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고! 우간다에서 1년간 봉사 단원 생활을 하면서 꼭 지킨 것이 ‘밥 굶지 않기’였다. 현지에서 오래 체류하시는 교민분들이 많이 하시는 말씀도 “밥 안 굶고 잘 챙겨 먹어야 말라리아 안 걸리고 안 아파!”였다. 저녁에는 보통 한식을 요리해 먹었지만,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점심시간이나, 바쁠 때에는 현지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기름기가 많고 탄수화물 덩어리이며, 고열량인 우간다 음식을 매일 먹은 탓에 1년간의 생활을 마치고 돌아올 때에는 살이 쪄서 돌아왔다.
우간다에서 현지식을 먹을 때마다 너무 맛있어서 “한국에 돌아가면 이 음식들이 그리울 것 같아!”라고 말하고 다녔다. 이 말을 들은 다른 선배 단원들은 한국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절대 그립지 않을 것이라 했는데, 나는 지금도 우간다 음식이 먹고 싶다. 내가 우간다에서 좋아했던 음식들을 소개 해 보고자 한다.
우간다 사람들은 물 대신 탄산음료를 많이 먹는다. 나도 우간다에서 활동하면서 탄산음료를 매일 한 병씩 마셨다. 우간다에는 우리가 흔히 먹는 환타, 스프라이트, 콜라도 있지만 그보다는 한국에 없는 스토니, 크레스트, 노비다를 많이 마셨다.
스토니는 생강 맛 탄산음료이다. 갈색 병에 하얀색 탄산음료로, 처음에 먹었을 때는 ‘이게 뭐야!’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한두 번 먹다 보면 중독성에 빠져서 자주 찾게 되는 음료이다. 생강 맛이 강해서 어른 입맛을 가진 사람들은 좋아할 만한 음료이며, 마시면 코가 시원해진다.
크레스트는 레몬 맛 탄산음료이다. 초록색 병에 하얀색 음료가 담겨 있는 크레스트는 레몬맛과, 시큼한 맛이 나며 중독성이 아주 강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음료로 매일 한 병씩 마셔서, 직원들은 나를 크레스트 걸이라고 불렀다(믿거나 말거나!). 시큼한 맛이 강한 탓에 현지인들은 즐겨 찾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비슷한 맛의 음료가 없다. 그 정도로 독보적인 맛이다. 레모네이드보다는 시큼하면서 입안이 상쾌해지는 맛이다.
노비다는 파인애플 맛 탄산음료이다. 초록색 병에 약간의 노란빛을 띠는 음료로, 달콤한 맛에 현지인들도 좋아하는 음료이다. 환타 파인애플 맛보다는 탄산이 더 약하고 달달한 맛이다. 모두가 상상할 수 있는 그런 파인애플 탄산음료 맛이다.
우간다는 쌀이 비싸서, 현지인들은 파티 날이나 중요한 날에만 밥을 지어먹는다. 보통은 짜파티(Chapati) 라고 불리는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펴서 구운 것을 먹거나, 뽀쇼(Posho)라고 하는 우리나라 백설기 같은 음식을 먹는다. 뽀쇼는 옥수수 가루를 물에 개어서 찐 것이다. 그리고 마토케(Matoke)라는 초록색 바나나를 찐 음식도 많이 먹는다.
짜파티는 우리나라 전병 같은 느낌인데, 전병보다는 두껍고 식감이 쫄깃쫄깃하다. 식당마다 맛이 다르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던 식당의 짜파티는 크로와상 같은 식감이었으며, 다른 식당의 짜파티는 두꺼워서 얇은 떡을 먹는 느낌이었다.
뽀쇼는 백설기 같은 식감이지만 단맛이 없고 푸석푸석하다. 그냥 먹으면 맛이 없다. 한마디로 무(無) 맛. 뽀쇼만 먹는다면 한국인이 반찬 없이 쌀밥만 먹는 느낌이다. 그래서 다른 음식과 함께 먹어야 한다.
마토케는 설명하자면 초록색 바나나이다. 쪄서 먹는데 단 맛이 없는 고구마 같은 느낌이다. 보통 삶은 콩과 함께 먹는다. 다이어트할 때 먹으면 살이 쭉쭉 빠질 것 같은, 건강한 맛을 가진 음식이다.
짜파티, 뽀쇼, 마토케만 먹으면 밋밋하니, 여러 반찬도 함께 먹는다. 반찬이라고 해도 고기, 채소, 콩이 끝이다. 고기는 우간다 말로 무쵸모라고 한다. 무쵸모를 달라고 하면 바삭바삭 구운 고기를 주는데, 질기고 탄맛이 나지만 매력적인 반찬이다. 부들부들한 고기가 먹고 싶을 때에는 보일드 미트를 시켜 먹는데, 부드럽고 국물이 진하다. 갈비찜이 그리 울 때 먹으면 딱이다. 보통 소고기나 염소고기로 요리하며, 크기는 엄지손톱 두 배 만해서 한입에 먹기 딱 좋다.
채소가 먹고 싶을 때에는 현지 말로 쑤꾸마를 달라고 한다. 쑤꾸마를 시키면 케일과 양파, 양배추가 볶아서 나온다. 전체적으로 흐물흐물한 식감이며 아프리카 마법의 요리 소스인 부토(Buto)를 넣어 만들어 자극적이다. 개운하게 먹고 싶을 때, 토마토와 양파를 썰어 달라고 하면 보통 돈을 받지 않고 서비스로 준다. 현지어로 키퉁구냐냐밍기! 하면 "양파 토마토 많이 주세요~"라는 뜻이다. 거의 모든 우간다 음식의 식감이 쫄깃하거나 흐물거리는데, 중간중간 아삭함을 느끼고 싶을 때 시키면 딱이다. 전체적으로 느끼한 우간다 음식과 함께 중간중간 상콤한 토마토와 개운한 양파를 먹으면 금상첨화이다. 토마토와 양파는 나에게 있어서 한국 밥상의 김치 같은 존재였다. 콩도 많이 먹었는데, 콩을 오래 삶아서 나온 콩국물에 짜파티, 마토케, 뽀쇼를 찍어 먹었다. 퍽퍽한 음식에 콩국물을 적셔 먹으면 맛도 두배, 식감도 두배가 되었다.
우간다에서 좋았던 점 중에 하나는 맛있는 열대과일들을 싸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는 비싼 망고, 파인애플, 아보카도, 패션후르츠 등을 지겹도록 먹었다. 그중 가장 자주 먹은 과일은 파인애플이다.
1,000실링이면 파인애플 한 개를 살 수 있는 데 한국 돈으로 약 300원이다. 길거리에 파인애플을 쌓아 놓고 파는 상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출장 갔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외근 나갔다 돌아가는 길에 파인애플을 두 개씩 사서 양손에 파인애플 머리채를 잡고 가는 것이 낙이었다. 한국에서 통조림에 절여진 파인애플을 먹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과 맛이다. 파인애플을 고를 때에는 위에 꽁다리를 떼어 보는데, 쑥 하고 잘 빠지는 것이 단 것이다. 단 파인애플을 고르는 것에 실패해도 상관없다. 신 파인애플은 그것만의 매력이 있다.
새콤달콤한 맛의 패션 후르츠도 많이 먹었다. 우간다에는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화이트 패션후르츠가 있다. 우간다 전 지역에 나는 것은 아니고, 내가 살았던 캅쵸라 지역에서만 나오고 쉽게 구할 수 없어 한번 구할 수 있을 때 10kg씩 사서 먹었다. 안 익은 것은 초록색, 익은 것은 노란색인데 둘 다 맛있다. 평소에 먹는 패션 후르츠와는 완전 다른 맛으로, 새콤달콤하면서 달달하고 자두 같은 맛이 난다. 한국에서는 아주 신맛이 나는, 냉동으로 된 패션후르츠만 먹을 수 있어 달달하고 새콤달콤한 우간다의 패션후르츠가 그리울 때가 있다.
우간다는 다양한 길거리 음식이 많다. 가장 자주 먹고,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옥수수였다. 길을 걷다 보면 맛있는 냄새를 맡을 수 있는데 십중팔구 돌아보면 옆에 옥수수를 파는 상인분이 계셨다. 하나에 500실링 정도로 한화로 하면 약 100원 정도인 이 옥수수는 딱딱하지만 맛있어서 쉽게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이 있다. 막대에 꽂아 주는 구운 옥수수 1개는 뱃속을 든든히 채울 정도로 맛도 좋고, 달달하며 고소하다.
다음은 롤렉스이다. 듣자마자 명품 시계가 생각나는 이 음식의 어원은 Roll Eggs이다. 계란과 짜파티를 돌돌 말은 것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간다 음식이다. 주문할 때 짜파티와 계란을 몇 개 넣어서 요리할지 정할 수 있다. 보통 짜파티 한 장에 계란 두 개를 주문해 먹었는데, 배가 고플 때에는 짜파티 두장에 먹었다. 식당에서 식사로 많이 먹기도 했지만 차를 타고 출장을 가면서 많이 먹은 음식이다. 길거리에서 롤렉스를 사면 비닐봉지에 담아 주는데 들고 다니면서 먹으면 든든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었다. 롤렉스는 길거리에서 상인분들이 대충 휙휙 만들기 때문에 십중팔구 중간중간 소금이 뭉쳐 있어 짠 부분이 있다. 두껍고 쫄깃쫄깃한 전병과 계란을 먹는 맛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롤렉스는 여러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우간다 음식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길거리 음식은 휴게소 닭꼬치이다. 우간다도 한국처럼 장거리를 운전해 가다 보면 휴게소가 있다. 대중교통인 마따뚜(봉고차)를 타고 가다가 휴게소에 잠시 멈추면, 열린 창틈으로 상인분들이 이 꼬치를 들이민다. 흙먼지와 매연으로 뒤덮인 거리를 보면, 이 닭꼬치도 분명 더러울 것이란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향긋한 냄새에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계산을 하고 있다. 한 입 먹어보면 한국의 전기구이 통닭 같은 맛으로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닭이 질기긴 하지만 먹을만하다. 염소고기 꼬치, 소고기 꼬치도 있지만 닭꼬치가 최고다.
우간다에서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우간다의 한정된 현지식 메뉴를 1년 동안 물리지 않고 먹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몇 달 생활해 보니, 우간다 음식의 매력에 빠져 매일 현지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전제척으로 밋밋한 맛인 짜파티, 뽀쇼, 마토케에 자극적이고 짠 무쵸모, 쑤꾸마, 빈을 같이 먹으면 든든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기름을 많이 써 전체적으로 느끼하지만 우간다만의 탄산음료와 먹으면 금상 첨화이다.
우간다로 여행이나 출장을 떠나는 분들은 한식당, 양식당만 가지 말고 작은 현지 식당에도 가는 것을 추천한다. 다채로운 우간다 음식의 매력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