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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세 Jan 21. 2018

고양이 엄마

 어렸을 때 시골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마루바닦에서 새끼 고양이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집 고양이가 새끼를 낳은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어미 고양이를 볼수가 없었다. 아이들에게 젖을 주기 위해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 죽은 쥐를 먹었으리라.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그렇게 엄마 고양이가 죽고 새끼고양이들만 남았다. 그때부터 나는 고양이 엄마가 되었다.

 새끼 고양이들은 시도때도 없이 울어댔고 나는 한밤중에 일어나 고양이들에게 어린이용 분유를 먹이곤 했다. 고양이들이 커가면서 하나둘씩 이웃집에 분양을 보냈고 결국 작은 누런색 고양이만 우리집에 남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밤마다 고양이 싸우는 소리가 났다. 소리가 어찌나 격정적이었던지 나는 가만히 있을수가 없없다. 나가보니 우리집 고양이보다 2배는 더 큰 고양이가 우리집 고양이와 싸우고 있었다. 그 이후로도 밤마다 나가서 그 큰 고양이를 쫒아내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도 종종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다 나는 고등학교를 다니기 위해 집을 떠났다. 가끔씩 내가 집에 올때면 고양이는 나를 엄청 반겼다. 나를 보면 몸을 부비고 내 손가락을 자근자근 깨물며 그르렁 소리를 냈곤 했다. 아마 우리집 고양이는 평생 나를 엄마로 생각했으리라. 어릴때 자신을 쓰다듬어주고 젖병을 물려준 존재는 바로 고양이가 아닌 나라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집에가도 우리집 고양이를 볼수 없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그러다 어느날 어머니로부터 우리집 고양이가 가출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사실 원래 밖에서 키우던 고양이라 집을 나간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었지만 이제는 집에서 고양이를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농사일에 바쁜 어머니가 고양이밥을 제대로 챙겨주시지 못했으리라. 그렇게 한동안 나는 집에가도 우리집 고양이를 볼수가 없었다. 그렇게 고양이를 못본채로 한참이 흘렀다. 그러다 집에 내려온 어느날 먼 발치에서 나를 바라보는 고양이 한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처음에는 그 고양이가 우리집 고양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무늬는 같았지만 우리집 고양이보다 너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우리집 고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우리집 고양이는 어렸을 때 꼬리를 잘렸었는데 이 고양이도 그랬다. 아마 밖에서 다른 동물들과 싸우다가 꼬리가 잘렸으리라.

 나는 그때 우리집 고양이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예전에 비해 덩치가 두배만해진 우리집 고양이는 예전처럼 내게 다가와 몸을 부비지 않았다. 그저 꼼짝 않고 나를 계속 쳐다볼 뿐이었다. 내가 젖병을 물리고 나만 보면 그르렁대던 어린 고양이와 커다란 덩치로 그저 먼 발치에서 나를 바라보는 지금의 모습이 대비되먼서 나는 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는 더이상 옆집 고양이로부터 괴롭힌 당하던 어린 고양이가 아니었다. 그는 나와 대등한 존재가 되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가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가 당당하고 아름답게 그 자신의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진짜 어른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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