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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Right Hands Aug 03. 2021

[국제개발협력]
어서와~제안서 작성은 처음이지?

 남을 돕기 위해서는 돈이 들기 마련이다. 그 재원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다. 아마 먼 훗날 퇴사하기 전까지 매일 고민하고 숙고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세상에 눈먼 돈은 없을뿐더러, 돈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기부를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국제개발협력을 하다 보면 외부 재원에 대한 기대감과 간절함은 불가피한 무한반복의 궤도 달리기라고 할 수 있다.  단체 입장에서는 외부적인 재원을 사용함에 있어서 ‘타 기관의 타이트한 예산 가이드라인을 준수함으로써 실무자의 역량이 강화된다’는 말도 간혹 쓰긴 하지만, 틀린 말도 때론 맞는 말도 아닌 듯하다. 

 매년 ODA 예산이 증편되었다는 소식을 종종 듣는다. 우리나라 정부는 ODA 예산을 계속 늘려간다고 하지만, 도대체 그 예산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소규모 개발협력 단체 입장에서는 궁금증 만땅이다. 왜 그들은(우리를 포함해서) 매번 전형에 탈락하는 고배를 마셔야 하는지(이미 충분히 많이 마셔서 배부르다), 왜 매년 경쟁률이 이렇게 치열한지, 왜 진입이 이토록 어려운지 알다가도 모를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들이 가득한 신비로운 공모의 세계이다. 물론 선정 과정에서 다양한 이슈들의 검증이 단계별로 이루어진다. 실무자의 역량, 제안서의 효과성, 예산의 객관성(산출근거) 그리고 신청 단체의 연혁, 현지 정부의 수요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요즘은 코로나 19 상황 가운데의 실행능력도 한몫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준비가 되어야 할까

 가장 중요한 요인은 현장의 전문성과 사업의 수행능력이다. 그런데 공모사업의 발주처는 보통 규모가 있는 선정단체 기관에게는 아프리카, 남미 등을 사업지역으로 권장하며, 작은 단체의 경우 동남아, 중앙아시아를 권장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국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큰 단체는 다양한 섹터를 접근할 수 있는 반면, 작은 단체들은 그럴 수 없기 때문에 그들만의 특수성을 가지고 접근하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 (이건 분명 섹터의 전문성을 가지고 가라는 의도일 것이다.) 결국 이런 모순은 큰 단체의 경우 다양한 현장에 전문인력이 포진되어 있기에 쉽게 가능한 반면 작은 단체는 그 전문성이 결여되기에 외부의 전문인력에게 자문을 받거나 전문기관에 의지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설상가상으로 소규모 단체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역량이 성장하기보다는 단순 행정 능력만 극대화될 뿐이다. 

 효과적인 제안서를 작성하는 것은 단체의 규모를 막론하고 다시 한번 돌아보아야 할 요인이다. 사업 전개 방식에 관해서는 논리적인 접근을 고민해봐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대외무상원조기관인 코이카 이외에 지방자치단체와 재단의 공모 사업의 경우, 그 목적과 선호하는 국가가 사뭇 다르기에 사업 설명회를 통하여 그 취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의 경험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GKL 사회공헌 재단의 공모사업은 예산의 세밀함과 사업의 매끄러움이 중요했었고, 서울시 혹은 경기도 국제 개발 협력사업은 단기간에 무엇을 구축해 줄 수 있는지, 어떤 임팩트를 제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삼성 꿈 장학 사업은 교육 프로그램에서의 성과 및 실행, 아이들의 교육 변화(임팩트) 그리고 그 콘텐츠의 상세함이 중요했던 것 같다. 물론 코이카 민관협력의 경우 심사위원마다 다르지만, 성과관리, 대표지표, 수혜자 구분, 예산의 신뢰도 등이 중요하다. 바보 나눔의 경우 변화의 이론 (ToC)에 포커스를 두면 조금 더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개인적인 차가 있기 마련이지만, 제안서는 늘 새로운 도전임은 틀림없다. 또, 어떤 단체든지 제안서의 퀄리티가 우수하다고 자평할 수는 없다. 


 실무자들은 공란이 가득한 양식에 새로운 뭔가를 기입하는 업무에는 심적인 피곤함이 느낀다. 필자 또한 제안서의 양식을 채워가는 고난의 행군은 늘 실무자들에게는 멀고도 아늑한 고지 점령을 위한 숙고기간임을 상기시키곤 한다. 현재 가지고 있는 무수한 일들도 버거운데 윗선에서는 자꾸 공고 안내가 나왔으니, 신규 공모를 신청하라니? 그런 연유로 제안서의 질적 수준이 함량 미달이거나, 예전에 탈락한 제안서를 그대로 복사하여 붙여 넣기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공모의 취지와 다른 제안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중간 관리자들이 제안서를 면밀히 살펴보고 피드백을 주는 것이 맞지만, 대부분 말단 실무자에게 그 모든 일을 일임하니 큰 단체이고 작은 단체이고 생각보다 제안서의 질적 수준은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닌 듯싶다. (간혹 매일 버전이 내부적으로 바뀌다 보니, 구버전이 최종 제출된 사례도 있다고 하니... 쩝쩝) 


고난의 행군을 버티고 있는 이들이여힘을 냅시다!

 제안서를 작성하고 있는 수많은 실무자 모두에게 심심한 위로와 함께 희망적인 건투를 빈다. 우리들의 노고가 수혜자들의 행복을 전해 줄 수 있는 메신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오늘도 제안서의 양식을 한 장 한 장 채워 나간다면, 우리의 존재감도 지금보다 더 큰 세상을 채워갈 수 있지 않을까? 제안서를 작성하고 실행계획서를 수정해 가고, 중간보고와 결과보고를 통해 변화된 수혜자의 삶은 다를 것이다. 그러니 현장에서 보내오는 보고서의 페이퍼 워크에 지치지 말고 우리를 통해 그들이 더 나은 삶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힘 내보면 좋겠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사업 계획서 안에서 아이들이 숨을 쉬고 꿈을 키워간다면 그 정도의 수고는 우리가 감당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제개발협력 #제안서작성 #더라이트핸즈 # 꿀팁대방출 #이런것도말해줘도되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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