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나의 글을 쓴다. 한 1년만인가?
내가 보통 글을 썼던 것은 내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놓을 곳이 필요할 때. 주로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거나 새로이 거듭나고 싶을 때, 그러니깐 불편한 내 마음을 내려 놓고 싶거나 더 나은 내가되기 위한 다짐을 해야되는 순간에 난 필요에 의해 글을 썼다. 어떤 사회적 이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글이 아니라, 내 마음이 주어가 되고, 목적어가 되었던 순전히. 정말. 내 마음이, 마음에 대해서 적은 "마음글"이었다. 그 마음글을 이리 오랜만에 적게 된 이유는, 이제껏 그런 순간들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럴 수 있는 마음의 여력이, 남는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작년 7월 급작스런 인사발령으로 나의 일상은 크게 달라졌다.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준비했던 프로젝트에서는 손이 띄어졌고, 현안이 많았던 프로젝트에 급히 투입되며 정체 모르게 달려야만 했다. 처음에는 헛헛한 마음을 추스리고 이 상황의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좀 처럼 만족할 줄 모르는, 걱정도 많고 스스로에게도 자신이 없는, 그리고 무엇보다 남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사 밑에서 난 지쳐갔다. 일은 일상을 침범했고, 큰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를 그나마 지탱해줬던 책임감마저 놓아지면서 나는 내 생에 첫 깊은 우울감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우울감은 우울을 풀어낼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에 대한 생각마저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물리적인 시간이 어느정도 확보가 되었음에도 난 내 마음글을 쓰던 일상을 고작 반년만에 잊어버렸다.
내가 넋을 놓고 있을 때, 다행히도 지인들이 내 팔짱을 끼고서 우울 밖 세상과 객관적인 상황을 보게 해주었다. 그렇게 마음에 고여있던 우울을 조금씩 환기해나갔고, 대신 그들이 주는 응원들을 모아나갔다. 전문 상담센터를 찾았다. 회사에 문제제기를 했다. 문제원인이있던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회사 내 다른 직위에 공모했다. 그리고 부서를 옮겼다. 마음글 말고, 회사의 성과를 설득하는 글을 쓰는 업무를 자진해 맡게되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났다.
난 내 마음이 회복단계를 넘어 이젠 힘이 차오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마음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을 실감하며 깨닫는다. 여전히 난 경영실적보고서를 열심히 써내야한다. 그렇지만 오늘 난 경영실적보고서 말고, 내 마음글을 쓰는 마음의 힘 정도를 회복했음을 깨닫는다. 이게 나에겐 중요한 사실이고, 이만치면 난 만족할 수 있다. 실은 경영실적보고서도 쓰다보니 재밌는 점도 많더라. 그러니, 3.20이 지나고나면 더욱 써내리라. 경영실적보고서 말고, 아니 끝내고, 내 마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