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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Sep 01. 2016

하늘을 감동시키는 기도

하늘을 감동시키는 기도


아마 2000년 경이 아닌가 싶다.  내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쯤 나는 미국 서부지역에 출장을 가게 되어 있었다. 그 당시 기억하실 분들이 많겠지만 나이키에서 마이클 조던 신발이 나와서 대한민국의 아니 세계의 모든 청소년들을 설레게 했을 뿐 아니라 초등학생도 이 신발을 신으려고 부모들과 때아닌 전쟁(?)을 벌이고 있을 때였는데 이 신발 가격이 정말 만만치 않아서 특히 매년 성장해서 신발을 1-2년 단위로 교체해야 했던 초등학생에게는 도저히 사줄 수가 없는 신발이었다.

내가 미국에 출장 간다고 하니 내 아들이 나한테 미국 가면 마이클 조던 신발을 사달라고 졸랐고 아들 바보인 나 역시도 미국에 가면 훨씬 저렴하겠지 생각하고 사준다고 덜컥 약속을 했다.  딸아이는 역시 예쁜 인형을 주문(?)했고…

미국에 출장 가서 잊어버리기 전에 딸아이 인형을 구입했고, 나이키 매장에도 바쁜 시간을 쪼개서 갔는데, 이 신발의 가격은 나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었다.  물론 한국에 비하면 꽤 저렴했지만 가격대가 초등학생에게 사주기에는 상당히 과했고, 나는 이건 교육적으로도 안 좋은 거야 하는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신발 사는 것을 포기했다.

숙소인 호텔에 들어와서 생각해보니 한국에 돌아갔을 때 내 아들이 그렇게 기대하던 신발이 없었을 때의 그 상실감과 실망 때문에 난리가 나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편치 않았다.  생각다 못해 한국에 전화를 했다.  먼저 아내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니 잘했다고 한다.  그런 비싼 가격 신발을 초등학생이 가지는 것이 교육적으로도 안 좋다는 등등의 이유를 대면서…  아들을 바꾸어 달라고 해서 어린 아들에게 사정 이야기를 했다.  난리가 나겠구나 하면서…  매도 먼저 맞자 하는 심정으로…

그런데 뜻밖에 아들의 반응이 나의 예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괜찮아요, 안 사 오셔도 돼요.”  그래서 내가 더 미안한 마음에 다시 한번 물었다.

이미 누나 것은 샀는데 네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정말 괜찮냐고  그리고 신발 말고 다른 가지고 싶은 것 있으면 말하라고. 여기에 대한 아들의 반응은 더욱 나의 예상을 뒤집어 놓았다.

“ 누나 것 샀으면 됐어요.  나는 다른 것 필요 없어요.” 그다음의 마지막 멘트는 나를 더욱 감동시켰다. “  저는 아빠만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그날 밤 나는 잠이 안 왔다.  아니 이게 초등학교 4학년이 할 이야기야? 언제 내 아들이 이렇게 성장했지?  나중에는 혹시 그 신발을 사오게 하려는 고도의 전술 아니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하면서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들이 나한테 준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멘트가 큰 감동이 되면서 가슴이 벅차서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나는 일행에게 양해를 구해서 일정을 조금 늦추고 나이키 매장에 다시 들러서 그 신발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구입했고…


이런 아들과의 일화는 나한테 잊지 못할 좋은 추억으로 남아서 항상 그 당시를 생각하면 즐거웠고 때로는 다시 한번 그때의 감동이 밀려올 때도 있고 암튼 정말 좋은 기억이었다.

여기서 이 이야기가 마무리되어도 별로 부족함이 없을 텐데, 거의 10년이 지난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명상 겸 아침 기도를 하다가 갑자기 머리를 스치는 깨달음이 있었다. 

만일 그때 아들의 반응이 내가 예상한 대로 울면서 징징거렸으면 그래도 아들이니 밉지는 않았고 가슴이야 아팠겠지만 신발을 사주지는 않았을 텐데, 오히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괜찮다고 나를 위로해주던 아들의 마음이 결국은 나로 하여금 그 신발을 사게 만들었고, 아들은 큰 선물을 받았고… 결국 신발을 가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아들의 징징거리지 않은 현재에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물론 어린 아들이 이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것이 나를 감동시켰고... 그렇다면 나도 아들과 같은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 하늘을 감동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나는 기도를 바꾸어 보았다.  우리의 삶이란 것이 항상 힘들고 부족하고 불만스럽기 때문에 자연스레 기도 역시 이런 것들을 채워달라고 하게 된다.  어떤 종교를 가졌던 아니면 종교가 없는 사람도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게 되고 그런 것들을 달라고 소망한다.  그런데 나는 아들이 나한테 했던 것처럼 현재 나의 상황은 만족스러우니 감사하다는 기도를 하나님께 하게 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전혀 마음에 없는 소리였다.

그런데 이런 기도를 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의 변화였다.  그전까지는 항상 불만족스럽고 하고자 하는 일도 잘 되는 법이 없다고 느꼈는데 현재 나의 상황이 그런대로 만족스럽고 이런 것들이 큰 축복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면서 마음이 너무 편해졌고, 하고자 하는 일도 잘 되지 않으면 그전과 같이 낙담하지 않고 이런 실패가 지금은 이유를 모르지만 나중에는 나한테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믿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현재의 나의 처지를 큰 축복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러자 생각지도 못한 축복들도 계속 생겨났는데 아들의 이야기에 감동해서 예정에 없던 신발을 사준 것처럼 나의 이런 바뀐 기도에 감동한 하나님이 예정에 없던 축복을 주신 것이 아닐까?

범사에 감사하라라는 성경 말씀이 나한테는 눈으로 이해했어도 마음으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였는데 이제는 마음뿐 아니라 몸으로도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나한테 이런 큰 깨달음을 준 사람은 초등학생인 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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