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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Right Hands Oct 07. 2020

아리아리 동동~ 수리수리 동동 (마다가스카르 출장기)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르”를 본 적이 있다. 바오밥 나무와 아름다운 자연, 여러 동식물이 가득할 것 같은 모습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실제로 내가 방문한 마다가스카르는 공산주의를 경험한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 이자, 생물의 다양성 보존이 점차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나라이다. 마라가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본인들은 아프리카 인보다는 아시아 인종의 후손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마라가시 인종의 규모는 2,500만 명이지만, 3분의 2가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으며, 어딜 가도 지속적인 개발보다는 긴급 구호가 더 절실히 필요해 보이는 나라, 그 나라를 방문하였다. 마다가스카르로 가는 긴 여정 가운데 육체적으로 힘이 들기도 했지만, 그들의 필요를 파악하고 방안을 모색하며,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그 땅에 발을 내디뎠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안쿠파파라는 지역이다. 수도 남쪽 방향으로, 차량으로 12시간이 걸리는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피아라난초아라는 6대 도시 옆에 위치한 인구 3만 명의 소도시이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도시빈민으로 이루어져 있고, 적당한 경작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 빈곤 가정들이 마을을 이뤄 집단 거주를 하고 있었다. 우리 팀이 세웠던 계획은 50 가정을 방문하고 설문조사를 하는 것이었다. 조사 일정이 평일로 확정되어 가정에 사람이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막상 방문하고 보니 대부분 가정에 있었으며, 그 이유는 단순하였다.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가축과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풍습과 개인위생에 관한 인식이 부족하여 사진을 찍을 때 환히 웃는 아이들의 모습에는 귀여운 미소가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의 입 속에는 잇몸 염증이 가득해 보였고, 칫솔질 몇 번에도 염증이 터지거나, 출혈이 심할 것 같아 보이는 아이도 상당수였다. 머리에는 곰팡이 균이 번져 있는 아이들도 쉽게 볼 수 있었으며, 신발을 신고 있는 아이를 쉽게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출장 중, 배가 고픈 아이들을 위해 뭐라도 주고 싶어 조심스레 과자를 전해주던 기억이 난다. 그 과자가 그 아이에게는 하루의 첫 끼니이고, 마지막 끼니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가정 방문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2팀으로 나눠 진행하였다. 방문한 가정마다 취약한 환경으로 인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교육, 보건, 생계, 주거환경, 불평등 요소들이 많이 발견되었지만 어디서부터 이들을 도와야 할지 누구를 선별해서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하는지 고민되기 시작하였다. 소득증대 사업을 구상하라고 하면 대상이 일반적으로 저축이 가능한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인데, 그 계층을 구별해내기 쉽지 않았다. 전체 방문 가정 수 10% 이내만 차상위로 분류가 가능할 것 같았다. 

     

  안쿠파파는 빈곤한 도시이다. 내가 오래전에 공부할 때는 영국식의 개발은 지속성을 강조하고 지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개발 접근인 반면 프랑스는 도시개발과 기술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배운 적이 있었다. 그래서 프랑스 식민지를 경험했던, 도시빈민이 있는 안쿠파파를 방문함에 있어 프랑스식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을 거라는 기대를 했으나 그건 나의 판단 오류였다. 현지인들에 의하면 프랑스의 개발방식은 단순하면서도 시급성에 중점을 두기에 지속성을 염두하지 않는다고 푸념하였다. 더욱이 정치적인 상황이 국제사회의 협력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유엔을 비롯한 원조단체의 활동이 그리 활발해 보이지도 않았으며, NGO에 대한 간섭도 심하다고 들었다. 또한 국민들에게 국가와 정부에 대한 신뢰와 긍지를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공산주의를 오랫동안 경험한 국민들이 외국인을 낯설어하지 않고 친근해하며 어려움에 대한 치부를 상세하게 알리고 실질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그들의 사고방식에 의아해하기도 하였다.


  마을 보건소를 방문하였을 때 전기 사정으로 백신의 관리가 용이하지 않다는 것과 구충제를 정기적으로 학교에 공급함에도 기생충 환자가 많으며, 교통수단의 열악함으로 긴급 후송 혹은 환자들의 보건소 방문을 통한 질병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도 마다가스카르의 특성상 학용품과 교복, 학비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입학 및 진학이 불가하지만, 실제로 아이들이 염려하는 건 질병에 의한 학교 미출석으로 인한 진학 시험 유급이었다. 그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보릿고개 등 기본적인 영양섭취가 어렵다 보니 잔병이 많고, 위생적이지 못한 환경에 노출되다 보니 설사 같은 수인성 질병에 감염되기 마련이다. 또한 교육받지 못한 부모들 때문에 외부의 후원으로 학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겨도 아동노동에 투입되어 교육받을 권리를 강탈당하기도 한다.

  마다가스카르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곳을 방문하였다. 사업을 기획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하면 늘 오류가 발견된다, 번역 과정에서의 오류와 현지 사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생기는 오류 등이다. 이번 설문조사 문항 중 월 소득 기입 항목이 있었다. 소득의 수준을 판단하기 위함이었는데 대부분의 가정이 월 소득의 개념이 없었다. 누구는 월 1만원, 누구는 월 3천원? 이렇게 단순 경제활동으로 발생하는 수입을 가늠하다 보니 월급 개념의 소득을 계산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화폐단위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기보다는 소단위의 물물거래로 경제활동이 이루어진다는 것과 극심한 빈곤을 겪고 있는 상황에 비해 아이들의 신체발달 수치가 서부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 만큼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도 궁금증을 자아내었다. 가정 방문 시 베트남과 우즈베키스탄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었기에 방문 가정과 이야기를 할 때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최대한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려 노력했던 것 같다. 조사가 조사로만 마쳐지는 게 아닌 사업으로 개발되어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조급한 마음도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아이들의 보건과 영양, 교육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건강한 가정 안에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고 공동체가 협력하며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것일 수 있는 사항들이 그들에게는 당연하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닐 수 있다. 과연 우리의 작은 날갯짓이 그들에게 시원한 그늘이 되어 줄 수 있을까? 우리의 노력이 그들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그들의 행복은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열거할수록 많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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