크가 있어서 넣었습니다. 아침에 커피 마시며 들으면 무언가 채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0zIbYCu7Yc

턴테이블 & Chet 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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