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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 글 Jun 14. 2016

곁에 있어 주었으니까

『우는 어른(泣く大人)』  2001년 7월, 카도카와 문고


#읽기 전 유의사항

하나. 어디까지나 이 번역은 번역자의 취미생활의 일부로 스크랩은 허용하지 않아요.

둘. 괄호, 사진+α은 이해를 위해 번역자가 넣은 것으로 본문에는 없어요.

셋. "의역"한 부분이 많으므로 연구대상으로 할 경우 직접 본문을 참조해 주세요.



밀라노는 날씨가 나빴다.


묵고 있던 호텔에서

무서운 꿈을 꿨다.

꿈속에서

나는 그 호텔의

그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눈을 뜨자,

침대 곁에 여자가 서서 울고 있었다.


무서워서 나는

꿈속에서 눈을 감았고


그러자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려서

또 다른 꿈을 꿨다.


이번에 나는 동경에 있었는데

당시 살고 있었던 집 근처를 달리고 있었다.


무언가에 쫓기고 있었는 듯이

허둥대고 있었다.


집에 도착해서

현관으로 뛰어 들어가 문을 잠갔다.


아아-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다.



신발을 벗고

복도로 올라가서


문득 뒤돌아보니

그곳에 그 여자가 서 있었다.


어째서!?????


나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어째서 일까요?"


여자가 지체 없이 대답했다.

미소를 품은 목소리였다.



나는 덜덜 떨며 거의 실신하기 직전에

눈을 떴다.



밀라노의, 살풍경의 호텔의 큰 침대 위였다.


공포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어디서부터가 꿈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판단이 서지 않은 채


눈을 뜨고 있는데도

 방 전체가 꿈의 연속인 것처럼 무서워


옴짝달싹도 못한 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랐다.




밀라노에는 일 때문이었다.

동행했던 편집자 수 명과 함께 아침을 같이 먹기로 한 시간까지

나는 그대로 잠자코 있었다.


"어째서일까요?"라고 하는 그 여자의 목소리가 떠나지 않았고


모든 게 꿈이라고는 생각지 못할만큼 생생했다.




그 날은 하루종일 우울했다.


취재가 끝나면

또 그 방에 돌아가야 한다.



그걸 생각하면 소름이 돋았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전날 밤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동행했던 편집자-아름다운 청년이었다-는

걱정이 되었는지 복도에서 헤어질 때


"혹시 오늘 밤 뭔가 있으면 언제든 제 방에 전화해요, 언제든."이라고 해 주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말해 준 게 느껴져서

나도 그 말에 진심으로 감사했지만


그래도 이런 경우

전혀 현실적이지 않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한밤중에 그의 방에 전화를 걸어

"무서우니까 아침까지 내 곁에 있어줘요."하고 할 수 없으며


아침까지 같이 있어 주지 않는다면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방 안은

전날 밤과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나는 공포에 압도당해 숨이 막히는 듯했다.

어쨌든 그곳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그래서 일본에 국제 전화를 걸었다.

친구들에게, 전부 말이다.



처음 친구가 수화기 너머 나온 순간


그리운 목소리에 나는 그만 울고 말았다.



사정을 얘기하자 친구는 웃으며

잠시 수다에 참가해 주었다.


수화기 건너편은 내가 알고 있는 장소인 것 같았다. 그것도 대낮.


그곳에서는 밀라노 호텔에서의 무서운 꿈 따위

가상 속의 그것처럼 아득히 먼 이야기 일 것이다.



나는 그 다음 또 그 다음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끊고는 또 걸고

끊고는 또 걸었다.


모두 일하고 있는 중이라 바쁜 듯했지만

"뭐야 밀라노에서 건 거야?"라며 괴상한 소리를 질러댔다.

그런 것만으로 안심이 되었다.


조금씩 나는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운 목소리 하나하나가

내 신경을 가라앉혔고 치료했다.


그리하여


아침까지 국제 전화를 계속 걸었던 그 밤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밤새도록

곁에 있어 주었으니까.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멀리 있는 사람이 손쉽게 해 버리는,


그런 상황이 있다는 것을,

난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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