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rn off the light, Turn off the music
요즘엔 주로 일요일 이른 아침에 홍천에서 떠난다. 아무래도 주말 오후에는 팔당대교 근처가 엄청나게 막히기 때문에 무조건 막히는 시간을 피해서 출발한다. 토요일 하루만 온전하게 지내기 때문에 일요일 오전이 되면 늘 아쉽다. 조금 더 홍천에 있으면 좋을 텐데. 하지만 서울에서의 주말 삶도 지내야 하기 때문에 미련 없이 떠난다.
아침 시간에 홍천에서 서울을 떠나면 차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을 보게 된다. 사실 특별히 경치가 정말 멋있다 이런 것은 아니지만 소소한 마을에 있는 건물, 집, 농작물들이 마음에 안정을 준다. 그리고 서울에서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열심히 살아야지 이런 다짐도 조금 하게 된다. 물론 마음속에 어떤 때는 다 때려치울까? 이런 생각도 든 적이 많다. 취직되기 전에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고, 회사에 들어가서 적응하고 나면 다시 회사에서 나가고 싶다.
인간은 참 신기하다. 요즘 한참 뜨고 있는 철학자로 쇼펜하우어 책을 읽었는데, 그 책 내용인 인생은 고통과 지루함의 연속이라는 말에 정말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낯선 상황은 고통스럽고 두렵기도 하고 적응하기 위해 스트레스도 쌓인다. 하지만 그 낯선 상황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러워지고 그 자연스러운 상황이 일정기간 지속되면 지루해진다. 그 지루함이 견디지 못할 정도가 되면 다른 새로운 것을 찾는다. 그 새로운 것은 다시 고통이 되어 돌아온다. 이렇게 인간이 무언가 할 때 이 현상은 여지없이 계속 반복된다.
물론 오랜 기간 동안 해도 지루하지 않은 그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하는 취미 같은 것이다. 물론 그런 취미도 지루할 때가 오긴 하지만.
취미가 아닌 누군가에게 고용되어서 돈 받는 일을 오랜 기간 지속한다는 것은 대부분 고통이다.
(인간은 다양하니, 일하는 게 고통도 지루함도 없이 너무 즐거운 사람도 있겠지요?...)
새로움이 많은 일이라면 지루함을 덜 느낄 것이다. 내가 그랬다. 회사 일이 반복적으로 같은 일만 하는 것은 아니라 지루함은 꽤 나중에 찾아왔다. 지루함과 고통을 버티다 그 한계점을 느끼며 퇴사라는 버튼을 누르게 되었다. 하지만 이쪽 고통과 지루함을 넘어 다른 쪽의 고통과 지루함을 찾아 이직했다.
역시 이직한 곳도 여지없이 고통과 지루함이 찾아온다.
5도 2촌을 하게 된 이유가 삶의 지루함이 전부는 아니지만, 도시 생활의 지루함에서 벗어나 시골 삶의 고통을 느끼기 위해 간 거는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이다. 시골 단독주택에 살게 되면서 아파트에 살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 그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하고 처리하면서 지루함에 벗어나 새로운 고통이 지속된다.
하지만 이곳의 고통은 재미있다. 그게 5도 2촌의 힘이다.
서울 가는 차 창밖을 바라보면 회사를 때려치우고 다른 방식의 삶을 살면 어떨지 상상해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