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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Oct 25. 2016

현대에도 삼족을 멸하는 형벌이 있다

현대에도 삼족을 멸하는 형벌이 있다


삼족을 멸하는 형벌은 우리가 사극에서만 보아왔는데 정말 끔찍한 벌이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뿐만 아니라 그의 삼족을 모두 죽이는 형벌이니 그야말로 멸문에 이르는 길이다.

이런 형벌은 과거에도 그 당시 체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죄인 역모 등의 특수한 경우에만 내려졌고 인권에 대해서 지금만큼 인식이 없던 시절에도 흔하게 내려지지 않았던 큰 벌이라 생각된다.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에는 이런 끔찍한 형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권이

무엇보다 중요시되는 현재에도 이런 삼족을 멸하는 형벌이 존재하고 있다.  바로 우리나라 금융권에 있는 보증 제도이다.


지금은 그래도 조금 상황이 나아졌겠지만 과거에는 사업을 한다고 하면 은행에 가서 사업자금 대출을 받았고 이럴 경우 은행에서는 담보가 될 만한 물건을 근저당 설정하고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연대 보증을 받도록 하였다.  일단은 보증을 서 달라고 가장 이야기 하기 수월한 가족들이 그 대상이 된다.  이런 보증을 부탁받은 가족이나 친지들은 이것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 사람을 믿지 못한다는 오해를 받기 쉬웠고 장차 큰 재앙이 될 이런 보증을 너무나 쉽게 생각한 나머지 보증을 서 주지 않는 사람은 인간관계가 끊어지면서 주변에서 많은 비난을 받게 되었다. 따라서 보증을 서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그것을 뿌리치기가 힘들었고 울며 겨자 먹기로 보증을 서 주면 많은 경우 일이 잘못되어서 재산을 잃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런 이유로 가족 중 한 사람이 사업을 할 경우 그 사업이 망하면 그 사람 혼자 망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및 친척들 심지어는 친구들까지 망하게 되어 있었다.  재산만 잃을 경우 그래도 어떻게 재기해 본다고 하겠지만 대개의 경우는 금전적인 어려움은 가정의 파괴를 불러왔고 이런 경우는 정말 인생 자체가 재기 불능의 상태로 가는 경우도 많았다.


금융기관의 경우 이런 안전장치(?)로 부실채권을 근본적으로 없애고 소위 말하는 BIS비율이 높아졌을지는 몰라도 당하는 개인들의 입장에서는 본인만의 일이 아닌 가까운 가족 및 친구의 동반몰락을 불러오는 그야말로 과거 왕조 시대의 삼족을 멸하는 형벌을 받게 되었다.

이제는 과거보다는 신용보증기관을 이용함으로써 이런 경우가 줄어들었을지는 몰라도 최근 유명 개그맨의 아내가 남편 모르게 형제들 보증을 섰다가 금전적인 엄청난 손실은 물론 가정이 파괴되는 불상사가 생긴 것을 보면 여전히 우리의 큰 사회문제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이런 현실이 금방 개선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보증을 서주지 않으면 된다.  물론 한국의 친 인척이나 친구들의 관계들을 볼 때 이런 부탁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고 잘못하면 인간적인 관계의 단절이 올 수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래도 어차피 보증을 섰다가 일이 잘못되면 인간관계는 다시 회복할 수 없는 단계로 들어가게 된다. 기왕 이렇게 될 바에는 아예 처음부터 보증을 서 주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보증을 서 주지 않아서 훼손된 인간관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이해하고 해결될 수 있지만 금전적인 문제가 터져서 당사자와 보증인 모두 몰락하게 되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원수 관계가 되고 만다.  흔히 말하는 사람이 사람을 배신하는 것이 아니고 돈이 사람을 배신하는 경우이다.


내 경우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시던 말씀이 있었는데 3가지를 항상 강조하셨다.  첫째는 여자관계를 조심해서 절대 가정이 깨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과 둘째는 절대 어떤 형태의 도박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고 여기에는 과거 흔하게 하던 고스톱도 포함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사항이 보증을 서 주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방법까지 가르쳐 주셨다.  누군가가 보증을 서 달라고 하면 아버지의 유일한 유언이 보증 서지 말라는 것이어서 할 수가 없다고 이야기하라고 하셨다.  젊었을 때는 앞의 2가지 사항은 이해가 갔지만 마지막 사항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나이가 먹으면서 나의 인생뿐 아니라 남의 인생도 보게 되면서 어찌 보면 3가지 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보증 서지 말라는 세 번째 이야기라고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버지 유언대로 형제끼리도 보증을 서달라는 부탁을 한 적이 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가 우리 형제에게 남기신 가장 큰 유산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나 역시 우리 아이들에게는 대화할 때마다 할아버지가 남기신 이 이야기를 반복해서 강조했고 우리 아버지와 달리 그 이유를 꼼꼼히 설명해주었으니 아마도 우리 아이들도 나와 같이 이 삼족을 멸하는 형벌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다.


어떤 사람은 다음과 같은 반론을 제기할 것이다.  그러면 내가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누구에게 보증을 부탁할 수 있냐고?  답은 간단하다.  본인의 신용 범위나 담보로 잡힐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부채는 발생시키지 않으면 된다. 이렇게 타인의 보증까지 받아 대출받은 돈으로 사업을 해서 성공할 확률은 내 경험상 10%가 안 된다.  즉 90% 이상은 부채를 갚을 능력이 없게 되며 이것은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을 동반해서 몰락시키는 엄청난 비극을 초래하게 된다.  또 이렇게 되면 이 사람이 다시 재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나는 지금도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딱 이 이야기만 강조한다.  절대 보증 서지 말라고.  이 이야기만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면 인생이나 가정에 큰 굴곡이 없는 삶을 보장받게 된다.  과거 같이 역모를 하지도 않았는데 삼족을 멸하는 형벌을 받으면 얼마나 억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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