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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런정 Jul 05. 2021

두 회사의 합병?좋은 걸까?

홍콩직딩이야기

회사의 분위기가 점점 달라졌다.


팀 리더급의 미팅이 잦아졌다. 내가 조인한 홍콩 글로벌팀에서는 각 나라의 지사들과 연계적으로 일을 해 왔는데 한국팀이 1년 안으로 점진적으로 비즈니스 어카운트를 홍콩 글로벌팀으로 넘기게 될 거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팀은 팀원이 원하면 홍콩으로 리로케이트를 할 수 있다고 통보가 내려졌다. 한국에서 자라왔고 결혼할 분들도 계셨고 결혼 한 분도 계신 한국팀은 그 누구도 가족들을 떠나기는 쉽지 않으니 이건 사실상 회사를 나가라는 입장과 같다고 이야기하셨다.


홍콩 글로벌 PM팀에서는 혼자 한국인이던 회사생활에서 그나마 업무가 막힐 때나 궁금한 게 있을 때 전화나 이메일로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한국팀이었다. 매번 친절하게 알려주시던 과장님 차장님과 함께 일할수 없다고 하니 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반년이 지나자 이번에는 합병이라는 단어가 들렸다.

합병. 드라마에서만 들었던 단어인 거 같았다.


회사의 합병이란 두 개 이상의 회사가 「상법」의 규정에 따라 청산절차를 거치지 않고 하나의 회사가 되는 것을 말한다. 회사의 합병은 그 방법에 따라 합병 당사회사 가운데 하나의 회사가 나머지 회사를 청산하여 그 권리 의무와 사원을 수용하는 흡수합병과 합병 당사회사 모두가 소멸하고 이들에 의해 신설된 회사가 소멸회사의 권리의무와 사원을 수용하는 신설 합병이 있다. 흡수합병이나 신설 합병 어느 방법이든 소멸회사의 권리 의무와 사원의 수용이 포괄적으로 이루지는 점에서는 같다.


이에 따라 합병의 본질에 관해 통설은 합병에 의해 소멸회사가 그대로 존속회사 또는 신설회사에 포섭된다고 하는 인격의 합일화 내지는 인격의 계승으로 본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합병 [合倂, merger] (실무 노동용어사전, 2014.)




글로벌 기업들에게 인수합병은 필수 불가의 전략이다. 회사가 더 성장을 하려면 혹은 기업의 구조조정을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인수합병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많은 홍콩에서는 아주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이메일로 합병 이후의 우리가 시장에서 더 커질 수 있다는 확신의 찬 이메일이 왔다. 특히, 경쟁사였던 회사를 인수를 진행하였기 때문에 기존의 시장의 두배로 회사의 성장이 극대화될 거라고 이야기를 했다.


합병된 회사의 팀원들이 사용하던 박스들과 새로운 책상들이 꽤나 넓은 우리 회사에 채워졌다.

업무적으로는 글로벌 팀이었던 우리 팀도 더 세분화되었다. 나의 라인 홍콩 보스 위에는 중국 대륙 출신이며 싱가포르에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다른 보스가 우리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갓 신입의 딱지를 뗀 나에게는 회사합병 이후 팀이 바뀌는 게 신기하면서도 그동안 적응했던 부분을 따르지 않고 이제는 새로운 시스템 부분을 따르는 기간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회사 안에 동료들 사이에 주 언어였던. "광동 말"과 더불어 중국 대륙 출신들의 새로운 동료들의 언어인 "보통화" 그리고 이메일, 공식적인 언어인 "영어"가 공존되는 홍콩만의 회사문화가 형성되었다.


내가 새롭게 속한 팀은 기존의 클라이언트 미팅, 운영, 관리보다 회사의 내부적인 업무와 프로젝트를 서포트해주는 업무로 바뀌었다.


회사의 분위기는 겉으로는 괜찮아 보였지만 동료들 사이에서는 뒷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인수되어 온 분들 중에 겉도는 사람들도 있었고 기존에 있었던 동료들 중에서도 회사 방침에 대해 불만이 생겨 났다.


특히, 나를 채용하고 내가 가장 회사에서 따랐던 글로벌팀 매니저는 가장 불만이 많은 걸로 보였다. 그녀는 말레이시안 차이니즈로 영국에서 공부를 하고 홍콩에서 10년간 일을 하고 있고 일을 처리할 때 카리스마를 뿜어 내었다.  궁금한 점이 있을 때 물어보면 친절히 이야기해 줘서 내가 회사에서 가장 좋아하고 따랐던 분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일에 대한 열정이 많았고 내가 일과 관련하여 더 배우고 싶다고 표현할 때 전체 부서의 시니어 매니저로써 서포트를 아끼시지 않으셨다.


가끔은 나의 라인 홍콩 보스도 중국 대륙 출신 보스와 때로는 드러나지 않는 미묘한 신경전 분위기가 있었다. 일에 대한 처리하는 방식이 달랐고 같은 중화권이지만 홍콩과 중국 본토 문화 차이도 존재했다. 그리고 회사의 새로운 방침이기 했지만  홍콩 보스는 기존의 자기 팀이 운영하면서 관리했다면 이제 그 위에 또 보스에게 업데이트해야 되는 입장이 되었으니......

일의 대하는 태도도 달랐다. 중국 대륙 출신의 보스는 일을 좋아하고 많이 하는 타입이라서 야근도 서슴지 않았지만 홍콩 보스는 컷 시간 이후에 일을 받지 않는 워라벨을 추구하는 성향이기 때문에 두 사람의 기온 차이는 극명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내가 가장 좋아했던 글로벌 팀 매니저가 회사를 떠난다는 이메일이 왔다.


꽤나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회사를 떠나 어떤 계획인지 물어보았다. 시니어 급이었기 때문에 아직은 말은 못 해주지만 회사를 나가는 순간 이야기해주겠다고 했다.

홍콩회사는 일반적으로 사직 통보 이후의 2-3개월(회사마다 다른 정책) 인수절차 포함해서 일을 마무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예외로, 금융회사 같은 경우는 사직을 낼 경우 3개월의 월급을 받고 바로 회사를 나가는 경우도 있다. 시니어 급은 경쟁사로 3-6개월 안으로 이직을 못하는 고용계약을 할 때도 있다.

보통 이럴 때 가든 리브라고 표현을 하는데 주변에서 가든 리브를 받았다고 하면 부러워했다. 왜냐면 3개월 동안 일을 안 해도 3개월 동안에 봉급이 있고 3개월 이후에는 새로운 직장이 있으니.

3개월 동안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하면서 걱정 없이 놀고먹고 여행할 만큼 다 하면 되지 않는가?


두 달이 지난 후,

팀 매니저의 페어웰 점심이 있었다. 팀원들은 그녀의 다음 행보를 응원했고 계속 연락하자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특히 나에게는 나를 인터뷰 한분이며  회사생활하면서 나의 열정과 도전을 서포트해주셨던 분이었는데 회사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쉽고 슬펐다.  


하지만, 내가 홍콩에 있고 그녀가 홍콩에 있으니 인연은 또 언젠가 이루어질 거라고 믿었다.


몇 달이 더 지나자

또 몇 명은 떠났고,

그 자리를 새로운 사람이 채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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