삥 뜯긴 경험담
시골에 가면 그 동네 이장이 마을 발전 기금으로 허무맹랑한 비용을 요구한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설마 이 동네에서도 그럴까 싶었다. 그런데, 설마가 사실로 돌아왔다.
처음 5도 2촌을 시작하는 시점에 동네 마을 이장이 본인 집에 한번 놀러 오라고 했다. 그 당시엔 모든 게 처음이었고, 이장이 부르니 당연히 한번 가봐야 할 것 같았고 또 궁금도 해서 갔다.
마을 이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마을 이장 느낌이었다.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본인이 왕년에 얼마나 잘 나갔었는지 등등 말이 아주 많은 이장 느낌. 한마디 하면 끝도 없이 썰을 푸는 그런 이장이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하라는 이야기와 겨울에 대동제가 있는데 그때 와서 참여하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대동제에 참여 못하면 음료수(=소주?)라도 기부하라는 약간의 압박이 있긴 했다.
그렇게 이장과의 첫 만남이 끝나고 잊고 있었는데, 대동제 하는 그 시기가 다가오자 노골적으로(?) 계좌번호를 전달해 성의 금을 넣으라고 했다. 대동제는 주중이었고 설사 주말이라도 해도 갈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성의 표시를 했다. 근데 이게 웬걸.
본인이 전달해 준 계좌번호는 마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계좌라 그 계좌 말고 본인의 개인 계좌로 보내라고 했다. 이미 성의 표시는 했기 때문에 다시 보낼 수 없다고 거부를 했다. 서로 간의 언쟁이 있었고, 결국은 다시 돈을 내지 않는 걸로 마무리가 되긴 했다. 뭐 좋은 일도 아니고 돈 때문에 이런저런 말이 오가는 것 자체가 기분이 상당히 안 좋았다.
원래 모든 시골은 이런 걸까? 찾아보니 다른 지역은 이런 소소한 금액이 아니라 큰 금액을 대놓고 요구하는 마을도 많다고 한다.
사실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라 뭐 다시 보낼 수도 있겠지만, 그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것도 아니고 잠시 지내고 있는 상태이고 저녁에 동네 사람들하고 먹고 노는데 쓰는 비용을 내가 왜 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장 집 앞에 야외 운동기구들과 오두막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이거다 세금으로 본인 집 앞을 꾸민 거 아닐까? 하는 마음속 의심도 했다.
한마디로 그 동네 정이 떨어졌다. 이런 일을 직접 경험하는 건 참 별로이다. 이 사건이 결정적이지는 않지만, 첫 번째 5도 2촌 지역을 떠나게 되는 조금의 계기가 되었다.
마을 발전 기금으로 전에는 어떤 사업을 했고, 앞으로는 어떻게 사용될 예정이라든지 정확한 계획을 투명하게 알려준다면 그 지역이 말 그대도 발전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기꺼이 기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이곳에 왔으니 무턱대로 큰 금액을 요구해 알 수 없는 곳에 사용하거나 단순히 친목도모를 위해 내가 참여도 하지 않는 모임을 위해 돈을 달라고 하는 악습은 사라져야 한다.
5도 2촌이나 혹은 귀촌을 하게 될 때 그 지역에 이런 황당한 요구를 할지 안 할지 미리 알아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세상 살기 참 만만하지 않다. 정신을 단디 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