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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Right Hands Mar 07. 2023

[국제개발협력]
예산 집행 그리고 정산

실무자들이 마주하는 난감한 정산 과정 미리 알아두자!


 실무자들에게 겨울은 정산의 계절로 기억되곤 한다. 특히 정산은 관용을 기대하기 어렵고 오롯이 영수증의 숫자로 논리를 전개해야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실무자들은 사업 종료 시점 정산의 계절이 다가오면 늘 긴장하게 된다. 오늘은 실무자들이 겪는 정산의 어려움과 중요성 그리고 예산 집행 시 고려해야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실무자로서 아래와 같은 난감하고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1. 지출 항목이 애매한 경우

 귀국 당일이 이른 아침일 때 귀국일을 출장기간에 포함하느냐 마느냐. 식비 계산의 경우, 기내에서 제공되는 식사를 식비 지원 횟수에서 제하느냐 마느냐. 이와 같은 미묘한 상황의 경우 대부분의 기관은 발주처의 기준에 따라 정산한다. 출장 이동 간 소비되는 시간을 출장의 일부로 포함할지 말지는 발주처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다.


2. 환율 적용이 복잡한 경우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정산은 대개 환율과의 싸움이다. 기준환율, 평균환율, 고정환율, 변동환율, 어떤 환율을 적용하느냐에 따라서 마지막 몇 단위의 숫자가 바뀌게 되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이 때 가장 중요한건 1차 송금 후 현지에서 바로 현지화로 환전하여 통장에 보관하고 해당 금액에 대한 정확한 현지화 비율을 감안하여 예산 집행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2차 비용 송금 시, 1차 비용과 금액이 가급적 섞이지 않게 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는 1차 송금과 2차 송금을 합한 것을 2로 나누어 평균 환율을 잡는 것도 공식적으로 인정된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는 현지 집행 근거가 조금씩 변동되어 그 수고는 결국 실무잦에게 돌아온다.


3. 증빙이 부적격 판정을 받는 경우

 오래전 식비 정산보고를 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모 국가에서 어느 단체 직원이 모니터링 출장 중 맥주 한 잔을 마시고, 해당 비용을 점심증빙과 함께 처리했다. 해당 영수증은 '주류가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해당 증빙에 포함된 모든 지출이 불인정되었다. 이처럼 사소한 지출이라도 이에 대해 소명을 해야할 수 있고, 사업 전체의 신뢰도에 금이 가는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실무자들은 늘 예산 집행을 조심해야한다.

 오지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에도 증빙이 인정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산간 오지에서는 발주기관에서 적격의 증빙을 발급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결국 수기영수증을 제출할 수 밖에 없다. 수기영수증은 대체로 인정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 현장에서 증빙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신뢰를 주기 위해 실무자들의 다양한 노력이 동반되곤 한다. 예를 들어, 로컬시장에서 값싼 재료를 구입할 수 있음에도 전자영수증을 발급하는 마트에서 높은 금액을 지불하는 경우는 태반이고, 현금 지출 보다는 도매상을 통해 물품을 구매하고 인근 은행에서 해당 비용 계좌이체 증빙을 확보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단체의 경우, 수기영수증의 추가증빙을 위해 구입 동영상을 찍어 제출했다는 사례도 들린다. 심지어 현장에서 자동차를 운행할 때 주행기록을 작성하거나, 각종 사진 (주유사진 등)을 포함하기도 한다.     


실무자들은 왜 이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가? 

아마도 수기영수증을 백지수표처럼 임의로 발급하거나, 영수증의 횟수와 단가를 부풀리는 소수의 누군가로 인해 이러한 타이트한 가이드라인이 세워졌을 것이다. 아무래도 비영리 단체 사업 수행에 있어 투명성과 책무성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번거로움은 실무자들이 이해해야하는 부분이다.      


정산은 우리의 숙명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지출에 대한 소명이 명확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인정 받기 십상이기에, 우리 실무자들은 회계사님의 소명 요청이 오면 영수증을 어떻게 잘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사업을 못한 것도, 자금을 사용하지 못한 것도 아닌데, 괜히 움츠러드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나, 영수증 한 장이 국민의 세금이고 후원자의 소중한 후원금인 것을 상기하면 이와 같이 애매하고 복잡한 정산에 대한 고민은 비영리단체 실무자들이 감수하고 가야하는 사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무자들은 오늘도 여러 국가의 사업 수행과 성과 관리를 하며 멘탈이 털리고, 정산을 하다 모든 것을 내려놓는 체념의 순간을 마주한다. 우리 모두 부디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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