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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Sep 05. 2016

파키라 나무의 기적

파키라 나무의 기적


지금부터 거의 20년 전쯤 우연히 화원에 들렀다가 멋진 파키라 나무를 발견하였다.  

나는 식물에 대해서는 전혀 애착이 없는 사람이고 또 근본적으로 무지하다.  내가 분별해 낼 수 있는 나무는 정말 열 손가락으로 꼽기도 벅찰 정도이다.

그런데 이런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파키라 나무가 하나의 줄기가 아닌 4개 정도의 줄기를 새끼 꼬듯이 만들어진 신기한 나무라는 사실이었다.  화원 주인에게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냐고 하자 본인이 정말 정성스럽게 만든 나무라 한다.  지금까지도 어떻게  살아있는 식물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내 평생 내가 자발적으로 나무를 구입한 것이 처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전까지는 부모님이 가져다 주신 나무이거나 아내가 구입한 것이 전부였다.


이 파키라 나무를 거실에 놓으니 화원에 있을 때 보다 더욱 멋있어 보였고,  오는 사람마다 어떻게 줄기가 이렇게 꼬아져 있는지 궁금해하면서도 신기해했다.  

우리 집 거실이 워낙 일조량이 좋아서인지 이 파키라 나무는 하루가 다르게 잎이 무성해져 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나무 상태가 좋지 않더니 금방 심각한 상태로 접어들어서 화원에 긴급 SOS를 보냈다. 화원에서 와서 나무 상태를 보더니 대부분의 경우는 물을 너무 많이 주어서 그렇다고 하면서 당분간 전혀 물을 주지 말라고 하였다.  그러면 나무는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그러나 한번 기세가 꺾인 나무는 소생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그 무성하던 잎들이 거짓말 같이 다 없어지더니 튼실하던 줄기마저 하얀색으로 변하면서 말라죽어갔다.

4개의 줄기가 모두 말라죽자 우리는 이 나무를 포기했고 아내는 나한테 밖에 버리자고 하였다.  주말 밖에는 시간 내기가 힘들었던 나는 이때 골프에 거의 미쳐있던 때라 주말이면 골프장 가기 바빴고 번번이 파키라 나무를 밖으로 들고나가 버리지 못했다.  이 죽은 파키라 나무는 근 한 달 동안 버려지지 못하고 거실의 흉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에 퇴근해서 우연히 이 죽은 파키라 나무에 작은 가지가 생겼고 이 작은 가지에 앙증맞은 작은 잎이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죽은 줄기에서 어떻게 새로운 가지와 잎이 생겼을 까 궁금해서 자세히 보니 완전히 죽은 줄 알았던 1개 줄기가 밑부분이 아직은 푸른색이 있었는데 거기서 새로운 가지가 생긴 것이었다. 이 식물의 강인한 생명력에 감탄도 했고 한편으로는 다 죽어가는 나무가 마지막 의미 없는 몸부림(?)을 하는 것 같아서 처연하기까지 하였다.  여전히 버려야겠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었는데 골프를 빙자한 나의 게으름 덕분에 이 나무는 버려지는 시기를 겨우겨우 늘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작은 잎이 자라서 커지더니 이 작은 가지에서 다시 옆으로 작은 가지가 나오면서 또 잎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나는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기 시작했다.

계속 가지치기를 하면서 기존의 가지는 이것들을 지탱하기 위하여 굵어지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무성한 잎들이 달리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이 가지는 기존의 줄기만큼이나 굵어져 있었다.

다 죽은 기존의 줄기의 마지막 밑부분에서 옆으로 삐치고 나와 시작된 이 나무의 생존은 모양은 보기 좋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존의 파키라 나무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잎의 무성함과 높이를 자랑하고 있었다.  특히 우리 집 거실이 2층까지 천장이 개방되어 있는 상태인데 이 나무는 한계를 모르고 올라가서 이제는 2층 천장에 점점 가까워질 정도로 높이 자라 버렸다.  나는 어느 곳에서도 파키라 나무가 이렇게 높게 또 무성하게 자란 것을 보지 못하였고, 죽어서 버리려 했던 이 나무는 어느덧 우리 집에 찾아오는 손님마다 입을 벌리고 쳐다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하는 명물이 되었다.


우리는 사람이 의식이 없으면 식물인간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 식물에게서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먼저 마지막 순간까지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제는 끝인 것 같은 상황에서도 이 파키라 나무와 같은 극적인 반전은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이런 반전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 나무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생존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이 나무는 기존의 4개의 튼실했던 줄기를 다 잃어버렸다.  우리 생에 비유하자면 모든 재산을 잃고 가장 바닥인 상황에서 일어서더니 기존의 줄기에서 가지고 있던 잎들을 몇 배나 능가하는 어마어마한 풍성함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는 잃어버린 것에 대한 집착이 크다.  그런데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잊을 것은 잊고 새로 출발하면 잃어버린 것의 몇 배에 해당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우리 인생이라는 사실도 배웠다.


마지막으로 실내의 모든 식물들은 자라는 높이가 제한되어 있어서 나는 이 높이가 이 나무의 성장의 한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집들의 천장이 이 나무들의 한계로 작용해서 그 높이까지만 자라지 그 한계를 없게 하면 더더욱 성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이 부분은 자녀들에게 적용되어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스스로 한계를 정해주는 것은 아닐지 그래서 아이들의 잠재력이 묻히는 것은 아닌 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은 불미스러운 일로 하차했지만 한 때 세계 골프계를 평정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한국계 천재 골퍼인 그러면서 연습에는 게을렀던 앤서니 김에게 해준 조언을 소개하겠다.

“Keep working hard!  The sky is the limit.  No reason to stop now!” (열심히 연습해라!  너의 한계는 무궁무진하다.  지금 그만 둘 이유가 없다)

너의 한계는 무궁무진해서 저 하늘 끝이 너의 한계라는 문구가 가슴에 와 닿는다.  이런 마음가짐이 타이거 우즈를 기존의 골프선수와는 다른 어마어마한 선수로 만들었을 것이다.

특히 한참 성장하는 어린 자녀들이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에게 한계는 없다.  모든 것이 다 무너져도 포기만 하지 않으면, 그래서 다 잃었어도 다시 시작만 하면 기존의 잃어버린 것들의 몇 배에 해당하는 것들을 다시 얻을 수 있다.

 우리 집의 파키라 나무가 보여준 기적과 축복이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에게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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