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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치 Feb 02. 2021

취미가 외국어 배우기이신 분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즐겁다. 그래서 늘 내 삶의 곁에 두었다. 빙뱅붐 클럽이었던가? 뜻도 모르면서 영어 비디오를 무한정 돌려보던 꼬꼬마였을 때부터 여태 이어온 나의 루틴. 자신 있는 발음의 영어 단어, 중국어 단어를 입버릇처럼 웅얼거리고, 한창 집중해서 보고 있었더라도 외국드라마에 궁금한 표현이 생기면 구간을 반복하면서 단어 뜻을 찾고, 문장을 이해하고, 내 귀에도 다시 그 뜻으로 온전히 들려야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다. 학교에서 제 2,3외국어 배울 때 누구보다 진심이었고, 없는 형편에 영어 학원만은 다녔고, 부모님을 졸라 구몬 일본어 학습지도 받았다. 내가 왜 외국어고등학교를 갔고, 대학교 전공을 영어교육을 정한 이유에 대해서 깊게 따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그저 내 기질에 당연한 일이어서였던게 아닐까 싶다.


"그럼 난 왜 외국어를 좋아하는가?" 우선, 들리는 소리, 억양, 그에서 비롯되는 느낌이 좋다. 미국식 영어의 부드러운 발음, 물 흐르듯한 속도감에 나름의 높낮이로 만들어지는 특유의 경쾌한 느낌이 좋다. 중국어의 3성에서 경성으로 이어지는 소리패턴이 좋다. 꺾은 힘에서 절로 힘을 풀어 나는 소리가 소리 내기에도, 듣기에도 매력적이다. 단어 자체에 인토네이션이 있는데, 노래를 부를때도 그 성조들을 지켜야되는지 궁금해지는 지점조차 알쏭달쏭하면서도 신난다. 일본어의 한국어 같음, 나 같음이 정겹다. 한자어의 발음을 좀만 알면 곧바로 치환되는 한국식 한자어는 늘 반갑다. 지인들이 자본주의 리액션이라고 하는 나의 말투랑 가장 닮은 언어일지 모른다.


"좋아할만하여 좋아는 한다 하더라도, 그 것을 배우는데 까지 이르는 동력은 무엇일까?" 아마 시작은 서로가 소통하는데 우리나라 말 말고도 다른나라 말이 있다는 사실. 그럼 다른 나라에서 온 누군가와 대화를 하려면 그 나라 말을 알아야겠구나, 하는 당연한 생각. 그리고 운이 좋게도 어렸을 때 부터 몇 번 외국인과 소통을 해냈던 뿌듯한 경험들이 쌓였다. 외국어를 공부하는데서 오는 성취들도 큰 몫을 했다. 뭐랄까, 학창시절에는 난 다른 과목보다 외국어를 잘 하는 편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난 외국어로 뭔가를 해야겠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생존의 본능처럼 했다. 그렇게 꾸준히 열심히하다보니, 해외 인턴십과 같은 대외활동의 기회를 다른 이들보다 조금 유리한 지점에서 잡을 수 있었고, 그러한 해외경험들이 이점이 되어 아마 지금 전 세계 동포들을 지원하는 기관에 입사를 하게되었던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을 하면서 오는 성취라는 선순환의 행위라는 것 외에도, 내가 외국어를 공부하는데는 여전히 순수한데가 있다. 이 것은 은근히 실리만을 좇는 내 삶에서의 몇 안되는 낭만적인 지점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학부시절 난 영어교육학을 전공하였는데, 얕게나마 공부했던 언어학은 '언어'로서 외국어의 좀 더 본질적인데를 파고들게 했다. 소통하는 수단으로서의 언어가 나랏수 처럼 다양하면서도, 공통적인 문법이 있다는 것들. 사고에 따라 언어가 형성되는지, 언어에 따라 사고가 형성되는지 논의하는 것들이 날 가슴 뛰게 했다. 졸업시험 준비로(졸업을 앞두고서야) '위대한 개츠비'를 원서로 읽고나서... 외국어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소통의 수단을 넘어, 내가 읽을 수 있는 문학, 아니 다루는 세상 자체가 넓어지는 일이구나 느낀 일은 여전히 선명하다. 


얼마 전 JLPT라는 일본어 시험에서 목표한 급수를 땄다. 경력도 없이 들어간 지금의 회사에서 나의 쓸모를 증명해야겠다 싶어서 시작한 일본어 공부. 회사 교육비 지원으로 전화 일본어를 한지 3년반이 되어가는데 그 중에 2년은 그저 전화로 일상적인 안부를 주고 받는 수준이었고, 최근의 1년반은 '재일동포전문가'라는 커리어 목표가 생기면서 동기부여가 제대로 뿜뿜하여 책상에 앉아 공부도 틈틈이 했다. 그 결과, 2번의 고배 끝에, 목표한 점수를 얻은 것이다. 


난 여전히 이렇게 외국어를 배우는 중이다.

그리고 '외국어 배우기'가 자기계발에서부터 취미까지 중에 취미랑 여전히 가까운 일이라는 거, 참 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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