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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Right Hands Nov 04. 2020

국제개발협력 실무자로서의 자세

(feat. 위대한 사명에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비영리 기관의 실무자로서, 내가 배운 지식과 경험을 남을 위해 사용하며, 하루하루를 다양한 이슈들과 함께 지내면서 느끼는 무게감은 늘 나를 부담스럽게 한다. 남을 돕는다는 건 단순히 좋은 급여를 받고 영리 회사처럼 이윤을 추구하며 인센티브를 받으면서 일하는 직원보다 더 고된 일과 낮은 처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일을 해야 하는 고귀한 숙명이다. 하지만 그 일 자체가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돕는 일이고, 변화시켜 나가는 일이기에 더욱 강한 노력과 신바람 나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결국 NGO 실무자의 삶은 나를 위한 삶보다는 남을 위한 삶이며, 냉철하면서 깊은 열정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해야 함이 어울린다고 봐야 한다. 


  비영리 단체에 일한다고 해서, 내가 뛰어난 능력을 가졌거나, 태어날 때부터 어벤져스급의 우수한 유전자로 성장되었던 것은 아니다. 수년간 매일을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고, 공부하고, 매달렸기에 그나마 남들보다는 조금 더 한 발짝 성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초반부터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하여 해외 협력단체와의 소통은 더욱 빈번해졌다. 시차로 인하여, 아프리카 지역과의 소통은 주로 저녁 이후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소한 업무가 즐비하고, 마감을 해야 하는 업무가 다가와도 조금씩 이 분야에 대한 공부는 계속해야 함이 맞는 것 같다. 영문 저널을 읽는다거나, 페이스북으로 지인들이 공유해준 영문으로 된 최신 뉴스를 보고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개발협력에 대한 공부를 한 지 10년이 지났기에 더욱 원론적인 정보에 대한 업데이트가 스스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부하지 않으면, 빈곤에 대한 복잡한 스펙트럼을 쉽게 간과하기 쉽기 때문이다.



결연사업에 대한 나의 이해


  얼마 전에는 베트남 가정 결연 가운데 5가정이 3년간의 지원을 마무리하고 졸업을 하게 되었다. 핸즈에서 브랜딩을 가지고 진행하는 빈곤가정 통합적 지원사업은 가정의 소득증대뿐 아니라 취약성 극복 및 불평등 해소에도 많은 중점을 두고 있다. 통합적 지원을 함에 있어서 다양한 갈등적인 요소를 파악하고, 시의성을 분석하며, 취약계층 스스로 자립에 대한 의지를 도모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지만, 이론대로 쉽게 진행되는 건 아니다. 다양한 동기부여와 공동체의 사업 참여 그리고 가정에 대한 지속적인 사례관리가 필요하고, 그만큼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사업 중 하나이다.


  우리가 흔히 지속가능한 개발이라고 하면 원론적인 의미에서 '환경, 사회, 경제'의 범주를 생각하게 되는데, 사회적인 부분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사업에 대한 성과 그리고 2차원적인 성과지표를 목적으로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레 생긴 결과들이다. 그들의 심리적, 사회적인 성장을 나타내는 질적 변화 분석을 할때, 소외계층의 지역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참여 및 지역의 공동이슈에 관한 참여가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지 어렵고, 국가마다, 민족마다, 생활수준마다 그 기준 값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동남아의 경우, 베트남은 그나마 주민들이 자립성이 있고 여성들의 주도력이 우수한 편이지만, 캄보디아는 그렇지 않아 마을 리더(운영위원회)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부분이 있다. 라오스의 경우에는 동남아에서 가장 보수적이다고 할 수 있듯이,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어 자립에 관한 용어를 사용하기 쉽지 않다.


  핸즈의 베트남 통합지원사업의 졸업 가정은 여러 요건에 의해 선정하지만, 단기 성과로 빈곤 가정들이 소득 수준 월 10만원 대에서 30만원으로 증가하였고, 부채도 거의 다 갚았거나 자녀 중 일부가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경제적인 자립이 되어가는 경우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월 소득이 50만 원이 될 때까지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건 우리의 판단이고, 베트남의 사고에서 보자면 자립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긴장감이 있는 상태와, 이젠 긴 터널을 지나 희미한 빛이 보일 때 자립을 선언해 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였다. 베트남의 정서에서 보면, 대출은 평생 가지고 가는 것이다. (빈곤층의 이자율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전에 빈곤가정 주민에게 축사를 지어주었더니 이후 200만동의 대출을 받아 담장을 공사하는 것을 보며 베트남 국민들의 새로운 경제관념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베트남 통합 지원 사업은 후원자 1인이 월 5만원의 후원금으로 진행하는 핸즈의 결연사업이다. NGO들이 아동결연을 후원 상품으로 많이들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경제적 자립에 실패한다면, 다시 빈곤의 굴레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부모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면 자녀들이 교육을 받아야 할 명분또한 찾기 쉽지 않다. 그래서 핸즈가 하고 있는 가정결연은 아동결연과 가정 지원을 통합한 프로그램으로 가정의 생계, 보건, 교육, 식수위생, 긴급 이슈, 자립지원 교육 등 통합적인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원함으로써 단기간에 삶의 수준을 향상시켜 그들로 하여금 자립을 기반을 도모하게 하는 취지이다. 물론 통합적인 지원이 후원금만으로는 될 수는 없기에, 다양한 온라인 모금을 통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한 아이의 삶이 목적이라도, 단순 지원을 뛰어넘어 가족의 수혜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오직 한 아이만 생각하다 보면 결국 갈등과 불평등을 스스로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개발협력의 실무자는 위대한 사명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지속적인 열정도 필요하다.


 코로나 19 상황의 장기간 지속으로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의 생활은 더욱 빈곤해지고있으며,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그래서 매 순간 더 노력하고 더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고 배워서 남 주는 학문이 이 분야가 아닐까 싶다. 오늘도 아침 일찍 나와 앉아 있으면서 공부할게 참 많다는 생각을 했다. 지구촌 멀리 있는 누군가를 돕고 그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사명과 책임감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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