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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Oct 09. 2016

미국인들의 안전교육

미국인들의 안전교육


최근에 가족들과 함께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이륙 후 엔진 고장으로 대형 참사로 이어질뻔한 사건이 기장의 빠르고 냉정한 판단으로 허드슨 강에 극적으로 착수하게 되고 허드슨 강의 유람선과 경찰 헬기 등의 도움으로 승무원 포함 155명이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전원 무사하게 된 기적과 같은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이다. 몇 분도 경과하지 않았을 사건을 2시간 가까운 영화 상영 시간 동안 지루하게 늘려서 보여줄 생각을 하니 별로 보고 싶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자 무언가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잔잔한 감동이 있는 멋진 영화였다.  걱정과는 다르게 영화의 대부분이 사건 발생 후의 갈등 등을 다루고 있어서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았다.

이 영화를 보면 이렇게 절망적인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고 냉정한 기장과 승무원 그리고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면서 과거 미국에서 멕시코를 다녀오는 유람선을 탔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우리 가족은 미국 서부에 가서 관광을 하고 크루즈 여행을 하게 되었다.  2000년대 초 중반 경이었으니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크루즈 여행이란 것이 그렇게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을 때였다.  LA에서 크루즈를 탈 때 나는 이미 예약을 했으니 간단하리라고 생각했는데 거의 한 나라를 방문할 때와 같은 과정을 밟아야 했다. 여권을 제출하고 이민국 통과와 같은 절차를 밟고 있는데 이때 창구에 있는 여직원이 나에게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질문을 했다.  크루즈 여행을 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처음이라고 이야기했고 이 여직원은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해서 정말 꼼꼼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는 모든 자료를 뒤져 보더니 이 배에서 직원을 포함해서 아시아인은 당신 가족 4명뿐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한번 걱정스럽게 나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주의사항을 이야기하는데 배가 출항하기 전 비상시에 대비한 안전교육이 있을 텐데 반드시 참석하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강조해서 이야기하였다.  우리 방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안전교육받는 장소까지 지도를 펼치고는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유일한 아시아인에 대한 미국인들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우리 방으로 갔다.  대충 짐을 정리하려 하는데 방송이 나왔다.  비상사태에 대비한 안전교육을 지금 바로 실시하니 집합하라는 내용이었다.  아마도 한국이었으면 참석 안 했을 텐데 또 조금 전에 꼭 참석해야 한다는 주의사항만 안 들었어도 참석 안 했을 텐데 툴툴거리면서도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지정해 준 비상구 문을 통해서 5층 갑판으로 나간 나는 깜짝 놀랐다.  이미 우리 가족 4인을 제외한 약 20여 명의 사람들이 전원 집합해서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미안한 마음에 얼른 대열에 합류해서 안전교육을 받았다.  안전교육은 형식적인 것이 아니었고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워낙 큰 배였고 탑승객 수도 많으니 이런 교육이 수십 군데에서 동시에 행해지고 있었다.  우리가 모여있는 이 곳에 약 2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배가 쇠사슬에 매달려 있었고 이 쇠사슬을 풀어서 배를 내리는 법 그리고 인원이 탑승한 후 바다 해수면까지 배를 안전하게 내리는 법 등을 상세하게 교육하였다.  물론 구명조끼의 위치 및 착용하는 법까지 포함해서 교육은 이루어졌고 마지막으로 안전요원은 배를 탈 때는 질서 있게 타라는 이야기와 나를 부르더니 모든 사람들에게  이 가족이 제일 먼저 탑승한다고 이야기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이 2명이 있기에 우선적으로 탑승하여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모여 있던 모든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특히 내 옆에 있던 덩치 큰 미국인은 나한테 배를 풀거나 기타 활동 등에 일절 참여하지 말고 아이들을 안고 있다가 먼저 탑승하라고 자상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어떤 위급한 순간에도 국적을 불문하고 아이들이나 노인들을 배려하는 이들의 자세는 어릴 때부터 교육으로 몸에 배어있는 듯했다.  그리고 이어서 한번 실습을 해 보고는 안전교육이 끝났다. 

 

이 안전교육을 받고 나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미국인들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진지함 마지막 실습에서는 직접 해보는 그들의 자세에서 우리와는 다른 그 무엇을 느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세계 최강국인 미국 국민의 수준이라는 것도 느꼈다.

아마 우리였다면 일단 전원 모이지를 않았겠고 모여서도 형식적인 교육과 참여자들도 실습에 참여할 마음은 전혀 없었을 것 같다.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차마 뉴스를 볼 수가 없었다.  특히 희생자 대부분이 학생들이라는 사실이 자식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마음이 아파서 더욱 볼 수가 없었다.  모든 언론에서 비상사태 대비 안전교육이 없었다는 점과 실질적인 대피 매뉴얼이 없었다는 점을 앞 다투어 지적했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이것보다 먼저 반성했어야 했던 일은 국민 모두의 안전 불감증일 것이다.

즉 매뉴얼이 있어서 사전에 대피 훈련을 하려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 당시 세월호에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인솔교사까지 있었으니 선생님들이 교육차원에서라도 학생들을 교육에 참여시켰을 것이지만. 


세월호 사건 후 모든 상황의 비상시에 대비한 안전대피요령이 매뉴얼화되어야 하고 이와 함께 국민 모두가 진지한 마음으로 훈련에 참여해서 매뉴얼을 익혀야 한다는 사실을 결의해야 했었다.  엉뚱하게도 대통령에게 화살이 가고 몇몇 정치인들은 이를 이용해서 자기 입지를 구축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고 정작 중요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제 이런 값비싼 희생이 무엇을 남겼을까?  이를 계기로 국민 모두가 안전불감증을 버리고 모든 안전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이 어린 학생들의 허망한 희생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지 않았을까?

지금이라도 세월호와 같은 참상이 발생했을 때 지난번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침착하게 교육받은 대로 행동해서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이제 우리나라도 지진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이 이미 드러났는데 국가 재난처에서는 언제나 지진 시 대피요령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서 훈련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훈련에 얼마나 국민들이 진지하게 참여할지?

  

 내가 세계 많은 나라들을 다녀 보면서 느낀 점은 소위 선진국이라 하는 국가들은 단순히 높은 국민소득만이 아닌 후진국과 다른 그 무엇인가가 있다.  우리나라도 국민 의식 수준이라는 면에서 많은 발전을 했지만 아직은 부족한 느낌이다.  내 생각에 우리나라가 지금 수준에서 국민소득이 5만 불이 되어도 선진국이라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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