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1초의 디테일, 스플래시 시각보정'이라는 글을 발행하고 꽤 많은 이슈가 되었다. 5년 전 스플래시 화면은 애플리케이션이 실행되기 전 기술적인 로딩의 개념에 서비스의 로고를 노출해 브랜딩의 일환으로 사용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로고의 형태에 따라 시각적 보정을 얼마나 신경 섰는지가 핵심이었던 글이다.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스플래시 화면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내가 사용하는 많은 서비스들이 애플리케이션 실행 시 로딩의 단순한 로고 노출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서비스의 브랜딩이나 프로모션의 화면으로도 활용하고 있었다.
짧게는 1~2초, 길게는 3초 남짓 보이는 스플래시 화면은 대개 브랜드 로고나 로딩 애니메이션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 찰나의 순간을 단순히 ‘로딩 중’이라는 기술적 알림으로만 쓸 것인가? 아니면,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판’으로 확장할 것인가?
스플래시
로딩이 아닌 전략이다
사용자는 앱을 실행할 때, 어떤 정보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순수하게 집중하고 있다. 눈이 고정되고, 다른 인터페이스로 시선이 분산되지 않는다. 이런 조건은 오히려 전통적인 옥외광고, 예컨대 지하철 스크린도어나 엘리베이터 TV보다 광고 효과가 클 수 있다. 사용자의 시선은 100% 스플래시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의집중의 초점 가설 (Attentional Focus Hypothesis)
"사용자가 앱을 실행하는 순간, 외부 자극이 없기 때문에 시각 정보에 대한 집중도가 극대화된다."
앱 실행 직후 사용자는 주변 UI가 없는 상태에서 오직 스플래시만을 응시하게 된다. 이는 마치 ‘정보가 없는 공간에서 하나의 자극에만 집중하는 실험 환경’과 유사하다. 이 시간 동안 노출되는 메시지는 인지적 간섭 없이 강하게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 구글(Google) 같은 글로벌 브랜드는 이미 스플래시 화면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즌마다 로고에 변화를 주거나(프라이드 마크), 특별한 날에는 사회적 메시지를 간단히 전하기도 한다.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 태도, 혹은 분위기를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초두효과(Primacy Effect)와 인상 형성
"첫인상은 이후의 사용자 경험 전체를 프레이밍 한다."
사람이 새로운 자극을 접할 때, 가장 먼저 받은 정보가 이후 판단에 영향을 주는 '초두효과(primacy effect)'는 다양한 심리 실험에서 반복 입증되었다. 스플래시는 ‘앱에 대한 인상’을 결정짓는 첫 자극이므로, 브랜드의 핵심 이미지나 감성 전달에 매우 효과적인 사용자 접점이다.
Branding
현대카드는 2024년 새로운 슬로건 ‘아키텍트 오브 체인지(Architect of Change)’를 노출하고 있고, 대한항공은 얼마 전 리디자인 된 로고와 대한항공의 브랜드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노출하고 'SKTTEAM ALLIANCE MEMBER'인 것을 노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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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단순히 브랜드 접점이 아닌, 상품 홍보나 캠페인 메시지, 혹은 서비스 변화 소식을 스플래시에 담을 수는 없을까?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많은 서비스들이 브랜드 중심의 메시지에서 판매 중심의 메시지로 활용하고 있다.
티맵은 볼보의 광고를 쿠팡플레이는 스위치 2의 광고를 노출하고 있다. 이 두 서비스는 자신들의 서비스를 홍보하는 것이 아닌 다른 브랜드의 광고를 노출해 주는 광고판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와 티빙은 자신들의 서비스 광고 및 이용권 프로모션을 중심으로 홍보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애플리케이션 실행 시 스플래시 로고 플레이 화면 이후 계정 화면이 노출되는데, 이 화면을 스플레시라 칭하기는 조금 범위를 벗어나는 듯하지만 기존 계정 선택만 노출하는 화면에서 신작이나 흥행작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화면으로 리디자인 됐다는 점에서 스플래시 화면과 같은 고정 화면 활용법으로 참고할만해 추가했다.
스플래시를 광고판으로 활용하려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사용자 경험(UX)’이다. 사용자는 앱을 ‘사용하기 위해’ 여는 것이지, 광고를 보기 위해 여는 것이 아니다. 만약 스플래시가 광고로 변질되어 로딩 시간을 인위적으로 늘리거나, 반복적으로 똑같은 프로모션을 보여준다면 이는 곧바로 이탈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광고적 요소를 넣되, 다음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비주얼 메시지는 2초 안에 이해되어야 한다.
강제성이 아닌 자연스러운 연결이어야 한다.
브랜드 이미지와 일관된 톤 앤 매너여야 한다.
반복 노출은 최소화해야 한다.
스플래시는 브랜드의 ‘첫인상’이자, ‘첫마디’다. 사용자의 가장 순수한 집중이 머무는 이 순간을 광고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짧지만 강렬한 임팩트를 남길 수 있다. 다만 그 광고는 ‘판매’가 아니라, ‘브랜드의 태도’를 드러내는 방향이어야 한다. 티맵과, 쿠팡플레이의 스플래시 광고 활용법은 자신들의 브랜드와 직접적인 연결점이 없다는 점에서 다소 활용이 아쉽다. 사용자와 만나는 2초의 마이크로 인터랙션이 결국 브랜드 전체의 인상을 좌우한다.
Splash screen
애플리케이션이 실행되기 전 화면을 Splash screen 혹은 Launch screen이라고 한다. 이 화면에는 보통 서비스의 로고가 대부분이며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스틸 이미지 또는 영상으로 구성하는 경우도 있다. 단순히 서비스의 로고를 사용하는 경우 Splash screen의 노출 시간은 1초, 스틸 이미지나 영상을 사용하더라도 대부분 3초를 넘어가지 않는다. 그만큼 빠르게 넘어가는 화면이지만 사용자와 만나는 첫 화면인 것을 감안하면 노출시간은 짧지만 굉장히 중요한 화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